미 싱크탱크가 밝힌 중·러의 북한 인권 엄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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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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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결속이 강화되고 있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셔터스톡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결속이 강화되고 있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셔터스톡

북한 김씨 정권을 지지하고, 국제 인권 보장 의무 및 제재를 이행하지 않고, 경제적 이익을 꾀하고, 연대해서 서방국가에 맞서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인권유린을 방조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북한의 결속이 강화되고 있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서방이 이 국가들을 가장 신랄하게 공격하는 소재가 있다. 인권 문제다. 미국의 저명한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14일 조지 W 부시 연구소와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의 인권유린에 가담해 온 정황을 조명했다.

CSIS 보고서는 “자신도 심각한 인권 침해 국가인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인권유린을 다양한 방식으로 방조하고 있다”고 서술했다. 그러면서 몇 가지 사례를 언급했다.

국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과 무역 지속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을 억제하기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2006~2017년 대북 경제 제재 결의안을 10건 통과시켰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계속 북한과 교역하며 제재 의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2017년부터는 유엔 안보리의 새로운 북한 제재 결의를 차단하기 시작했고, 이런 상황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북한의 무역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면서도 “다양한 자료를 통해 북한의 무역 동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미 의회조사국(CRS)이 지난해 9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대북 무역을 한 번도 중단한 적이 없다. 2020년부터 2021년 상반기까지, 제재와 코로나19 팬데믹 확산에 따른 국경 봉쇄 등으로 인해 북한과 중국·러시아 간의 공식 무역량은 매우 적었다. 2021년 3분기, 북한이 국경 봉쇄를 완화하자 늘어나기 시작했지만, 지난해 5월 평양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을 공개하면서 다시 줄었다.

CRS는 또 중국과 러시아가 다양한 불법 활동을 통해 북한의 제재 회피를 돕고 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제재 상품 및 서비스 품목에 대한 정의가 모호하다는 점을 이용해 북한과 금지된 품목을 거래하고 ▶북한에 정제된 석유를 수출했으며 ▶해상으로 북한 석탄을 수입하고 ▶중국 항만에서 북한 선박의 외관을 변경해 북한이 거래에 참여한 사실을 은폐했다고 적었다.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NK 뉴스는 지난 5월 중국 세관의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4월 북한의 대(對)중 수출이 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며 “양국 전체 무역 총액은 2억 달러(2658억 원)를 넘겼다”고 전했다. CSIS는 이와 관련해 “중국 세관이 공개한 데이터는 석유 수출, 서비스 거래를 비롯한 불법 무역 항목의 거래 내역을 반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실제 북-중 무역량은 2억 달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유엔이 공개한 국가별 품목별 무역통계에 따르면 2017~2019년 북한-러시아 무역량은 연평균 1~2% 포인트 증가했으며 2020년 양국의 무역량은 그해 북한 전체 무역량의 6%에 달했다. CSIS는 “이 모든 활동은 북한에 무기 개발 자금을 마련해 주는 셈이며, 결국 북한 정권 강화를 돕고 있다”고 평했다.

북한의 해외 노예노동에 관여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을 도와 국제 제재를 회피하는 것 외에 북한의 초국가적 탄압과 해외 노예노동 문제에도 연루돼 있다. 북한은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유엔 안보리는 그해 12월 만장일치로 ‘2397호: 미사일 발사에 따른 제재(2397호 결의안)’를 통과했다. 안보리 회원국에 2019년 12월 22일까지 탈북자, 난민, 망명 신청자, 인신매매 피해자를 제외한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를 모두 송환하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미 국무부에 따르면 북한은 2397호 결의안 통과 전 약 10만 명의 노동자를 해외로 파견했다. 그중 3분의 1은 중국에, 3분의 1은 러시아에, 나머지 3분의 1은 중동·유럽·아프리카 등에 보냈다. 북한 정부는 해외 파견 노동자의 월급을 대부분(최대 90%) 몰수하며, 이를 통해 연간 2억~5억 달러(2858억~6652억5000만 원)의 수입을 얻는다. 반면 해외 노동자가 매월 집에 송금하는 돈은 100~200달러(13만~26만 원)에 그친다.

관련 전문가들은 “2397호 결의안 이행 시한인 2019년 12월 이후에도 수천 명의 북한 노동자가 해외에 머무르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가 단속을 피하게 하기 위해 2397호 결의의 영향을 받지 않는 학생비자, 관광비자를 북한 노동자에게 발급하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했다. 보고서는 러시아 통계를 인용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기 전인 2020년 1분기, 북한 시민 약 7000명이 러시아에 입국했다. 이들 중 노동자, 학생, 관광객으로 등록한 사람은 각각 753명, 1975명, 3000명이다. 학생과 관광객 수가 지난 2019년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전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은 2022년 보고서에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북한 노동자 수는 2만 명에 달하며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도 각각 2000~3000명이 있다”고 했다.

CSIS는 북한이 해외에 파견한 정보기술(IT) 노동자의 문제도 언급했다. 이들은 프로그래밍, 코딩, 게임 개발, 웹사이트 디자인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한 탈북자는 2000명 이상의 북한 IT 노동자가 중국에서 일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IT 노동자의 월급은 3000~10000달러(약 400만~1327만 원)로 다른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월급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들의 수입도 대부분 북한 정권에 직접 전달된다. 일부 북한 IT 노동자는 유럽, 미국 기업에서 일하기 위해 중국인으로 위장하는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북한 난민 구금 및 강제 송환  

1951년 유엔 난민 협약과 이 협약에 대한 1967년 의정서는 난민이 박해 가능성이 있는 국가로 강제 송환되지 않을 권리를 명문화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해당 문서들에 서명했음에도 북한 망명 신청자들을 자주 구금하고 송환하고 있다”고 CSIS는 지적했다. 송한나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국제 담당관은 6월 미국 의회 산하 의회·행정부 중국위원회(CECC) 청문회에서 “현재 약 2000명의 탈북자가 중국 내 구금 시설에 수감돼 있다. 이들은 유엔난민기구(UNHCR)나 베이징에 있는 외국 대사관과 접촉하지 못한 채 강제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고 증언했다.

보고서는 러시아가 북한 출신 최금철 소좌(한국의 소령에 해당)를 2021년 9월 러시아 경찰이 체포해 북한 영사관에 넘겼다는 일도 전했다. 미국의소리(VOA)에 따르면 최금철은 북한 적공국(적군와해공작국) 산하 563부대 126부 소속 소좌로, 평양의 수재 학교인 금성학원과 김책공대 박사원 출신의 IT 암호화 전문가다. 경찰에 체포될 때 그는 모스크바의 유엔난민기구에 망명 신청을 준비하고 있었다.

유엔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방해하는 활동  

CSIS 보고서는 중국과 러시아가 점점 커지는 자국의 영향력을 악용해 유엔에서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저해하는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고 있고, 북한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비정부 기구(NGO)의 유엔 내 활동을 교란하고 있다 밝혔다.

중국 당국은 일대일로 프로젝트 예산 중 수십억 달러를 난민 유치 국가들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기부했다. 보고서는 “이는 반체제 인사와 난민(특히 위구르족) 문제에서 기타 국가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국제난민기구에서 더 큰 영향력을 확보해 기타 국가들의 난민 인구 관리 정책 제정에도 영향을 미치려고 한다”며 “그 결과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는 중국의 북한 난민 강제 송환을 반대하는 데 더 주저하고 있다”고 했다. 중국에 체류한 북한 난민은 1999년부터 국경 지역에서 유엔난민기구 관계자와 접촉할 수 없었으며 2008년부터는 베이징에 있는 유엔난민기구 사무실에도 접근할 수 없게 됐다. 유엔난민기구는 북한 난민 문제에서 중국 당국과 부딪히는 것을 꺼린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중국 구치소에 수감 중인 약 2000명의 탈북자와 관련된 문제를 유엔난민기구가 아닌 유엔인권고등판무관실(OHCHR)에 맡겼다. 이런 이유로 유엔난민기구는 중국 당국을 압박하는 데 주저하게 됐다. 중국에 체류한 북한 국민의 수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개발권(right to development) 시각으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새로운 중국식 모델을 유엔과 개발도상국에 선전하고 있다”며 “인권에 대한 대안적 사고방식을 제시한 이 모델은 점점 더 매력적으로 개발도상국을 유혹하고 있으며 인권에 대한 미국식 접근 방식과 경쟁하고 있다”고 했다. 유엔난민기구에 따르면 개발권은 모든 인간과 민족이 모든 인권과 기본적 자유가 완전히 실현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발전에 참여하고 기여하며 이를 향유할 수 있는 양도할 수 없는 인간의 권리다. 보고서는 중국이 주장하는 인권 모델이 개발도상국 사이에서 자리를 잡으면 유엔의 인권 문제 논의에서 중국이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에 ▶대북 정책에 인권 문제를 명시하고 ▶‘제재를 통해 미국의 적에 반격하는 법’을 포함한 관련 법안을 시행하며 ▶인권 침해에 연루된 중국과 러시아 기업에 추가 제재를 가하고 ▶민간 부분이 인권을 침해하는 단체와의 계약을 피하기 위해 더 경계하도록 동원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미·중의 체제 경쟁에 북한 인권 문제가 신메뉴로 올라온 셈이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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