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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을 기다렸다, 절박한 LG 올핸 우승할 수밖에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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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8호 25면

[스포츠 오디세이] LG 트윈스 주장 오지환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 SSG를 10-4로 꺾은 LG 선수들이 주장 오지환(가운데)을 중심으로 모여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최기웅 기자

지난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경기에서 SSG를 10-4로 꺾은 LG 선수들이 주장 오지환(가운데)을 중심으로 모여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최기웅 기자

“29년의 기다림이요?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선수들이 알고 팬들도 알죠. 이 기회를 놓친다고요? 있을 수 없죠.”

프로야구 LG 트윈스 주장 오지환은 절박했고 단호했다. LG는 21세기 들어 우승이 없다. 1994년 정규시즌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해 태평양 돌핀스를 시리즈 전적 4-0으로 꺾고 우승컵을 들었다. 그게 마지막 한국시리즈였다. 올 시즌 LG는 중반 이후 선두를 독주했다. 팀당 20경기 남짓 남긴 22일 현재 LG는 2위 kt 위즈에 6.5게임차로 앞서 있다. 페넌트레이스 우승으로 한국시리즈에 직행할 확률이 매우 높다.

토요일인 지난 16일, 지난해 챔피언 SSG와의 경기를 앞둔 오지환 선수를 잠실야구장 라커룸에서 만났다. 그에게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세 가지를 생각했다가 인터뷰 말미에 알려 달라”고 했다. 그는 거침없이 세 단어를 말했다. 분위기·과감성·절박함.

15년째 쌍둥이 유니폼, 6년 더 계약

잘 나가는 팀의 분위기가 좋은 건 말할 나위가 없다. 작년에도 좋았고 올해도 팀 분위기는 좋은데 작년에는 디테일 면에서 좀 떨어졌고 경험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주장은 진단했다. 지난해 정규시즌은 2게임차로 SSG에 1위를 내줬고, 플레이오프에서 키움에 1승3패를 당해 한국시리즈 목전에서 물러섰다.

오지환은 “어린 친구들이 가을야구 큰 경기를 치르면서 실패하고 느끼고 더 성장했어요. 경기를 풀어나가는 데서 점점 노련함이 생기는 게 보여요. 즐기면서 하라고 하는데 만날 지면서 어떻게 즐길 수 있나요. 좋은 분위기는 자꾸 이기는 데서 나옵니다. 그 안에서 여유와 즐거움을 찾는 거죠”라고 말했다.

올해 LG 지휘봉을 잡은 염경엽 감독은 선수들에게 “제발 개인연습 하지 말고 좀 쉬라”고 신신당부한다. “쉴 때 잘 쉬어야 좋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다. 그게 진정한 프로”라고 강조한다. 그런데도 선수들은 감독 눈치를 보며 어떻게든 개인연습으로 부족한 점을 채우려고 한다.

오지환은 “선수들 나름대로의 루틴이 있죠. 잘 되면 잘 되는 대로, 안 되면 더더욱 연습을 해야 안심이 되는 심정을 이해합니다. 감독님이 저렇게 말씀하셔도 뺀질뺀질한 것보다는 낫겠죠”라며 웃었다.

염 감독이 어떤 스타일인지 묻자 오지환은 “매우 공격적인 분”이라고 했다. “스몰 볼(아기자기한 작전야구)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굉장한 빅 볼(호쾌한 공격야구)을 추구하시죠. 결과에 대해 두려워하지 말고 무조건 이긴다는 마음으로 싸우라고 강조하시니까 선수들의 자신감이 올라가고, 그게 팀 순위와 타율 1위를 하는 비결인 것 같습니다.”

올해 LG는 엄청나게 뛴다. 1루에 나가면 2루를 훔치려고 하고, 어떡하든 한 베이스 더 가려고 한다. 팀 도루(148개)는 압도적인 1위다. 도루 1위 신민재(33개)를 필두로 문성주·박해민·홍창기가 20개 이상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도루 실패율도 1위라는 거다. 주루사·견제사도 가장 많다. 득실을 따져 보면 남는 게 별로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런데 주장은 단호하게 말했다. “야구는 심리적인 요소가 강하고 앞의 몇 수를 보고 하는 게임이에요. 상대 입장에서 ‘얘들이 또 뭘 할까. 또 뛸 것 같은데, 세이프 되면 어떡하지’ 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커다란 압박이 되죠. 그런 게 쌓이면 우리한테 플러스가 되는 겁니다. 도루는 실패하더라도 팀을 위해 희생하는 행위죠. 전력질주와 몸을 던지는 슬라이딩이 힘들고 부상 위험도 있지만 그 자체가 동료에게 힘을 주고 팀의 에너지 레벨을 올리는 거죠.”

팀 내에서 누가 가장 빠른지 묻자 그는 “아마도 (박)해민 형 아닐까요. (신)민재보다 빠른 것 같아요”라고 귀띔했다.

염경엽 감독 ‘스몰 볼’ 아닌 ‘빅 볼’ 추구

과감성의 또 다른 예는 3-0(스리볼 노스트라이크)에서 타격하는 거다. 오지환은 9월 9일 광주 KIA전에서 6회 볼카운트 3-0에서 통렬한 3루타를 터뜨려 2타점을 올렸고, LG는 12-2로 대승했다. 오지환은 “전적으로 벤치 사인, 즉 감독님의 생각이셨고, 저희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이었다고 했다. “스리볼에서는 한 개 기다린다 하는 게 고정관념일 수 있어요. 타자에겐 가장 좋은 볼을 편안하게 칠 수 있는 기회거든요. 안타가 나오면 상대에게 엄청난 데미지를 줄 수 있고요. 감독님은 스리볼에서 타격해 아웃됐다고 뭐라고 하신 적인 한 번도 없어요.”

물론 김현수처럼 무조건 한 개 기다리는 선수도 있다. 오지환은 “현수 형은 공 하나를 더 보면 투수를 공략할 수 있는 데이터가 늘어난다는 생각이죠. 감독님은 그 입장도 존중해 줍니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2009년에 입단해 15년째 쌍둥이 유니폼을 입고 있다. 올해 초 6년(2024~29) 124억원의 다년 계약을 맺어 ‘원 클럽 맨’ 가능성이 커졌다. 그는 “LG 팬들은 성적이 좋든 나쁘든 한결같이 저희를 응원해 주고, 가족처럼 아껴줍니다. 선수들은 진심으로 감사해야 합니다”고 말했다. 잠실 라이벌 두산 베어스는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올라 세 번 우승했다. LG 팬들은 부러운 눈길로 이웃집 잔치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이제 LG가 무대에 오를 차례다. 29년을 기다린 구단과 팬들의 절박함은 임계점에 달했다.

오지환에게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짓는 마지막 순간을 생생하게 그려보라고 했다. “우리 관중석은 전부 유광점퍼(LG의 상징인 광택 점퍼)를 입고 있을 겁니다. 모두 울고 계실 거고요. 저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네요. 정말 죄송합니다. 우리가 챔피언입니다. 이제 앞으로 나오셔도 됩니다. 더 많이 웃고 더 많이 행복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보석’ 오스틴·20홈런 포수 박동원…‘무간지옥 타선’ 맹위

LG 트윈스의 복덩이 오스틴 딘. [연합뉴스]

LG 트윈스의 복덩이 오스틴 딘. [연합뉴스]

홍창기-신민재-김현수-오스틴-오지환-박동원-문보경-문성주-박해민. 최근 LG의 선발 타순이다. 리그 타격 2위 홍창기, 도루 1위 신민재부터 ‘문보물’ 문보경, 10년 연속 20도루를 달성한 박해민까지…. 쉬어갈 곳이 없다. 상대 입장에서는 ‘무간지옥(쉴 틈 없이 고통을 주는 지옥) 타선’이다.

올 시즌 홈런 20개를 터뜨린 박동원. [뉴시스]

올 시즌 홈런 20개를 터뜨린 박동원. [뉴시스]

올해 합류한 두 선수가 특히 눈길을 끈다. 1루 또는 지명타자를 맡는 메이저리거 오스틴 딘, 그리고 대형 포수 박동원이다. 오스틴은 3할을 넘는 정교한 타격에다 종종 장타도 터뜨린다. 몸을 아끼지 않는 허슬 플레이를 보여주고, 팬들에게도 친절해 ‘한국형 용병’으로 불린다. 오지환은 “야구 실력에 인성, 팬서비스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어요. 야구를 정말 잘 배운 선수라 우리 팀에 진짜 보석이 들어왔지요”라고 칭찬했다.

박동원은 타격 폼이 좀 투박하지만 엄청난 파워를 자랑한다. 벌써 홈런 20개를 터뜨려 ‘시즌 20홈런’을 넘긴 세 번째 LG 포수가 됐다. 경험이 적은 투수들을 잘 다독이고, 도루 저지율도 높다. 박동원의 동기인 오지환은 “동원이는 30홈런도 칠 수 있는 능력자죠. 투수와 야수 사이에서 중심을 잘 잡아줍니다. 동원이의 영입은 ‘신의 한 수’였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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