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담배 발암물질 70개 중 한국은 8개만 표기…2년 후 전부 공개될듯

중앙일보

입력

담배에 포함된 유해 성분을 공개하는 법안이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편의점에 진열된 담배. 뉴스1

담배에 포함된 유해 성분을 공개하는 법안이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서울 시내 편의점에 진열된 담배. 뉴스1

담배에 포함된 유해 성분의 종류와 양을 공개하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담배유해성분공개법)이 지난 3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을 넘은 데 이어 21일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입법 가능성이 커지면서 10년간 끌어온 해묵은 논쟁에 종지부가 찍힐 전망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담배 연기에는 7000여가지 화학물질, 70여가지 발암 물질이 들어있다. 이중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담뱃갑에 표기하도록 한 물질은 타르와 니코틴을 포함해 8가지 성분뿐이었다. 이는 연초 담배에만 해당하며,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는 이마저도 표기하지 않아도 돼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족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법사위를 통과한 법안은 담배 제조사가 2년마다 모든 판매 제품에 대한 유해성분의 함유량을 검사기관에 의뢰해 결과서를 발급받고, 이를 식품의약품안저처에 제출하도록 했다. 보고를 받은 식약처는 담배 품목별 유해성분에 관한 정보를 누구든지 쉽게 볼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하고, 제조사가 협조하지 않으면 해당 제품을 회수·폐기할 수 있다. 법안이 본회의까지 통과하면 공포 후 2년의 준비 기간 뒤에 시행된다.

담배 성분 공개와 관련된 법안은 19대 국회 때인 2013년부터 10년여간 꾸준히 발의됐지만, 정부 부처들이 주도권 다툼을 거듭하며 번번이 통과가 좌초돼왔다. 이번에도 기획재정부가 보건복지부 소관의 새 법안이 아니라 기재부 소관인 ‘담배사업법’에 관련 내용을 담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표류 위기를 맞았었다. 하지만 담배산업 발전에 관한 법(담배사업법)에 유해성 관리에 관한 조항이 들어가는 것은 어색하다는 지적에 따라 복지부 소관으로 최근 정리되면서 심사 절차가 급물살을 탔다.

한국의 담배 유해성분 공개는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한참 늦었다. 미국, 유럽연합(EU) 등 대부분의 주요 국가들은 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에 따라 이미 담배 성분 함량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한국도 2005년 FCTC 비준을 완료했지만, 18년간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던 셈이다.

담해유해성분공개법이 통과돼도 합성 니코틴을 사용하는 액상형 전자담배는 담배로 분류되지 않아 규제를 피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행 담배사업법상 담배란 ‘연초의 잎을 원료로 제조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모든 전자담배에 성분 공개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민경 인하대 의과대학 교수는 지난 20일 개최된 ‘2023년 금연정책포럼’에서 “니코틴 함량 1% 미만인 액상형 전자담배는 규제가 사실상 없다”며 “기기를 포함해 모든 니코틴 전달 시스템을 ‘담배’로 정의하고 성분 공개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