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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황제' 머독 은퇴…"흑인차별 잘했다"던 장남이 승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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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퍼트 머독 뉴스코프·폭스코퍼레이션 회장이 오는 11월 은퇴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루퍼트 머독 뉴스코프·폭스코퍼레이션 회장이 오는 11월 은퇴한다고 21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디어 황제' 루퍼트 머독(92)이 은퇴한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머독이 오는 11월 뉴스코프와 폭스코퍼레이션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보도했다. 후임으론 현재 머독과 뉴스코프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장남 라클런 머독(52)이 낙점됐다. 머독은 안정적인 승계를 위해 사임 뒤에도 당분간 명예회장으로 남는다. CNN은 "(머독의 은퇴로) 내년 미국 대선 등 영미권 정치계에도 파장이 일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70년 동안 머독은 미국·영국·호주 3개국에 '미디어 제국'을 세우며 영미권 전역의 언론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미국 WSJ·뉴욕포스트와 영국 더선·타임스, 대형 출판사인 하퍼콜린스 등의 모회사인 뉴스코프와 폭스뉴스·폭스스포츠 등이 속한 폭스코퍼레이션 등을 보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그는 미국 정치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며 누군가에겐 영웅이, 또 다른 누군가에겐 버림받은 존재가 됐다"며 "정계에 진출한 적이 없지만, 정치인들은 그의 지지를 애타게 바랐다"고 전했다.

젊은 시절의 루퍼트 머독의 모습. 머독은 1952년 호주 지역 신문사에서 시작해 영어권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재벌이 됐다. 중앙DB

젊은 시절의 루퍼트 머독의 모습. 머독은 1952년 호주 지역 신문사에서 시작해 영어권 전역에 영향을 미치는 미디어 재벌이 됐다. 중앙DB

호주 출신인 머독이 언론계에 처음 발을 들인 건, 1952년 아버지 키스 머독이 사망하면서다. 옥스퍼드대에 재학 중이었던 그는 아버지가 운영하던 호주의 지역 신문 '뉴스 리미티드'를 물려받았다. 그는 자극적인 가십과 연예계 소식을 강화해 신문 판매 부수를 크게 늘렸고, 이어 다른 소규모 언론사를 인수·합병하며 회사 몸집을 불렸다. 이후 기세를 몰아 미국·영국에 진출해 주류 언론까지 접수했다.

머독은 신문에 애정이 깊었지만, 80년대 들어선 방송에도 관심을 보였다. 84년 포춘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앞으로 전자시대가 도래하면 엔터테인먼트 콘텐트를 제작하는 선수가 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20세기 폭스를 인수하고 폭스뉴스를 내놓으며 방송·영화계까지 영역을 확장했다.

미국 폭스뉴스는 2015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가짜뉴스와 우익 선전의 본거지가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AP=연합뉴스

미국 폭스뉴스는 2015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가짜뉴스와 우익 선전의 본거지가 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AP=연합뉴스

폭스뉴스의 성공은 그의 대표적인 업적이다. 폭스뉴스는 보수 색채를 강하게 드러내며 케이블 뉴스 중 시청률·수익 모두 1등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5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 가짜뉴스와 우익 선전의 본거지가 됐다는 비판도 받았다. CNN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기후문제와 관련해 수많은 음모론이 폭스뉴스를 통해 양산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결과를 사기라고 주장하며 개표기 조작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던 건 큰 패착으로 평가된다. 결국 폭스뉴스는 개표기 업체에 7억 8750만 달러(약 1조 400억원)를 배상하게 됐다.

루퍼트 머독의 후임으론 장남 라클런 머독(52)이 낙점됐다. 그는 아버지처럼 보수 성향을 띠는 것으로 평가된다. AP=연합뉴스

루퍼트 머독의 후임으론 장남 라클런 머독(52)이 낙점됐다. 그는 아버지처럼 보수 성향을 띠는 것으로 평가된다. AP=연합뉴스

장남 라클런이 후임으로 결정되면서 머독가(家)의 매체들은 보수 성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후문제 등에 관심을 보이며 진보적 행보를 보였던 동생 제임스 머독(51)과의 경영권 승계에서 라클런이 이긴 것도, 아버지와 비슷한 보수 성향을 띠기 때문이라고 CNN은 분석했다.

라클런은 폭스뉴스 앵커가 흑인 차별적인 발언을 할 때마다 "잘했다"고 문자를 보냈고, 호주에서 동성 간 결혼을 옹호한 기자를 해고했다. WSJ에 따르면, 그는 어렸을 때부터 신문 읽는 것을 좋아했고, 아버지와 정치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

하지만 한동안 아버지 머독의 영향력이 계속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 내년에 미 대선, 영국 총선 등 정치적 빅이슈가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머독 역시 구성원들에게 보내는 e메일에서 "아이디어 회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며 회사 경영에 개입할 여지를 남겼다.

머독은 네 명의 배우자들과 총 여섯 명의 자녀를 뒀다. 포브스에 따르면, 올해 그의 재산은 173억 달러(약 23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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