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첫 영리병원 논란 일던 제주 그 터에 200병상 민간병원 추진

중앙일보

입력

내년 1월 개원 목표...7개과 전문의 배치

비영리병원인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서는 옛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비영리병원인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서는 옛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국내 첫 투자개방형(영리)병원으로 추진되던 녹지국제병원 자리에 200병상 규모의 비영리 민간병원이 개원 절차에 들어갔다. 병원명은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이다. 개원 목표는 내년 1월이다. 고급 건강검진센터를 주축으로 내외국인 일반 외래 환자의 치료까지 겸한다는 복안이다. 병원 운영측인 ㈜디아나서울은 22일 “비영리병원인 우리들녹지국제병원 개원을 위해 11월11일부터 업무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디아나서울은 국내 리조트 업체인 우리들리조트의 자회사다.

병원은 약 200병상 규모로 꾸려진다. 최신 진단의료기기를 갖춘 시니어 건강검진센터를 비롯해 내과, 가정의학과, 신경과, 내분비내과, 피부과, 성형외과, 진단검사의학과, 영상의학과 등 7개과의 전문의들이 배치된다. 또 난치병 개인맞춤 치료를 위해 첨단재생의료기관 지정을 준비하고 세포치료센터와 유전자분석센터도 운영할 예정이다. 디아나서울은 병원운영에 첨단 기술인 대체불가능토큰(NFT) 발행 기술도 접목한다. 제주 우리들녹지국제병원과 제주의 박물관, 미술관 등 관광지를 연결하는 이른바 ‘우리들NFT상품권’을 발행해 제주 방문 관광객이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복안이다. 김수경 디아나서울 회장은 “그간 중국, 일본, 대만, 베트남, 태국, 방글라데시의 기관 및 기업들과 함께 의료관광 및 아시아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해왔다”며 “제주만의 장점을 살려 다양한 국적의 환자를 유치해 의료관광을 극대화하고 지역사회에 최고 수준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했다.

첫 영리병원 개원하려다 행정과 소송전

비영리병원인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서는 옛 제주 녹지국제병원 실내 모습. 최충일 기자

비영리병원인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서는 옛 제주 녹지국제병원 실내 모습. 최충일 기자

이 병원 건물은 당초 국내 첫 투자개방형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을 개원하려다 수년간 방치돼 있었다. 그간 중국 루디((綠地)그룹 자회사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녹지제주)는 개원에 반대하는 제주도 행정 당국과 소송전을 벌여왔다. 녹지제주는 2015년 6월 보건복지부의 사업계획 승인을 근거로 2017년 8월 28일 제주도에 개설허가를 신청했으나 국내 첫 투자개방형 병원 개원에 부담을 느낀 제주도가 수차례 허가 결정을 미루다 2018년 12월 5일 내국인 진료를 제한한 조건부허가를 결정했다. 이때 녹지제주는 ‘내국인 진료금지’ 조건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제주도를 상대로 허가조건 취소 소송을 냈다. 이어 2019년 4월 제주도는 녹지제주가 의료법상 개원 시한(허가 후 90일 이내)을 어겼다는 이유로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이와 관련해 녹지제주는 추가로 제주도를 상대로 병원 개설 허가 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까지 제기했다. 결국 ‘내국인 진료금지 허가 조건 취소 소송’은 대법에서 제주도가 최종 승소했고, ‘병원 개설 허가 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은 녹지제주가 최종 승소했다.

녹지제주 본사, 디아나서울에 지분 넘겨 

비영리병원인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서는 옛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비영리병원인 우리들녹지국제병원이 들어서는 옛 제주 녹지국제병원 전경. 최충일 기자

사실상 투자개방형병원 운영이 어려워진 녹지제주의 본사 루디그룹은 지난해 1월 29일 디아나서울에 병원 건물과 토지 소유권을 넘겼다. 현재 디아나서울이 병원 지분의 약 75%, 루디그룹이 나머지 25%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루디측은 향후 외국인 환자를 유치하는 역할을 이어간다. 중국 루디그룹이 전액 투자해 추진했던 녹지국제병원 건물은 헬스케어타운 내 부지 2만8002㎡에 연면적 1만8223㎡에 778억원을 들여 2017년 7월 완공됐다. 완공 한달 뒤(8월) 당시 47개 병상과 성형외과·피부과·내과·가정의학과 등 4개 진료과목에 134명의 직원을 뽑고 개원을 진행하다 멈춰 섰다. 녹지국제병원은 국내 최초로 시도된 투자개방형 병원이었다. 영리병원으로도 불리는 투자개방형 병원은 투자자 자본으로 운용해 수익이 발생하면 이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의료서비스의 품질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건강보험 체제를 무너뜨릴 수 있고 의료비 폭등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