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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만에 바뀐 워싱턴 분위기…젤렌스키 "지원 없으면 진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부를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을 찾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부부를 조 바이든 대통령(오른쪽)과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맞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00일을 맞아 지난해 12월 21일 철통 보안 속에 깜짝 방문한 지 9개월만이다.
하지만 이번에 찾은 워싱턴은 '민주주의 수호자'로 열렬한 환영을 받았던 지난 방문 때와는 달랐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함께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부부를 맞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주요 7개국(G7) 및 다른 파트너와 함께 우크라이나의 장기적인 안보를 보장한다는 약속을 공식화한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안심시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어린이와 가족, 가정, 또 세계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우리 동맹을 강화하려고 왔다"며 이번 워싱턴 방문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양국은 정말로 진정한 동맹"이라며 지금까지 미국의 지원에 감사를 표했다.

그러나 이보다 앞서 찾은 의회에서의 분위기는 지난 방문 때와 상당한 온도 차가 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약속한 240억 달러 규모의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받기 위해 통과해야 하는 관문인 하원으로 먼저 향했다.
보통 외국 정상이 오면 하원의장이 직접 맞는 게 관례지만,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대신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이했다.
매카시 의장은 지난 방문 때와 달리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회 연설 요청도 거부했고, 만남은 비공개로 진행했다.

미 언론은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하라는 공화당 강경파의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내년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 문제까지 직면한 그가 카메라 앞에서 웃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매카시 의장은 의회 연설을 허락하지 않은 이유에 관해 묻는 기자들 말에 "지금 우리 상황을 봐라. 그럴 시간이 있느냐?"고 말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매카시 의장은 면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미국의 지원이 제대로 사용되는지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를 해소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료 의원들에게 우크라이나의 승리를 설득할 수 있게 정보를 달라고도 했다.

이날 폴리티코에 따르면 공화당 강경파 하원의원 23명과 상원의원 6명은 이날 백악관에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반대하는 서한을 보냈다.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출구 계획이 무엇인지 답하지 못하면 240억 달러를 내줄 수 없다"는 주장이었다.

21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의 미 의회 상원 방문 때는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나와 맞이했다. EPA=연합뉴스

21일(현지시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가운데)의 미 의회 상원 방문 때는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오른쪽)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나와 맞이했다. EPA=연합뉴스

다만 마이클 매콜 하원 외교위원장(공화)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뒤 기자들에게 이런 강경파 입장이 공화당 주류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는 것에 대해 당 내 반대가 크지 않으며 240억 달러 추가 지원안도 승인될 것이라고 봤다.

상원에서는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와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함께 나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맞았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의회에서 50여 명의 의원과 연쇄 면담을 했다. 그가 특히 지원해달라고 강조한 무기는 방공 무기와 에이태큼스(ATACMS) 지대지 미사일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거리가 300km에 이르는 에이테큼스는 전선 후방의 러시아 주요목표를 타격하기 위해 필요한 무기다.

슈머 원내대표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면담에서 "우리가 지원받지 못하면 전쟁에 질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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