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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전도사도 근로자일까…퇴직금 안 준 목사에 대법 판단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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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근무한 교회 전도사에게 임금과 퇴직금을 주지 않은 담임목사에 대해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교회업무가 유일한 생계 수단이던 해당 전도사는 근로자에 해당하고, 이는 종교적 특성과 무관하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교회 전도사의 임금 7995만원과 퇴직금 1758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된 담임목사 A씨에 대해 벌금 500만원을 지난달 31일 확정했다.

본인 운영 교회에 전도사 업무 시켜 

강원도 춘천의 교회 담임목사인 A씨는 신학교를 졸업한 전도사 B씨를 선임해 2012년 10월~2018년 6월까지 사역활동을 하게 했다. B씨는 주6일, 오전 8시 20분부터 오후 6시까지 행정업무 등을 하고, 오전 4시~7시엔 새벽기도회에 참석하는 신도들을 위해 차량을 운전했다. A씨는 사례금 명목으로 B씨에게 돈을 지급했다. 초기에는 월 110만원, B씨가 일을 그만둘 시점엔 매달 140만원이었다.

두 사람 사이에 근로계약서는 작성되지 않았다. 다만 B씨는 교회에 지원할 때 “목사님이 원하지 않는 어떤 활동도 하지 않겠다. 평생 선교에 헌신하고 연봉제로 시무하는 것에 동의한다. 승인 없이 타 업무에 종사하지 않는다”는 서약서를 제출했다. 1심은 이 서약서를 근거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약서에 구체적인 근로조건이 없고, 종교 업무는 본질적으로 봉사활동이어서 B씨가 받은 돈은 임금이 아니라 사례비 성격이라는 것이었다.

전도사 '직장가입자' 등록… 대법 "근로자 맞다"

하지만 2심은 A씨에게 벌금 700만원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사업자등록을 마쳤고, 사례금으로 지급한 돈을 원천징수 했으며, B씨가 국민연금 및 건강보험에 직장가입자로 등록된 점에 비춰 두 사람을 사용자와 근로자 관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최저임금에 따라 산정된 시간외 근로수당, 연차유급휴가 미사용 수당과 퇴직금을 B씨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면서 “A씨가 B씨에게 준 급여는 사례금이 아니라 생계수단”이라고 판결문에 썼다. 또 종교활동으로 근로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권리는 종교의 영역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A씨가 미지급한 수당 중 일부가 근로기준법 위반 공소시효(3년)가 지났다는 점을 들어 지난해 6월 파기환송했다. 파기환송심에선 A씨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리고 대법원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을 위반한 고의성, 근로자성 판단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이를 그대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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