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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인은 정말 가난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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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한국의 노인 빈곤율이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등 자산이 다른 연령 대비 비교적 많은 노년층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소득만을 따진 빈곤율에는 착시 현상이 있다는 얘기다. 소득 수준만을 고려한 노인 빈곤율 자체도 떨어지는 추세다. 이에 65세 이상 인구 중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기준을 손볼 때가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65세 이상 고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37.6%다. 전체 노인 중 소득수준이 중위소득의 50% 이하인 사람의 비율을 따진 것이다. 노인빈곤율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엔 상대적 빈곤율이 46.5%였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고령자의 소득 자체도 증가하는 추세다. 고령 취업자 비중이 늘어난 데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 제도가 자리 잡으면서 연금 수급자 또한 증가한 영향이다. 65세 이상 가구주의 연간 소득은 2016년 평균 2816만원에서 2021년엔 3749만원으로 늘었다. 지난달 65세 이상 취업자 수는 367만9000명, 고용률은 38.7%로 10년 전인 2013년 같은 달(197만3000명·32.6%)보다 취업자 수와 고용률 모두 크게 늘었다.

차준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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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난 2008년 도입된 기초연금의 지급 기준(65세 이상 인구 중 소득 하위 70%)은 그대로다. 지급액은 꾸준히 늘었다. 지난 2008년 10만원으로 시작한 기초연금(당시 기초노령연금) 지급액은 내년엔 1인당 33만4000원에 달한다. 노인빈곤율은 10년 새 약 10%포인트 줄었지만, 기초연금 수급자 비율(70%)은 그대로다 보니 소득이 비교적 많은데도 기초연금을 받는 고령층이 증가하는 구조다.

월 소득 87만원 미만(단독가구 기준)만 받던 기초연금 수급 기준은 2023년엔 202만원으로 확대됐다. 월 소득이 200만원이 넘더라도 ‘가난한 노인’으로 분류돼 매달 30만원대의 기초연금을 받는다는 뜻이다. 최옥금 국민연금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7차 회의에서 “이론상이긴 하지만 근로소득만 있다고 할 때 월 397만원을 벌어도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득액을 산정할 때 월 108만원까지의 근로소득은 공제되고, 공공일자리로 인한 소득은 전액 공제되는 것 등을 반영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여기에 자산까지 고려해 계산하면 노인 빈곤율은 더 떨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온다. 류근관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전 통계청장)가 지난 6월 한국경제학회·한국통계학회 포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보유 자산이 전 국민 기준 상위 4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중 소득이 하위 40%인 비중은 45.2%에 달했다. 자산이 비교적 많아도 소득이 적어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노인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많다는 얘기다. 65세 미만에선 상위 40%에 해당하는 자산가이면서 소득이 하위 40%인 비중이 10.2%에 불과하다.

또 보건사회연구원이 2017년 발표한 ‘다양한 노인빈곤지표 산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자산 등을 고려했을 때 65세 이상 중 실제 가난하다고 볼 수 있는 건 21%다. 당시 소득 기준 노인빈곤율은 46%가량이었는데 이 중 절반 이상은 부동산 자산 등을 고려할 때 빈곤선을 넘어선다는 게 연구원의 추산이다. 2021년 기준 60대 인구 중 주택 소유자 비중은 46.9%, 70세 이상은 43%로, 전체 연령대(30.1%)보다 높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층은 전반적으로 가난하다기보다 양극화가 심각하다는 게 진짜 문제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처럼 일부 어려운 고령층을 집중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2014년 435만 명이었던 기초연금 수급자는 고령 인구 증가로 내년엔 700만 명에 육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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