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체포·해임·탄핵…하루에 ‘헌정사 초유의 안건’ 3건 줄줄이 통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 총리의 해임건의안은 재적 295표 중 가결 175표, 부결 116표, 기권 4표로 가결됐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가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차관(급)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한 총리의 해임건의안은 재적 295표 중 가결 175표, 부결 116표, 기권 4표로 가결됐다. 뉴스1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선 75년 헌정 사상 초유의 일이 세 번 연속 일어났다.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제1야당 대표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현직 검사 탄핵소추안이 이날 하루 잇따라 가결된 것이다.

긴장된 분위기에서 이날 오후 2시 시작된 본회의에선 ‘교권 회복 4법’ 등 여야 이견이 없는 안건을 먼저 처리한 뒤 핵심 안건을 잇따라 상정했다. 가장 먼저 표결에 부쳐진 한 총리 해임건의안은 표결에 참여한 295명 중 찬성 175명, 반대 116명, 기권 4명으로 가결됐다. 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이 대거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18일 민주당이 해임건의안을 제출한 뒤 국민의힘은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라며 반발해왔지만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해임건의안 제안 설명에서 “총리 해임건의안 처리가 무능력 해체의 시작이 될 것”이라며 찬성을 독려했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설명을 하던 중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자 김진표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설명을 하던 중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자 김진표 의장이 여야 원내대표들과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에서 총리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건 이번이 헌정 사상 처음이다. 제헌국회 이래 총 9건의 총리 해임건의안이 발의됐지만 그동안 가결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본회의 통과 직후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물타기 하기 위해 해임건의안을 도구로 삼는 민주당을 과연 대한민국의 공당(公黨)이라고 할 수 있느냐”며 “사법 리스크에 빠진 제1야당 대표가 초래한 희대의 비극이자 헌정사의 오점”이라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국회가 자신을 해임건의한 직후 약 10분간 총리실 간부들과 티타임을 갖고 “지금과 같이 업무에 임해달라”고 당부한 뒤 평상시처럼 일정을 소화했다고 한다. 한 총리 해임건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해온 대통령실도 이날 공식 입장 없이 “종전에 말씀드린 바와 같은 입장”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0회 국회(정기회) 제8차 본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한 총리 해임건의안 통과 직후 사상 초유의 제1야당 대표 체포동의안마저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자 본회의장엔 더욱 긴장감이 흘렀다. 민주당은 즉각 안동완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검사 탄핵소추안 표결에 나섰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 유우성씨를 보복 기소했다는 이유로 민주당이 이틀 전인 지난 19일 발의한 안건이었다.

표결에 앞서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은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에 더해 검사 안동완에 대한 탄핵소추안까지 표결이 이루어진다면 많은 국민들은 체포동의안에 대한 보복 탄핵이라고 의심할 것”이라며 탄핵소추안을 바로 표결하지 말고 법제사법위원회로 보내 조사하자고 주장했지만 소용없었다. 민주당 등 야당은 장 의원이 발의한 탄핵안 법사위 회부안을 부결시킨 뒤 곧바로 탄핵소추안 표결에 나섰다. 총 287표 중 찬성 180표, 반대 105표, 무효 2표로 여유 있는 가결이었다. 1999년 김태정 검찰총장 탄핵안이 상정됐을 때는 과반을 넘지 못해 부결됐지만 24년 만의 이날 검사 탄핵안은 속전속결 통과였다. 이로써 이날 세 번째 헌정 사상 초유의 일도 완성이 됐다.

여권은 일제히 반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정치적으로 명분도 없고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들을 민주당이 추진했다”며 “정치적 의도를 갖고 다른 이슈를 끌어들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장관도 본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수사에 대해 맞불 놓기 차원에서 탄핵을 하기로 한 다음 (해당 검사를) 골라 잡은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안 검사 탄핵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통해 최종 결정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