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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5% 고금리 장기화' 예고에 한국 주가ㆍ원화ㆍ채권 '트리플 약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44.77 포인트(1.75%) 하락한 2514.97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원화값은 전날보다 9.6원 하락한 1,339.7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뉴스1.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일 대비 44.77 포인트(1.75%) 하락한 2514.97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원화값은 전날보다 9.6원 하락한 1,339.7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뉴스1.

21일 한국 주가와 채권ㆍ원화값이 동반 하락했다. ‘트리플 약세’다. ‘매(통화 긴축)의 발톱’을 거두지 않는 미국 통화 정책 여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이달은 금리 동결을 택했지만, 연내 추가 금리 인상 등 5%를 웃도는 고금리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국내 금융시장에 반영된 것이다.

이날 코스피(2514.97)는 전날보다 1.75% 하락하며 2510선을 간신히 지켰다. 올해 가장 높았던 지난달 초(2667.07)와 비교하면 5.7% 급락했다. 코스피 하락세를 이끈 건 기관(-7211억원)과 외국인 투자자(-669억원)의 ‘팔자’ 행진이었다. 이날 개인투자자가 홀로 7672억원치 순매수에 나섰지만, 기관과 외국인투자자의 동반 매도세(7880억원)를 막진 못했다.

시가총액(시총) 상위 종목도 일제히 파란불(하락세)을 켰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우선주 제외) 가운데 LG화학(-4.72%)과 삼성SDI(-4.44%) 주가는 하루 사이 4% 이상 떨어졌다.

코스닥의 낙폭은 더 컸다. 코스닥은 2.5% 급락하며 860.68에 마감했다. 종가 기준 860선까지 하락한 건 지난 7월 10일(860.35) 이후 두 달 반 만이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주식뿐 아니라 채권과 원화값도 동반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68%포인트 상승한(채권값 하락) 연 4.031%에 거래를 마쳤다. 연중 최고 수치로,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으로 4% 선을 돌파했다.

원화값은 수퍼달러(달러 강세)에 장중 달러당 1342원 선까지 미끄러졌다. 장 막판 소폭 상승해 전날보다 달러당 9.6원 내린(환율 상승) 1339.7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원화값은 지난 8월 23일(달러당 1339.7원)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낮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국내 금융 시장의 투자심리가 위축된 건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던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 결과가 공개되면서다. 20일(현지시간) Fed는 이달 금리 인상은 쉬어가지만(동결), 추가 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Fed가 이날 공개한 위원들의 금리 전망(점도표)에서 연말 기준금리의 중간값을 5.6%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연 5.25~5.5%)를 고려하면 연내 한차례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시장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내년 최종 금리 전망이다. Fed는 내년 금리 수준을 5.1%로 지난 6월(4.6%)보다 0.5%포인트 높였다. 기존엔 내년 기준금리가 0.25%포인트씩 적어도 4번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2회로 줄며 인하 속도가 현저하게 둔화한 셈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상반기 (미국의) 금리 인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며 “이번 FOMC는 5%대 고금리 시대가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해석했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먼저 영향을 받은 건 미국 시장이다. 20일 뉴욕증권거래소에서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1.53% 내린 1만3469.13으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0.22%)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0.94%) 도 하락했다. 미국 국채가격도 급락(금리 상승)했다. 이날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2007년 10월 이후 처음으로 연 4.4% 선을 넘어섰다.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매파적 색채’를 띤 이번 FOMC 결과는 당분간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불쏘시개는 고금리 장기화 우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기준금리가) 5%를 웃도는 고금리가 내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장에 반영됐다”면서 “고금리 환경이 지속하면 국내에서도 기업이나 가계가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며 경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은 “달러 강세로 원화가치가 달러당 1340원 선 아래로 밀려나면 본격적인 외국인투자자의 한국 증시의 이탈이 나타날 수 있다”며 “당분간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여파는 국내 주식시장에 부담이 될 수 있어 시장 흐름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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