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 조은석 수사에 "참담하다"…감사위원, 최재해 면담 요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감사원이 조은석 감사위원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사진은 2017년 8월 서울고검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던 조 위원의 모습. 김경록 기자

감사원이 조은석 감사위원을 대검찰청에 수사 요청했다. 사진은 2017년 8월 서울고검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던 조 위원의 모습. 김경록 기자

“참담한 심정이다. 어떠한 말도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 20일 감사원 사무처가 조은석 감사위원을 수사 요청한 사실이 알려진 뒤 한 감사위원이 전한 심정이다. 사무처는 지난 6월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 보고서 의결 과정에서 감사를 방해 및 지연(직권남용·업무방해·강요)하고 감사 사실을 유출(공무상 비밀누설)한 혐의로 조 위원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감사원장이 지휘하는 사무처가 감사위원 비위 의혹을 검찰에 전한 건 감사원 역사상 처음이다. 감사원은 사무처의 감사 결과를 감사원장을 포함한 7인의 감사위원이 의결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이명박 정부(MB)에서 은진수 전 감사위원이 검찰 수사를 받았지만, 개인 비리였고 사무처의 조치 전 사의를 표명했었다.

최재해 감사원장과 조 위원을 제외한 5명의 감사위원은 하루 앞선 19일 사무처로부터 수사 의뢰 사실을 전해 듣고 간담회를 열었다고 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또 다른 감사위원은 “최 원장에게 수사요청과 관련한 구체적 내용을 전해 듣지 못했다”며 “조 위원 혐의는 언론 보도를 보고 알았다. 최소한의 내부 논의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날 감사위원들은 수사 의뢰 경위에 대한 논의 필요성에 공감하며 최 원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자신들도 참여한 감사 심의 과정에서 벌어진 사안에 대한 수사라는 점도 면담 요청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하지만 최 원장이 부산에서 열리는 아시아 감사원장회의에 참석하며 불발됐다. 위원들은 내주 중 최 원장 면담 일정을 다시 잡겠다는 입장이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이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무처는 지난 6월 9일 전현희 전 권익위원장 감사 결과 발표 뒤 ‘내부 논의사항 유출 등에 대한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 사안을 조사해왔다. 당시 사건 주심이었던 조 위원과 유병호 사무총장은 전 전 위원장의 비위 의혹에 대해 엇갈린 입장을 취했다. 조 위원은 “개인 책임을 물을 사안이 아니며, 무고 성격이 있다”고 했고, 유 총장은 “중대 비위”라 맞섰다. 결국 개인 책임은 묻지 않되, 권익위에 기관 주의를 내리고 사무처가 전 전 위원장의 비위라 주장한 감사 내용을 명시하는 방식으로 보고서가 공개됐다. 하지만 그 뒤 조 위원이 “감사 위원의 최종 결재 없이 보고서가 배포됐고, 수정 요청도 반영되지 않아 무효”라 주장하며 유 총장과 또 충돌했다. 유 총장은 6월 말 국회에 나와 “그분이 단군이래 (보고서를) 가장 많이 열람했다. 위원회 의결되지 않은 것도 직원을 강요하고 기망해서 많이 고쳤다”고 반박했다.

지난 6월 9일 전현희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감사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 연합뉴스

지난 6월 9일 전현희 당시 국민권익위원장이 감사원의 최종 감사 결과 발표를 앞두고 감사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던 모습. 연합뉴스

사무처는 내부 조사 결과 조 위원에 대한 수사 필요성이 충분하단 입장이다. 조 위원이 전 전 위원장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주장을 펼치며 감사보고서 공개를 위법하게 막으려 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번 수사 요청이 전 전 위원장 표적감사 의혹과 관련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감사원 압수수색에 대한 반격의 성격이 있단 말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감사원 내부선 ‘당할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가 있다”고 했다. 조 위원은 수사 의뢰에 대해 “실소를 금치 못한다”며 “잘못된 행태에 상응하는 실효적이고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