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진정 국면에 접어든 뒤 처음 맞는 가을이다. 전국 방방곡곡이 축제 준비로 들썩인다. 한데 가을이 더디 오고 있다. 기상업체 케이웨더는 올가을 단풍이 예년보다 닷새가량 늦는다고 전망했다. 단풍, 억새, 코스모스처럼 차분한 가을 색채를 만끽하려면 조금 더 기다려야 하겠다. 하여 먹거리가 주인공인 축제 8개를 엄선해 소개한다. 남당항 대하, 금산 인삼, 임실 치즈 등 제철 먹거리와 지역 특산물이 나들이객을 기다린다.
음식 가격 미리 알고 가자
축제 방문객의 가장 큰 관심은 먹거리다. 하나 어느 축제를 가나 비슷한 음식에 실망하기 일쑤고 바가지 상술로 눈살을 찌푸리는 경우도 많다. 지난 6월 경북 영양 산나물축제에서는 과자 한 봉지를 7만원에 팔아 입길에 올랐다. 다른 축제도 바가지로 유명세를 치렀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7월부터 먹거리 가격을 미리 알려주는 ‘먹거리 알리오’ 캠페인을 시작했다. 한국관광공사 박대영 지역관광콘텐츠팀장은 “캠페인 동참 축제는 개최 일주일 전 음식 가격을 공사 축제 홈페이지에 공개한다”고 말했다.
대하가 제철이다. 이달 9일 개막한 ‘홍성 남당항 대하축제’가 10월 15일까지 이어진다. 전어, 꽃게도 제철이니 함께 맛보면 좋겠다. 간단한 상식. 자연산 대하는 살아서 펄떡이지 않는다. 잡으면 바로 죽는다. 살아 있는 건 양식한 흰다리새우다. 그러나 자연산이라고 맛이 낫진 않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식당에서 새우 소금구이를 먹으면 1㎏ 5만원, 포장은 3만5000원. 모든 식당이 동일하다.
‘김제 지평선축제(10월 5~9일)’는 축제장에서 파는 음식 가격이 모두 1만원 이하라고 발표했다. 지난 6월 지역 특화 음식 경연대회에서 대상을 거머쥔 소고기삼채 육개장(9000원)을 비롯해 다양한 지역 음식을 판다. 지평선축제에서는 드넓은 평야를 수놓은 팜 아트, 공군 비행쇼, 농악공연 등을 보고 질 좋은 쌀로 만든 밥과 지역 음식을 맛볼 수 있다. 남도 음식을 두루 맛보고 싶다면, 전남 여수로 가보시라. 10월 6~8일 여수세계박람회장 일원에서 ‘남도음식문화큰잔치’를 연다. 호남 지역 명인이 만든 음식을 전시하고 각 시군을 대표하는 음식도 맛볼 수 있다.
명품 치즈 만들고 독일 맥주 맛보고
건강을 챙기는 축제도 많다. 고려인삼의 본산이라 자부하는 충남 금산에서는 ‘세계인삼축제(10월 6~15일)’가 열린다. 인삼 캐기 체험을 하고, 인삼을 활용한 음식도 맛볼 수 있다. 지리산 자락의 청정 고장인 경남 산청에서는 한방약초축제(10월 6~10일)가 개최된다. 약초 달이기, 족욕 등 건강 체험 행사가 다채롭다.
이국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축제는 어떨까. 경남 남해 독일마을에서는 독일의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를 연상시키는 맥주축제(10월 6~8일)를 개최한다. 남해 독일마을은 1960~70년대 파독 광부와 간호사가 은퇴 후 정착한 보금자리다. 축제 때는 독일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퍼레이드와 공연을 감상하고 온갖 종류의 맥주와 독일식 소시지를 먹는다. 커피 도시 강원도 강릉에서는 ‘강릉커피축제(10월 12~15일)’를 연다. 강릉을 비롯한 전국 유명 카페의 커피를 시음하고 세미나도 들을 수 있다.
치즈의 고장 전북 임실에서는 ‘임실N치즈축제’가 10월 6~9일에 열린다. 임실은 한국 최초의 치즈 공장이 들어선 곳이다. 벨기에 출신의 지정환 신부(1931~2019)가 1960년대 가난한 지역 농가를 돕기 위해 유럽의 치즈 공법을 들여왔다. 아이가 좋아할 만한 체험거리가 다채롭다. 대형 치즈, 피자 등을 만들고 고급 치즈도 저렴하게 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