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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황원묵의 과학 산책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TV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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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부 교수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대 생명공학부 교수

밤하늘에 빛나는 달은 예로부터 온갖 관심과 상상의 대상이었다. 어렸을 적 차 타고 갈 때 달이 자기만 특별대우 해주듯이 따라오고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을 것이다. 어린 마음은 달과 개인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 더 넓게 달은 세계 곳곳 문화예술의 모티브가 되어 왔다. 정월 대보름과 한가위 달도 새로운 시작과 수확의 시기를 나타내는 신호등 역할을 한다. 한편, 지구의 유일한 자연 위성인 달은 과학 연구 대상이다. 멀리서 관측하는 것 외에 이제는 달에 로봇이나 인간을 보내고 훗날 기지를 건설하는 것도 꿈꾼다.

과학 산책

과학 산책

감성과 과학연구 대상으로서 달은 수동적인 느낌을 주지만 지구도 달의 영향을 받는다. 바닷가 조석이 뚜렷한 예다. 달에 의한 중력이 바닷물을 끌어당기며 나타난다. 아무리 과학시간에 배웠어도 실제 해변에 가면 볼 때마다 신기하다. 달로부터의 중력은 바닷물만 아니라 개개인도 당긴다. 60㎏ 체중의 사람에 미치는 달의 중력은 0.002N(뉴턴)이다. 비교하자면 태양으로부터의 중력은 이보다 170배 크고, 지구는 무려 590N의 힘으로 이 사람을 당긴다. 미미하지만 0.002N의 힘을 내려면 우리 몸속 운동 단백질 6억개가 뛰어야 한다. 우리도 수동적으로 끌리고 있지만 않다. 고전역학의 작용-반작용의 법칙에 따라 우리도 정확히 같은 힘으로 달을 끈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 선생은 달을 인류에게 가장 오래된 TV라고 했다. 선사시대건 현대건 어두운 밤하늘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며 상상의 날개를 펴는 대상이었다. 21세기 들어서는 하늘이 아니라 손바닥에서 빛나는 휴대폰에 관심과 시선이 더 집중되는 것 같다. 하지만 무심하면서도 다정한 달은 아랑곳없이 뜨고 그 매력은 감소하지 않았다. 잠시나마 쳐다보며 서로 은은히 끌고 당기는 힘을 생각하면 어렸을 적 차 속의 나를 따라오던 친구처럼 느껴지며 여유와 푸근함을 준다.

황원묵 미국 텍사스 A&M 생명공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