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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나빠진 신세계…백화점·이마트 수장 동시교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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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변화와 쇄신, 시너지 강화, 성과 극대화-’.

첫 9월 정기 인사이자 예년보다 한 달 정도 앞당긴 신세계그룹의 내년도 임원 인사 키워드다. 이런 기조에 맞춰 그룹 양대 축인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대표를 동시에 전격 교체했다. 급변하는 소비문화와 이커머스 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이다. 어느 때보다 강도 높은 ‘신상필벌’ 인사로 유통업계에 긴장감이 감돈다.

박주형

박주형

20일 신세계그룹은 내년도 정기 임원 인사에서 백화점 부문인 신세계 대표에 박주형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내정했다고 밝혔다. 박 대표 내정자는 백화점·이마트·센트럴시티 등 다양한 사업군에서 기획·전략 등을 담당했다. 이마트 대표에는 그룹 전략실 출신의 한채양 조선호텔앤리조트 대표가 내정됐다.

박 대표 내정자는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 대표를 겸하며 한 대표 내정자는 이마트 외에도 이마트에브리데이(기업형 슈퍼마켓), 이마트24(편의점) 대표를 맡는다. 오프라인 유통 채널 3개를 한 명의 대표가 담당하는 방식으로 묶어 시너지를 강화한다는 취지다.

2019년 컨설팅 기업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영입한 기존 강희석 이마트·쓱닷컴 대표는 실적 악화와 2021년 G마켓 인수 후 성과 부진 등으로 물러나게 된 것이라고 전해졌다. 이마트는 올 상반기 매출에서 쿠팡에 뒤졌다. 올해 2분기에만 53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여기에 G마켓 인수 비용 조달에서 발생한 부담은 이마트의 어깨를 짓누르는 상황이다. 기존 손영식 신세계 대표는 상품기획 전문가로 신세계백화점의 명품 경쟁력 강화에 공을 세웠지만 코로나19 이후 명품 판매 침체와 중국 관광객 감소 등으로 자리를 넘기게 됐다.

한채양

한채양

이번 인사에서 그룹 내 대표 25명 중 9명(36%)이 교체됐다. 신세계푸드와 신세계L&B를 송현석 신세계푸드 대표가, 신세계프라퍼티와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임영록 신세계프라퍼티 대표가 겸직하도록 하는 등 겸직 대표가 많아졌다. 신세계 측은 “이런 통합 대표 체제로 조직 역량을 결집하고, 시너지와 성과 창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표뿐 아니라 황운기 이마트 상품본부장이 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 본부장을 겸하는 등 다른 임원급에서도 통합 체제를 구축했다. 이밖에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에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 더블유컨셉코리아 대표에 이주철 지마켓 전략사업본부장, 마인드마크 대표에는 외부에서 영입한 김현우 전 페퍼민트앤컴퍼니 대표를 각각 내정했다.

새로운 대표이사 운영 구조도 도입했다. ‘리테일 통합 클러스터’를 신설해 산하에 이마트·이마트에브리데이·이마트24·신세계프라퍼티·쓱닷컴·지마켓을 두는 구조다. “각 조직을 관장하는 새로운 조직이 아니라 온·오프라인 핵심 채널들이 오프라인 간, 온라인-오프라인, 온라인 간 시너지를 낼 수 있게 협업 체계를 만들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신세계그룹 측은 “기존의 전통적 조직 운영 방식을 뛰어넘는 혁신적 변화를 취했다”며 “앞으로도 철저한 성과능력주의 인사를 통해 그룹의 미래 준비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신세계의 파격 인사로 롯데와 CJ·현대백화점 등 유통 그룹들도 긴장하는 분위기다. 국내 시장 성장성 한계와 해외 사업 부진 등으로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어두운 탓이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말 자산 기준으로 재계 순위가 5위에서 6위로 밀렸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올 상반기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6%가량 줄었다. 업계에서는 롯데그룹이 예년보다 빠른 다음 달 인사를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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