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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정부, 플랫폼 자율규제 법제화 시동…“독과점엔 엄정 대응”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채선주 네이버 ESG-대외 정책 대표(오른쪽)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가 지난 5월 열린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플랫폼 자율기구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채선주 네이버 ESG-대외 정책 대표(오른쪽)와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가 지난 5월 열린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플랫폼 자율기구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정부가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 기업의 자율 규제를 보장하는 입법을 추진한다.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플랫폼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지만, 민간 중심 자율 규제를 보장하겠다는 기존 원칙을 분명히 한 것. 입점 업체에 대한 수수료 갑질, 이용자 피해 등 플랫폼 내 고질적 문제도 플랫폼 기업들이 자체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무슨 일이야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는 플랫폼 자율 규제의 법적 근거를 위해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마련하고, 오는 21일부터 다음달 31일까지 입법예고 한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와 방통위는 이 기간 동안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을 수렴해 연내 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그간 지적돼온 플랫폼 생태계의 문제들이 지난해 출범한 민간 자율기구를 통해 해소되고 있다”며 “이번 개정안을 토대로 플랫폼 자율규제가 민간에 잘 안착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동관 방통위원장도 “이번 법 개정으로 플랫폼 사업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자율규제에 참여해 주길 바란다”며 “국정 기조인 플랫폼 자율규제를 지속 추진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게 왜 중요해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① 규제 넘어 혁신으로: 초거대 인공지능(AI)을 둘러싼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토종 플랫폼 기업들은 혁신의 걸림돌 중 하나로 정부 규제를 지적해왔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달 24일 네이버 콘퍼런스 기자간담회에서  “생성 AI는 국경을 넘어 벌어지는 싸움”이라며 “사전 규제보다는 자율 규제로 전략적 틀을 잡아주고 혁신을 유발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② 자율 통한 성장 촉진: 디지털 플랫폼 자율규제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강조해 온 국정과제 중 하나. 기획재정부, 과기정통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지난해 7월 ‘범부처 플랫폼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자율규제를 위한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번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플랫폼 기업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같은 민간 기구나 내부 위원회를 통해 각종 분쟁을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주요 내용은

이번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가 자율 기구나 자체 규율을 통해 건전한 거래 환경을 조성하고 이용자 보호, 혁신 촉진, 상생 협력 등에 관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명시했다. 또 자율 규제 활동과 관련해 이해관계자와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연 1회 이상 보장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사업자가 관계 법령을 위반했을 경우, 정부는 제재에 앞서 그간의 자율 규제 성과 등을 고려하는 등 자율 규제 활동을 지원·촉진할 수 있는 조항도 포함됐다.

기업은 뭐래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5월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23 플랫폼 자율기구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5월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2023 플랫폼 자율기구 자율규제방안 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전 규제를 우려했던 플랫폼 업계는 정부의 이날 입법예고를 적극 환영했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최근 주요 선진국은 자국 플랫폼 산업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자율 규제 방식의 해법이 주요 선진국의 흐름과 일맥상통한다”고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네이버, 카카오, 쿠팡,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당근 등 주요 플랫폼 기업들은 지난해 8월부터 ‘플랫폼 민간 자율기구’를 구성해 자체 규제 방안과 상생 계획을 준비해왔다. 네이버는 지난 18일 ‘네이버 이용자보호 및 자율규제위원회(가칭)’을 출범하고 이용자 보호와 서비스 개선을 위한 자체 규제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업계 최초로 알고리즘 윤리 헌장을 선포했던 카카오는 AI 윤리 정책을 강화하고 전통시장의 디지털 전환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모든 게 자율? 독과점은 별개

이번 개정안과는 별개로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을 준비 중이다. 거래 환경과 이용자 보호 등의 분야에서는 기업에 자율을 부여하되 플랫폼 간 공정 경쟁 환경은 정부가 챙기겠다는 것이다. 앞서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4일 취임 1주년 기자 간담회에서 “플랫폼 독과점 문제에 대해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통해 정책 방향을 논의했다”며 “머지 않은 시기에 구체적인 얘기를 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자율 규제와 사전 규제 원칙이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과기정통부·방통위와 공정위가 각각 자율 규제법과 온플법을 발의한 후 국회 차원에서 이를 조율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자율 규제안은 범정부부처가 참여해 만든 안”이라며 “독과점 문제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되 플랫폼과 입점업체, 소비자 등은 자율규제의 성과를 볼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게 기본 방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