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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탈취 피해 中小 10곳 중 4곳 “입증·소송 어려워 조치 안 해”

중앙일보

입력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전경.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전경. 사진 중소기업중앙회

중소기업 A사는 특정 분야 기술이 들어간 제품 납품을 위해 대기업 B사와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 이후 B사는 A사에 수차례 도면 자료와 작업 공정도를 요구했으며 이 자료를 바탕으로 비슷한 자사 제품을 제작했다. 기술 침해 사실을 인지한 A사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해 기술 탈취 행위라는 판단을 받았다. 하지만 민사 소송에서 피해 입증을 하지 못해 패소했다.

기술 탈취를 당한 중소기업 10곳 중 4곳 이상(43.8%)이 피해 후 별도 조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서다.

중소기업중앙회는 20일 이런 내용을 담은 ‘기술 탈취 근절 위한 정책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정부의 피해 사실 입증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사는 최근 3년간 특허 출원 경험이 있는 중소기업 300곳을 대상으로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이뤄졌다.

조사에서 특허를 보유한 중소기업 10곳 중 한 곳 이상(10.7%)이 기술 탈취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피해를 경험한 업체 중 43.8%는 ‘별도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공정위·중소벤처기업부·특허청 등에 신고 혹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응답은 28.1%, 손해 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했다는 응답은 21.9%였다.

조처를 하지 않은 이유로는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서’라는 응답이 78.6%로 가장 많았다. 21.4%는 ‘소송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서’라고 답했다.

피해 복구를 위해 가장 필요한 정책으로는 ‘정부의 기술 탈취 피해 사실 입증 지원’(70.6%), ‘징벌적 손해배상 강화’(23.5%) 등을 꼽았다. 2021년 정부가 피해 입증을 지원하기 위해 하도급법에 ‘상대방 당사자에 대한 자료 제출 명령’ 규정을 포함했지만 응답 기업의 53%는 ‘피해 기업이 자료를 특정해 법원에 신청해야 하는데 가해 기업이 자료를 갖고 있어 특정이 어렵다’며 잘 활용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최근 발의된 ‘민사소송 시 법원의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한 자료 제출 명령 제도’에 대해서는 응답 기업의 88%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기술을 탈취당해도 피해 입증이 어려워 조처를 하지 않는 중소기업이 적지 않아 실제 피해 규모는 통계 수치보다 클 것”이라며 “신속하고 실질적인 피해 구제 방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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