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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캠프 데이비드’ 합의, 이젠 실행할 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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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백순 전 주호주 대사

이백순 전 주호주 대사

한·미·일 정상은 지난달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3국의 안보 협력을 제도화하고 정례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런 내용을 ‘캠프 데이비드 정신’이라는 문건에 담았다.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의 말처럼 지금 ‘백년 만에 오는 대변화의 시대’를 맞고 있기에 캠프 데이비드 합의는 이런 변화에 필요한 한·미·일의 적절한 대응임이 틀림없다.

그런데 이런 한·미·일 남방 3각의 안보 협력이 강화되면 북·중·러 북방 3각의 안보 협력도 강화된다고 예상해야 한다. 국제정치학에서도 물리학의 운동법칙인 ‘작용-반작용’이 적용되기에 한쪽의 협력 강화는 다른 쪽의 대응을 불러오게 된다.

북·러 거래, 한국 안보에 큰 위협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하고
호주처럼 핵잠수함 도입 검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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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곤경에 처해있는 러시아는 이런 북방 3각 안보협력을 절실히 원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러시아는 북·중·러 3국 공동 군사훈련도 거론하고, 지난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보란 듯이 북·러 정상회담도 했다.

이 회담에서 북·러가 군사기술 협력을 강화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국제안보 질서를 더욱 위태롭게 할 것이다. 만약 북한이 간절히 바라는 3가지 기술을 이번 회담을 통해 확보하기로 했다면 이는 국제안보 질서에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다.

북한은 군사정찰 위성 발사에 두 차례 실패했기에 위성 궤도진입 기술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기술을 확보하면 북한의 정밀 정찰 및 타격 능력이 향상되기 때문에 심각한 안보위협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북한은 아직 확보하지 못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손에 넣으려 혈안이다. 이 기술을 확보하면 미국 대도시에 대한 핵무기 공격이 현실화하는 셈이다.

그리고 북한은 얼마 전 진수한 핵 공격 잠수함의 실제 운용에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려 집착하고 있다. 이상의 세 가지 기술이 북한의 손에 들어가면 북한의 기존 핵 능력에 화룡점정이 되고 가공할 핵전력이 완성된다.

이런 상황은 대한민국 안보를 더욱 취약하게 할 것이기에 특단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캠프 데이비드에서 합의한 원칙과 정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미는 자위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특히 내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될 가능성을 고려하면 이런 추가적 보장 장치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유엔 총회 참석 계기에 이런 시도를 해볼 필요가 있다.

첫째, 한국도 일본처럼 ‘핵 임계 국가’로 가야 한다. 미·일은 원자력 협상을 통해 일본이 자국 원자로에 필요한 원료를 자체 농축해 사용할 수 있고, 핵폐기물을 상당한 수준으로 농축·보관하는 권리를 확보한 상태다. 일본은 마음만 먹으면 단기간에 핵무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 한국도 미국과 한시바삐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시작해 핵 잠재력을  갖춰가야 한다.

둘째, 한국도 호주처럼 미국과 협력해 핵잠수함 보유를 추진해야 한다. 호주는 미국과 오커스(AUKUS, 호주·영국·미국) 안보협의체를 만든 반대급부로 핵잠수함 권리를 확보했다. 한국도 호주 못지않게 한·미·일 안보협의체를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했으니 이 정도는 미국에 요구해 받아내야 한다. 갈수록 강화되는 북한의 잠수함 전력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도 핵잠수함이 필요하고 이것은 미국의 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도 한국의 잠수함 및 군함 건조기술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워싱턴 선언에 포함된 ‘한반도 비핵화’ 표현도 수정을 검토해야 한다. 유사시 한반도 일원에 미국의 전술핵이 신속히 배치될 여지를 남겨야 한다. 북한 비핵화가 요원해진 상황에서 비핵화 족쇄는 한국의 손발을 묶을 뿐 아니라 미국의 전술핵 배치도 막고 있다.

북한이 핵 무력을 완성하자 지난해부터 한국을 ‘대한민국’이라 호칭하는 이유는 같은 민족으로 보지 않고 제3국으로 간주해 핵 공격을 임의로 할 수 있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래식 무기로 ‘절대무기’에 대응하는 것은 역부족이니 과거와 전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1969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닉슨 미국 대통령의 미군 철수 의중을 전달받자 충격을 받고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는데, 지금의 안보 상황은 그때보다 더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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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백순 전 주호주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