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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왜 개를 키워?”…그후 30년, 280명의 눈이 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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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윌리엄 손튼 세계안내견협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장. 사진 삼성화재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30주년 기념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윌리엄 손튼 세계안내견협회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장. 사진 삼성화재

19일 경기도 용인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강당에 모인 사람들은 ‘시각장애인 안내견’ 글씨가 새겨진 노란 조끼를 입은 강아지들을 바라보며 함께 울고 웃었다. 이날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가 문을 연 지 30주년 되는 날. 그동안 수많은 시각장애인의 눈과 발이 돼 준 ‘천사견’ 래브라도 리트리버 안내견들이 주인공이었다.

기념식에는 본격적인 훈련을 받기 전까지 어린 강아지를 맡아 키운 봉사자들(퍼피워커), 안내견과 새 삶을 사는 시각장애인들(파트너), 소임을 다 하고 은퇴한 안내견을 입양한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삼성 안내견 ‘조이’와 국회를 누비는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배진교 정의당 의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 등도 참석했다.

분양식에선 자식처럼 키운 안내견을 시각장애인 곁으로 떠나보내는 봉사자들이 아쉽고 자랑스러운 마음에 눈물을 훔쳤다.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전 관장은 막 태어난 작은 강아지가 정든 봉사자들의 손을 떠나 2년에 걸친 훈련과정을 거쳐 시각장애인 ‘가족’으로 활동하는 영상을 시종일관 지켜봤다. 두 사람이 추도식 등 가족행사가 아닌 회사 공식 행사에 함께 참석한 건 2016년 6월 호암상 기념 음악회 이후 7년 만이다. 홍 전 관장은 초창기 어려움을 딛고 손수 사업을 챙기던 남편의 생전 모습에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래브라도 리트리버 안내견의 모습. 사진 삼성화재

고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과 래브라도 리트리버 안내견의 모습. 사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는 1993년 9월 고(故) 이건희 회장의 뜻으로 만들어졌다. 이 선대회장은 에세이집 『작은 것들과의 대화』에서 “일부에서는 사람도 못 먹고 사는 판에 개가 다 무어야, 하는 공공연한 비난의 소리를 내기도 했다. 비록 바보라는 비난을 듣고 있지만 10년이나 20년이 지난 다음에 우리가 옳았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정하게 될 것이다”라고 적었다. 그동안 모두 280마리의 안내견이 배출됐고, 현재 국내에서 76마리가 활동하고 있다. 홍 전 관장은 “회장님(이 선대회장)께서 살아계실 때 정말 관심이 많으셨다. 오늘 행사를 보셨으면 더 좋아하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회장도 김예지 의원에게 “와 주셔서 감사하다”며 “조이는 어디 있나요?”라고 밝게 묻기도 했다.

지난 30년간 자원봉사 가정만 2000여 곳에 이르고, 훈련사들은 매년 250일을 지구에서 달까지 왕복(약 76만㎞)한 것보다 훨씬 긴 81만㎞를 안내견과 걸으며 훈련했다. 이 선대회장은 이를 두고 “한 마리 안내견이 성장하기까지 수천만, 수억원의 돈으로도 결코 헤아릴 수 없는 애정의 크기로 퍼피워킹을 해 주는 자원 봉사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 그 노력을 먹고 자라는 한 송이 국화, 그게 안내견이다”라고 했다.

세계안내견협회(IGDF)는 1999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를 정회원으로 받아들였고 일본·대만 등지에서 더 나은 훈련법을 배우려고 이곳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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