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살인예고 글' 20대 4300만원 손배소…정부, 줄줄이 책임 묻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법무부가 지난 7월 “신림역 2번 출구에서 사람을 죽이겠다”며 온라인에 ‘살인예고’ 글을 올린 20대 남성을 상대로 43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긴급상황으로 오인하게 해 경찰 700여명이 투입된 비용을 물게 하겠다는 취지다.

살인예고글이 잇따르던 8월 4일 서울시 강남역 인근에 경찰특공대와 전술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뉴스1

살인예고글이 잇따르던 8월 4일 서울시 강남역 인근에 경찰특공대와 전술장갑차가 배치돼 있다. 뉴스1

“경찰관 수당, 차량 기름값 돌려내야”

법무부는 19일 '신림역 살인예고' 글을 인터넷에 올린 최모(29·구속기소)씨에게 4370만1434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최씨는 지난 7월 26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신림역 2번 출구 앞에 칼을 들고 서 있다. 이제부터 사람 죽인다”고 살인예고를 한 혐의(위계공무집행방해 및 협박)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앞으로도 ‘살인예고’ 글 게시자는 형사처벌뿐 아니라 민사책임까지 철저하게 물음으로써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 말했다. 한 장관은 지난달 21일 국회에서도 “어린 학생들이 오판하면 안 된다”라며 “보통은 훈방하고 넘어가지만, 최근엔 반드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생각해서 미성년자라 하더라도 구속하고 있다. 초반에 굉장히 강력하게 잡아야 한다”고 강경대응 기조를 밝힌 바 있다.

손해배상액으로 산정된 4300여만원에는 출동한 경찰관 수당 및 차량 기름값 등이 모두 포함됐다. 법무부는 “112신고 접수부터 검거까지 경찰기동대 등 703명의 경찰이 투입됐고, 수당과 유류비 등 혈세가 낭비됐다”고 밝혔다.

'형사처벌' 쉽지 않아… 공중협박죄 신설 추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법무부는 이번 손해배상 청구를 시작으로 조만간 다른 살인예고 게시자들에 대해서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지난 7월 21일 서울 신림역 칼부림 사건을 시작으로 묻지마 흉기난동이 계속될 때 온라인에선 모방범죄 성격의 살인예고글이 다수 올라왔다. 경찰이 공식 수사에 착수한 것만 479건이었다. 당시 전국 번화가에는 무장 상태의 경찰특공대와 중장비 등이 배치돼 사회적 비용이 상당했다.

다만, 형사처벌 필요성과는 별개로 협박죄 등이 실제 유죄 판단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전망도 있다. '살인예고'글 관련 기존 판례가 거의 없고, 직접 적용할 법률이 마땅치 않아 궁여지책으로 협박죄, 위계공무집행방해죄 등을 적용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25일, 살인예고글을 올려 처음 체포된 한 20대 남성의 재판에서도 “협박죄가 성립하려면 공포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이 특정인에게 도달해야 한다”는 법적 구성요건이 지적되기도 했다. 이에 따라 법무부는 불특정 다수 시민을 상대로 범죄를 예고하는 '공중협박죄'를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