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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운 발차기로 금메달 노리는 세팍타크로 이준욱

중앙일보

입력

이준욱이 경기 도중 롤링스파이크를 날리는 모습. 사진 대한세팍타크로협회

이준욱이 경기 도중 롤링스파이크를 날리는 모습. 사진 대한세팍타크로협회

21년 만의 금메달을 향해 오늘도 몸을 날린다. 세팍타크로 국가대표 이준욱(22·목원대)이 생애 첫 아시안게임(AG) 정상 도전의 꿈을 꾸고 있다.

세팍타크로는 지름 약 15㎝의 공을 발로 차서 네트 위로 넘기는 종목이다. 규칙은 족구나 배구와 비슷하다. 3번의 터치 안에 바운드 없이 상대 네트로 넘겨야 하는 점은 배구와 비슷하고, 발로 공을 차는 건 족구와 닮았다.

세팍타크로는 말레이시아어로 '세팍'(발차기)과 태국어 '타크로'(공)의 합성어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종주국인 동남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고, 실력도 강하다. 특히 매년 세계선수권(킹스컵)을 여는 태국이 압도적인 강자다. 올림픽 종목은 아니지만,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부터 정식종목이 됐다.

우리 나라는 '비(非) 동남아' 국가로는 유일하게 AG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2002년 부산 대회 서클(제기차기처럼 둥글게 서서 다양한 기술을 펼친 뒤 점수를 합산하는 경기)에서 우승했다. 지금까지 총 14개(금1, 은 6, 동 7)의 메달을 획득했다.

세팍타크로 국가대표 이준욱. 사진 대한체육회

세팍타크로 국가대표 이준욱. 사진 대한체육회

2022 항저우 대회에는 남·녀 레구(3인), 팀 레구(단체전), 쿼드(4인)에 총 6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소수 국가의 메달 독식을 막기 위해 한 국가가 최대 4종목까지 나설 수 있다. 한국은 남자 쿼드와 팀 레구, 여자 레구와 팀 레구에 출전한다.

대표팀은 남자 쿼드에서 21년만의 금메달 획득을 기대한다. 고문석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7월 세계선수권(킹스컵)에서 인도네시아를 2-1로 물리치고 정상에 올랐다. 2년 연속 우승. 게다가 태국은 이 종목에 출전하지 않는다.

6명(정원덕, 이우진, 정하성, 선우영수, 임태균, 이준욱)으로 구성된 대표팀 기대주는 막내 이준욱이다. 이준욱의 포지션은 킬러(killer)다. 득점을 올리는 공격수 역할이다. 유일한 대학생인 이준욱은 "20년 만에 금메달을 따낼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준욱은 원래 기계체조 선수였다. 어렸을 때부터 운동신경이 뛰어난 그는 중학교 3학년 때 체조를 시작했다. 부산체고 2학년 때 세팍타크로로 전향했다. "체조 선수로서는 체격(키 1m79㎝)이 커서 고민이 많았다. 때마침 학교에 세팍타크로부가 있었고, 감독님의 권유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요즘엔 세팍타크로를 아는 분이 많다. 10명 중 7명 정도? 두 세 명은 '족구와 비슷한 거 아니냐'고 한다"고 웃었다.

세팍타크로는 유연성과 발재간이 필요하다. 어렸을 때 합기도를 배웠고, 체조로 다져진 이준욱에겐 딱 맞는 종목이었다. 입문 1년 만에 전국대회에 입상할 정도로 실력이 쑥쑥 늘었다. 이준욱은 "어렸을 때 동네 축구를 많이 해서 공과 친했다"고 떠올렸다.

이준욱이 경기 도중 롤링스파이크를 날리는 모습. 사진 대한세팍타크로협회

이준욱이 경기 도중 롤링스파이크를 날리는 모습. 사진 대한세팍타크로협회

백미는 화려한 공격이다. 양 다리를 교차시키면서 네트를 등진 채 차는 시저스 킥과 몸을 공중에서 회전시키며 축구의 오버헤드킥처럼 차는 롤링 스파이크, 두 가지가 있다. 이준욱의 장기는 롤링스파이크다. 그는 "체조를 해서 몸을 잘 쓰기 때문에 자신있었다"고 했다.

청소년 대표를 거친 이준욱은 올해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는 "운이 좋다"고 했다.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미뤄지면서 출전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준욱은 "세계선수권에 처음 나갔는데 긴장감 반, 설렘 반이었다. 경기 전엔 떨렸는데 막상 경기를 하니까 많은 관중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첫 아시안게임인만큼 좋은 기억을 남기고 싶다. 꿈의 무대에서 후회없이 플레이하고, 막내다운 투지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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