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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 상호방위조약 끈질기게 요구"…한미동맹 시작된 편지 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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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올해 한미동맹(1953년 10월 1일) 7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행정안전부(행안부) 대통령기록관이 특별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행안부는 20일부터 오는 12월 20일까지 세종시 어진동 대통령기록관에서 1950년대 이승만 대통령이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주고받은 서한 40여점 등을 공개한다고 19일 밝혔다. 전시는 한미동맹 출발이라 할 수 있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과정을 보며 동맹 의미를 제대로 알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 전시물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1953년 5월 30일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에게 보낸 한미상호방위조약 관련 서한문. [자료 대통령기록관 제공]

1953년 5월 30일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에게 보낸 한미상호방위조약 관련 서한문. [자료 대통령기록관 제공]

양국 대통령 의사결정 과정 볼 수 있어

이 전 대통령 외교 서한은 1950년대 한미관계사뿐만 아니라 한국 현대사를 이해할 수 있어 역사적‧기록학적 가치가 크다는 게 기록관 측 설명이다. 이 전 대통령은 1953년 5월 30일 아이젠하워 대통령에 보낸 서한에서 “미국과 한국 간의 상호방위조약이 선행한다는 조건으로 한반도에서 공산군과 유엔군의 동시 철수를 제안한다”며 “향후 적국 침략 시 다른 국가와 상의 없이 군사 원조와 비상지원을 제공해주길 바란다”고 썼다.

이보다 앞서 같은 해 4월 9일에 보낸 서한에선 “만일 중공군이 한국에 잔류한 상태에서 정전협정을 맺으면, 한국 정부는 압록강까지 진격하지 않는 모든 동맹국 군대에 한국으로부터 철수하도록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무력 통일을 제안하는 협박성 메시지를 전한 셈이다. 같은 해 7월 11일 서한에선 “태평양 지역에서 한국은 미국의 전략적 중심이자 충직하고 효과적인 동맹으로서 배려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록관 관계자는 “2020년부터 지난 5월까지 기록물 복원 작업을 진행해 원본과 거의 똑같은 서한문을 전시할 예정”이라며 “서한을 통해 당시 이 전 대통령이 끈질기게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요구한 사실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954년 7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이승만 당시 대통령을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환영하는 모습. [자료 대통령기록관 제공]

1954년 7월 26일 미국을 국빈 방문한 이승만 당시 대통령을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환영하는 모습. [자료 대통령기록관 제공]

낚싯대에 월석에…역대 대통령선물 전시

이와 함께 이번 전시에 한미상호방위조약문도 공개된다. 한국이 공격 위협을 받을 때 미국이 원조한다는 내용을 담은 이 조약은 1953년 10월 1일 미국 워싱턴 D.C.에서 변영태 외무부 장관과 덜레스 미 국무장관이 서명했다. 이 조약은 1954년 11월 18일 발효됐다.

전시에는 역대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정상회담 과정 등에서 받은 선물 12점도 나온다. 한미상호방위조약 가조인 후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낚시를 좋아했던 이승만 대통령에게 선물한 낚싯대가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이 낚싯대는 대통령기록관이 이 대통령 유족에게 받아 관리해왔다.

이밖에 박정희 대통령이 닉슨 대통령에게 받은 ‘월석(月石) 기념패’, 김대중 대통령이 클린턴 대통령에게 받은 미국 위인 초상화 전집,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에게 받은 ‘한미동맹 60주년 기념패’도 전시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받은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의 ‘시베리아 호랑이’ 판화(版畫)도 전시 대상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미동맹이 안보 동맹을 넘어 더욱 미래지향적으로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했다.

1953년 8월 8일 한미상호방위조약 가조인 때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이 낚시를 좋아하던 이승만 당시 대통령에게 선물한 낚싯대의 모습. [사진 대통령기록관]

1953년 8월 8일 한미상호방위조약 가조인 때 아이젠하워 미 대통령이 낚시를 좋아하던 이승만 당시 대통령에게 선물한 낚싯대의 모습. [사진 대통령기록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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