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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체포·총리 해임 맞물렸다…167석 野 '방탄쇼' 정점 찍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단식 투쟁 19일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가톨릭대학교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녹색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단식 투쟁 19일째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가톨릭대학교 여의도 성모병원 응급실에서 녹색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뉴스1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과 제1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이 같은 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18일 더불어민주당이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검찰도 이날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과 현직 의원 체포동의안이 동시에 국회 본회의에 오르는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여야의 극단적 대립이 마침내 비등점에 도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은 이날 오전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소속 의원 전원의 명의로 국회 의안과에 냈다. 지난 16일 비상의원총회에서 결의한 결과다.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는 “총체적으로 국정이 혼란에 빠졌고 국가가 경직됐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상황에서 (한 총리가) 총리로서 장관을 제대로 통솔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며 “이 대표가 단식한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관철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해임건의안은 국회법에 따라 제출 직후 열리는 본회의에 보고되고, 이로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열리는 본회의서 무기명 투표에 부쳐진다. 오는 20일 오전 본회의 보고를 거쳐, 21일 오후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진다. 재적의원 과반수(150명)가 찬성하면 가결되는데,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숫자(167명)만으로도 충분하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정춘숙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18일 국회 의안과에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와 정춘숙 원내정책수석부대표가 18일 국회 의안과에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체포동의안 제출 두 시간 전엔 검찰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 사건과 쌍방울 불법 대북송금 의혹 사건 등에 관해 배임·뇌물·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을 적용했다. 법원은 영장실질심사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체포동의요구서(체포동의안)을 정부(법무부)에 보내고, 정부는 국무총리와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국회에 이를 송부하게 된다. 체포동의안 역시 국회법에 따라 송부 직후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에 부쳐지지만, 72시간이 지나도 자동 폐기되진 않는다. 이르면 21일 표결이 가능한 상황이다.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에 한 총리 해임건의안과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동시에 오르면, 여야가 거칠게 맞붙을 가능성이 높다. 헌법상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각부를 통할(統轄)하는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은 헌정사상 가결된 전례가 없다. 과거 8차례 발의됐으나, 3차례 부결됐고 나머지는 표결 없이 폐기됐다. 제1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 역시 지난 2월 27일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외엔 전례가 없다.

관건은 167석 민주당의 선택이다. 헌정 사상 최초로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을 가결시키고, 체포동의안은 부결 내지 무효로 몰고 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 경우 민주당의 '이재명 방탄 쇼'가 클라이맥스를 찍게 된다. 이날 오전 단식 19일차를 맞은 이 대표가 이날 오전 병원에 실려 가자 민주당에선 “사람의 목숨이 경각인데 구속영장을 청구하다니 니들(검찰)이 인간이냐”(김원이 의원)는 등 성토가 터져 나왔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이날 기자들에게 “그런(체포동의안 부결)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

하지만 법원과 정부의 체포동의안 처리 절차가 늦어져 21일 본회의에 체포동의안이 보고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 경우 21일 본회의에서 총리 해임건의안 표결을 마친 뒤, 체포동의안 표결은 25일 추가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해야 한다. 당초 여야는 25일 본회의에 대해 “필요시 추가 개최한다”고 합의했으나,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 일정을 고려하면 개최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민주당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공언한 노란봉투법과 방송법에 대해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공언한 만큼, 민주당 입장에서도 추가 본회의 개최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긴급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의 변호인인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을 불러 검찰 구속영장에 기재된 피의 사실에 대해 청취했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특별한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이소영 원내대변인은 의총 후 기자들과 만나 “표결이 이뤄지는 21일까지 의원들 사이에 충분한 토론, 내부논의를 거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날 비공개 의원총회에선 “이 대표가 체포안 가결을 외치라”는 요구도 터져 나왔다. 한 비명계 의원이 회의 도중 “현행 사법체계에서 판단 받아 결백·무죄를 증명해야만 국민에게 평가받을 수 있다”고 외쳤고, 이에 회의를 진행하던 원내지도부가 발언을 급히 저지했다. 민주당의 초선 의원은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소집하면 부결 쪽으로 의견이 확 몰릴 것이라고 생각했겠지만, 그런 생각 자체가 오판(誤判)이라는 게 곧바로 드러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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