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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정 굉음 줄이고 자율운항까지…한화오션 “방산 초격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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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한화오션이 올해 5월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로 새 옷을 갈아입은 후 처음으로 연구개발(R&D) 시설을 지난 15일 공개했다.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에 설치된 예인 수조(왼쪽 사진)는 파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배의 각종 성능을 시험하는 설비다. [사진 한화오션]

한화오션이 올해 5월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로 새 옷을 갈아입은 후 처음으로 연구개발(R&D) 시설을 지난 15일 공개했다.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에 설치된 예인 수조(왼쪽 사진)는 파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배의 각종 성능을 시험하는 설비다. [사진 한화오션]

지난 15일 경기도 시흥에 있는 서울대 시흥캠퍼스 내 한화오션 중앙연구원(시흥 R&D 캠퍼스). 고즈넉한 연구원에서 가장 눈에 띈 곳은 실내 수영장처럼 보이는 ‘음향 수조’였다. 길이 25m, 폭 15m, 수심 10m 규모로, 수중에서 음파를 쏴서 주변 탐지 기술을 개발하는 시설이다. 방산 업계에선 ‘꿈의 R&D 설비’로 불리며 국내 조선 업체 중엔 한화오션이 유일하게 운영 중이다.

이날 현장에서는 ‘공기분사 수중 방사 소음 저감 기술’ 테스트 작업이 한창이었다. 수중에서 굉음을 내는 함정을 공기방울로 감싸 소음의 강도를 줄이는 기술이다. 모형 선박을 수조 안에 띄우고, 내부 스피커를 재생한 후 공기방울 발생 장치를 투입하자 엄청난 양의 기포가 발생했다.

이원병 한화오션 책임연구원은 “공기방울을 분사할 때 소음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것”이라며 “잠수함과 함정에게 ‘조용한 항해’는 생존과 직결된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외부 소음과 진동을 최대한 막는 것이 중요해 수조 벽이 1m 두께로 만들어졌다”고 덧붙였다. 이 시스템은 향후 3년간 검증을 거쳐 2028년 함정 건조에 적용하겠다는 게 목표다.

한화오션이 지난 5월 대우조선해양에서 ‘한화’로 새 옷을 갈아입은 후 처음으로 R&D 시설을 공개했다. 지난달 2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며 ‘초격차 방산’에 9000억원, 친환경·디지털 부문에 6000억원 등을 투자하기로 한 이 회사의 ‘두뇌’ 격인 곳이다.

연구원 내부에 있는 자율운항선 관제센터는 2030년까지 완전 자율운항 선박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한화오션]

연구원 내부에 있는 자율운항선 관제센터는 2030년까지 완전 자율운항 선박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한화오션]

2020년 9월 대우조선해양 시절 설립됐지만, 한화로 주인이 변경된 후 방산기술과 친환경·디지털 등에 초점을 맞춰 기존 3개에서 5개 센터로 확장 개편됐다.

거대한 수족관처럼 보이는 세계 최대 상업용 ‘공동(空洞) 수조(길이 62m, 높이 21m)’도 인상적이었다. 선박 추진용 프로펠러가 가동될 때 기포가 발생하는 ‘공동 현상’을 연구하는 시설이다. 초속 15m로 빠르게 흐르는 물에서 프로펠러가 가동되며 엄청난 거품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관측부에서 직접 볼 수 있었다. 이를 모니터링하던 연구원 관계자는 “이 현상으로 인한 손상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옆으로 들어서니 실제 선박의 40분의 1 크기의 모형 선박 수 척이 노란색 옷을 입고 전시돼 있었다. 파도를 인위적으로 만들어 배의 각종 성능을 시험하는 ‘예인 수조(길이 300m, 폭 16m)’ 설비다. 그간 나무로 모형 배를 만들었지만 조만간 3차원(3D) 프린터를 도입할 예정이다. 제작 기간(3주)을 최대 40%까지 단축할 수 있다고 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 모든 수조가 초격차 방산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하는 시설”이라며 “계획대로라면 2029년부터 연간 수상함 4척, 잠수함 5척 등을 동시에 건조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건조 능력의 2배다.

여기에 더해 이 회사가 최근 공을 들이는 분야는 ‘자율주행’이다. 2030년까지 레벨4(선박 기준 완전 자율주행) 수준의 자율운항 선박을 만든다는 게 목표다. 마치 게임장처럼 생긴 ‘자율운항선 관제센터’를 둘러보니 한화오션 전용 시험선 ‘한비(HAN-V)’의 지난해 테스트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이렇게 미래 방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시장에서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재무구조가 취약한 탓이다. 이 회사는 최근 2년간 영업적자가 3조원대에 이른다.

한화오션 측은 이에 대해 “미래 해양 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하겠다”며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 이상, 영업이익 5조원 이상을 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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