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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환자가 종합병원에? 중증환자 죽이는 것…쇼닥터 금지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대학병원 1층 접수 창구. 연합뉴스

대학병원 1층 접수 창구. 연합뉴스

경증환자가 3차 병원에 가는 것은 중증 환자를 죽이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왔다.

의료생태계 망치는 과다 의료이용 토론회

이은혜 순천향대 부천병원 교수(영상의학)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의료생태계를 망치는 과다 의료이용' 토론회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민의힘 김미애 의원실과 '건강한 미래와 지속가능한 의료환경을 위한 정책 포럼(건미포럼)'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이 교수는 '적정 의료 이용을 위한 정책과제' 주제 발표에서 "상급종합병원에 경증환자가 너무 많이 자유롭게 간다. 자원이 제한돼 있기 때문에 중증 환자를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8월 상급종합병원 경증환자는 547만명으로 중증환자(139만명)의 3.9배에 달한다. 중증환자는 암·뇌혈관·심장혈관·중증화상 등 중증질환 코드(V)로 청구된 진료를 말하며 경증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이다.

"의사의 방송 출연 금지해야" 

이 교수는 "정부가 가격(수가)을 원가 수준으로 통제하기만 하고 불필요한 수요를 억제하지 않아 환자가 원하는 대로 의료 서비스를 이용한다"며 "의료 이용 여부를 환자에게 맡겨 과다 이용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환자 의뢰 체계가 사실상 해체돼 과다 이용으로 이어지고, 이로 인해 건강보험 보장성이 낮고 의료비 폭증을 야기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의사가 방송에 나오는 걸 금지해야 한다. 방송을 보고 환자가 스스로 진단하고, 그 의사를 찾아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영건 차의과대학 교수(예방의학)도 발제에서 과다 의료 이용을 지적했다. 지 교수는 "2021년 기준 한국의 외래진료 횟수가 15.7회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1위이다. 2위인 일본(11.1회)보다 월등히 많다. 다른 나라와는 비교가 안 된다"며 "입원이 일본에 이어 2위인데, 이는 일본의 초고령화 때문이며 한국도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 인구 1000명당 병상이 12.8개로 1위이다.

지 교수는 "영국은 1년에 5회 주치의(일반의원)의 외래 진료를 받는다. 이 중 2회는 비대면 진료이다. 우리처럼 의사 선택이 자유롭지 못하다"며 "한국 환자는 자유롭게 의사와 병원을 선택하고, 대형병원, 명의를 선호한다"고 지적했다. 지 교수는 "우리는 동네의원이 주변의 병원(의원보다 규모가 큰 의료기관)에 환자를 뺏기지 않으려고 시설에 투자하고, 병원도 (동네의원이 진료해도 되는) 경증환자를 입원시킨다. 서로 경쟁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은혜 교수는 "환자가 1차 의료기관(동네의원을 지칭)에서 먼저 진료를 보고 큰 병원으로 가게 하고, 자신의 보험료가 얼마이고 어느 정도 의료를 이용했는지를 알려줘야 한다. 의료를 덜 이용한 사람에게는 세액 공제 혜택을 줘야 하며 그러지 않으면 청년이 건강보험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는 병원과 그걸 원하지 않는 병원을 분리하자고 제안했다. 건보 병원은 비급여 진료를 하지 못하게 제한하되 원가를 보장하고, 건보를 원하지 않으면 건보 체계에서 나갈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전국을 진료 권역으로 나눠 다른 권역에서 진료를 받지 못하게 제한하자고 제안했다. 이 교수는 "특정 그룹이 20년간 의료정책을 좌지우지해 왔고 이로 인해 한국의료가 엉망이 됐다"며 "정책 자문단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양균 경희대 교수(경영학)는 "90년대에 폐지한 대진료권 제도만이라도 부활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진료권은 전국을 8개로 나눠 그 안에서만 진료받도록 제한한 제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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