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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美-中 정상회담 예고?…설리번-왕이, 몰타서 12시간 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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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16~17일(현지시간) 이틀 동안 몰타에서 회동했다고 미ㆍ중 정부 양측이 17일 밝혔다. 사진 중앙포토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오른쪽)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16~17일(현지시간) 이틀 동안 몰타에서 회동했다고 미ㆍ중 정부 양측이 17일 밝혔다. 사진 중앙포토

미국과 중국의 외교안보 사령탑인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지난 주말 전격 회동했다. 오는 1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번 설리번·왕이 회동을 두고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APEC 정상회 때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은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설리번 보좌관과 왕이 위원이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몰타에서 회동했다”며 “양측은 미·중 양국 관계의 주요 현안, 글로벌 및 지역 안보 문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양안 문제 등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몰타 회담이 이틀 동안 약 12시간에 걸쳐 진행됐다”고 말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다.

중국 외교부도 회담 사실을 알리며 “양국은 중·미 관계 안정과 개선에 관해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전략적 소통을 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미국 백악관과 달리 대만 문제를 앞세우는 등 발표문의 결은 다소 달랐다. 중국 측은 “왕이 위원은 ‘대만 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넘을 수 없는 첫 번째 레드라인으로 미국은 중·미 3개 공동성명을 준수하고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미 백악관이 “미국은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에 주목한다”고 간단히 언급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회담 성과에 관련한 설명도 양국 간 편차가 있었다. 중국 외교부는 “양측이 동의했다”며 “아시아·태평양 사무 협의, 해양 사무 협의, 외교 정책 협의를 거행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밝힌 군비통제 협의는 발표문에 담지 않았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단된 미·중 군사 대화 채널 복원에 중국이 여전히 미온적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양국 고비 때 돌파구 찾았던 설리번·왕이 

미·중 외교안보 수장인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 5월 10~11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뒤 4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지난 2월 터진 정찰풍선 사건으로 양국 관계는 냉랭해졌지만 5월 설리번·왕이 라인의 빈 회동을 계기로 양국은 꼬인 실타래를 풀었다.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7월 재닛 옐런 재무장관, 8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미 장관급 인사들의 중국 방문이 이어지는 등 고위급 대화 채널이 재개된 것이다.

지난 5월 10~1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만났다. 사진 중국 신화통신 캡처

지난 5월 10~11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 겸 외교부장이 만났다. 사진 중국 신화통신 캡처

이번 회동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11월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양국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 속에 이뤄진 만큼 관련 논의가 이뤄졌을 공산이 크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 통신은 이 사안을 잘 아는 미 당국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 가능성이 이번 회동의 의제였다”고 보도했다.

FT “왕이, 내달 미국 방문 예정”

백악관은 이날 설명자료에서 “양측은 전략적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향후 몇 달 동안 미·중 간 주요 분야에서 추가적인 고위급 참여와 협의를 추진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추가 고위급 협의’는 지난 6월 블링컨 장관의 방중에 대한 답방 형태의 왕이 주임 방미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친강 외교부장 낙마 이후 설리번 보좌관과 블링컨 장관의 중국 측 카운터파트를 겸하고 있는 왕이 위원이 다음 달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6월 블링컨 장관의 베이징 방문 당시 합의한 중국 외교부장의 방미가 내달 성사된다면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담 실현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는 동시에 회담 의제 역시 좀 더 구체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2021년 11월 첫 화상 정상회담은 그로부터 한 달 전 스위스 취리히에서 설리번 보좌관과 왕 위원의 전임자인 양제츠 전 주임이 비밀 회동한 이후 이뤄졌다. 오는 11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양국 정상회담 이후 1년 만의 대좌가 된다.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내년 본격적인 대선 국면을 앞두고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대신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중심의 미·중 관계 관리가 요구된다는 점, 시 주석으로선 심화되고 있는 경제난 타개가 절실하다는 점 등의 측면에서 양국 공히 정상회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평가다.

낙관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NYT는 “미 당국자들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양국 지도자의 만남이 확실하지는 않다고 말하고 있다. 중국 당국자들은 상대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레버리지를 행사하기 위해 중요한 외교 회담의 마지막 순간까지 최종 합의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보도했다.

왕이, 중·러 정상회담 조율차 방러

한편 왕이 주임은 중·러 정상회담을 조율하기 위해 18일 러시아로 출발한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 초청으로 왕이 위원이 18일부터 21일까지 러시아에서 열리는 제18차 중·러 전략안보협의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 왕이 위원은 이번 러시아 방문 기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만나 다음 달로 예정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사전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주 있었던 북·러 정상회담 내용도 일부 공유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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