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김대건 신부처럼 평화사도 되길”

프란치스코 교황이 16일(현지시간) 성 김대건 신부 성상(아래 사진) 축복식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의 특별알현을 받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가톨릭의 성지’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한국 최초의 사제인 성 김대건(1821~1846) 안드레아 신부의 성상이 세워졌다. 베드로 대성당에 한국은 물론 아시아 성인의 성상이 설치된 것은 처음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간) 오후 4시30분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 오른쪽 외벽에 설치된 성상 앞에서 축복식이 열렸다. 김대건 신부 성상은 성 프란치스코, 성 도미니코 등 가톨릭 수도회 설립자들의 성상 인근에 세워졌다. 흰 가림막이 내려가며 갓을 쓴 도포 차림의 김대건 신부의 성상 모습이 드러나자 한국 가톨릭교회 대표단 400여 명은 힘찬 박수를 보내며 성상 제막을 축하했다. 이날 축복식은 김대건 신부가 조선 후기 헌종 때 일어난 병오박해로 순교한 지 정확히 177년이 되는 날에 열렸다.

성 김대건 신부 성상. [AP=연합뉴스]

김대건 신부 성상은 베드로 대성당 우측 외벽 벽감(벽면을 움푹 파서 만든 공간)에 설치됐다. 역대 교황이 묻힌 대성당 지하묘지 출구와 가까운 위치다. 성상은 높이 3.7ｍ, 폭 1.83ｍ의 비앙코 카라라 대리석 전신상으로 한진섭 작가가 제작했다. 김 신부가 선교 활동 당시 갓과 도포 차림으로 두 팔을 벌리고 선 모습이다. 성상 좌대에는 맨 윗줄은 한국어로, 아래에는 라틴어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사제 순교자’ 문구가 차례로 새겨졌다.

이날 축복식을 총괄한 마우로 감베티 추기경은 “김대건 신부를 시작으로 이제는 각 민족과 나라를 대표하는 성상을 성 베드로 대성당에 모실 것”이라며 “오늘의 축복식은 동서양 교회가 함께 걸어가길 바라는 희망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축복식에 앞서 한국 대표단의 특별알현을 받는 자리에서 “저마다 삶의 자리에서 ‘평화의 사도’가 돼 달라”고 당부했다. 2014년 방한 당시 김대건 신부 생가인 솔뫼성지를 방문한 것을 회고하며 “김 신부는 마카오에서 신학을 공부할 때 아편전쟁의 참상을 목격했다. 그분은 분쟁 상황에서도 모든 이들을 만나고 대화하며 평화의 씨앗이 됐다”고 하면서다.

교황은 “한반도의 평화를 언제나 생각하고 기도하고 있다”며 “한반도 평화라는 꿈을 우리 함께 김대건 성인에게 맡기자”고도 했다.

김은빈 기자, [연합뉴스]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