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정치권, 릴레이 삭발
정부가 내년도 새만금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5000억원 이상 삭감하자 전북 국회의원·도의원이 "예산을 살려 내라"며 잇따라 삭발·단식 투쟁에 나섰다. 전북애향운동본부를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다음 달 대규모 상경 집회를 예고하는 등 총궐기하는 모양새다. 정작 김관영 전북지사는 삭발 등 강경 투쟁 방식과는 거리를 둬 주변에서 "너무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전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전북도의원 14명은 "정부가 새만금 사업 관련 예산 78%를 삭감한 건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전북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지난 5일 전북도의회 앞에서 단체로 머리를 깎았다. 현재까지 전북도의원 39명 중 22명이 삭발 투쟁에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북 지역 국회의원 7명도 지난 7일과 12일, 각각 국회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삭발했다.
김관영 "전략적 대응 필요"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지난 7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회의원 삭발식에) 도지사가 왜 안 오냐'고 하는데 정당 행사인 데다 국회의원이 중심이어서 거기 가서 머리를 안 깎을 수 없지 않느냐"라며 "전체적으로 투쟁 강도가 높아지면서 머리를 한 번에 다 깎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정을 맡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월쯤 (국회에서) 예산 심사를 할 때 (삭발 등을) 한 번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대신 김 지사는 "대통령은 기업인이 얘기해야 움직인다"며 주요 기업인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새만금에 투자가 몰린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완성된 십자(+)형 도로 등 SOC 영향이 크다"면서다. "공항·도로·항만 등 새만금 핵심 SOC 사업이 순차적으로 추진되면서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는데, 관련 예산이 삭감되면 불확실성이 커져 2차전지 등 대규모 투자 유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김 지사 생각이다.
구자열 무역협회장에 도움 요청
김 지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보다 새만금에 투자하기로 한 2차전지 기업들이 더 급하다"며 "이미 언제까지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어 납품하기로 계약이 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무역협회장인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尹 "새만금, 기업 투자 맞춤형 지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일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2차전지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앞으로 더 많은 첨단기업이 이곳 새만금 플랫폼에 모여들고, 외국 기업 투자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LS그룹과 엘앤애프는 이날 새만금개발청·전북도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1조8402억원 규모 '2차전지 소재 제조시설'을 건립하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 앞바다를 메우는 새만금 사업은 1991년 첫 삽을 떴지만,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30년 넘게 지지부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