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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예산 복원" 단체 삭발했는데…전북지사 거리뒀다,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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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가운데)과 전북도의회 의원들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정부의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 방침에 맞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가운데)과 전북도의회 의원들이 지난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앞에서 정부의 새만금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삭감 방침에 맞서 삭발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정치권, 릴레이 삭발

정부가 내년도 새만금 SOC(사회간접자본) 예산을 5000억원 이상 삭감하자 전북 국회의원·도의원이 "예산을 살려 내라"며 잇따라 삭발·단식 투쟁에 나섰다. 전북애향운동본부를 비롯한 지역 시민·사회단체도 다음 달 대규모 상경 집회를 예고하는 등 총궐기하는 모양새다. 정작 김관영 전북지사는 삭발 등 강경 투쟁 방식과는 거리를 둬 주변에서 "너무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7일 전북도의회 등에 따르면 전북도의원 14명은 "정부가 새만금 사업 관련 예산 78%를 삭감한 건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전북에 전가하는 것"이라며 지난 5일 전북도의회 앞에서 단체로 머리를 깎았다. 현재까지 전북도의원 39명 중 22명이 삭발 투쟁에 참여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전북 지역 국회의원 7명도 지난 7일과 12일, 각각 국회와 정부세종청사 앞에서 삭발했다.

지난 13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전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김관영 전북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 연합뉴스

지난 13일 전북도청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전북도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김관영 전북지사가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국주영은 전북도의회 의장. 연합뉴스

김관영 "전략적 대응 필요"

이에 대해 김 지사는 지난 7일 기자 간담회에서 "'(국회의원 삭발식에) 도지사가 왜 안 오냐'고 하는데 정당 행사인 데다 국회의원이 중심이어서 거기 가서 머리를 안 깎을 수 없지 않느냐"라며 "전체적으로 투쟁 강도가 높아지면서 머리를 한 번에 다 깎는 것도 중요하지만, 행정을 맡고 있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월쯤 (국회에서) 예산 심사를 할 때 (삭발 등을) 한 번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대신 김 지사는 "대통령은 기업인이 얘기해야 움직인다"며 주요 기업인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새만금에 투자가 몰린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완성된 십자(+)형 도로 등 SOC 영향이 크다"면서다. "공항·도로·항만 등 새만금 핵심 SOC 사업이 순차적으로 추진되면서 기업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는데, 관련 예산이 삭감되면 불확실성이 커져 2차전지 등 대규모 투자 유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게 김 지사 생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GSCO)에서 열린 '새만금 2차전지 투자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버튼을 누르는 퍼포먼스를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 도석구 LS MnM 대표,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명노현 LS 대표, 윤 대통령, 구자은 LS그룹 회장, 허제홍 엘앤에프 의장, 김관영 전북지사,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GSCO)에서 열린 '새만금 2차전지 투자협약식'에서 참석자들과 버튼을 누르는 퍼포먼스를 마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안 새만금개발청장, 도석구 LS MnM 대표, 김오진 국토교통부 제1차관, 명노현 LS 대표, 윤 대통령, 구자은 LS그룹 회장, 허제홍 엘앤에프 의장, 김관영 전북지사,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구자열 무역협회장에 도움 요청 

김 지사는 이날 간담회에서 "우리보다 새만금에 투자하기로 한 2차전지 기업들이 더 급하다"며 "이미 언제까지 공장을 짓고 물건을 만들어 납품하기로 계약이 돼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한국무역협회장인 구자열 LS그룹 이사회 의장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을 만난 일화를 소개했다.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대원들이 지난달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조기 철수하고 있다. 뉴스1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에 참가한 각국 대원들이 지난달 8일 전북 부안군 잼버리 대회장에서 조기 철수하고 있다. 뉴스1

尹 "새만금, 기업 투자 맞춤형 지원"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일 군산 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새만금 2차전지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앞으로 더 많은 첨단기업이 이곳 새만금 플랫폼에 모여들고, 외국 기업 투자가 더 활성화될 수 있도록 맞춤형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LS그룹과 엘앤애프는 이날 새만금개발청·전북도와 새만금 국가산업단지에 1조8402억원 규모 '2차전지 소재 제조시설'을 건립하겠다는 협약을 맺었다.

전북 군산시·김제시·부안군 앞바다를 메우는 새만금 사업은 1991년 첫 삽을 떴지만, 환경단체 반대 등으로 30년 넘게 지지부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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