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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사외이사가 해외파견·교육자 선발? 인국공 '전례 없는 일'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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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공항 부근에 있는 인국공 사옥. 중앙포토

인천공항 부근에 있는 인국공 사옥. 중앙포토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비상임이사인 노동이사가 이사회 의결사항도 아닌 해외 파견 및 교육대상자 선발에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돼 논란이다.

 지난해에는 인국공의 실·처장급 간부 5명과 노조 대표 1명 등 6명으로 면접위원단을 구성했지만, 올해는 인국공 간부 1명을 빼는 대신 그 자리에 노동이사가 들어간 것이다. 주요 공기업 중에선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기존 노조 대표가 있는 상황에서 노조 추천을 받아 임명된 노동이사까지 참여하게 되면서 임직원의 관심이 쏠리는 해외 파견·교육대상자 선발에 노조의 영향력만 더 키워준 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이 같은 내용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학용 의원실(국민의힘)이 17일 인국공과 한국공항공사, 코레일, 국가철도공단, SR, 한국교통안전공단, LH 등 국토교통부 산하 7개 주요 공기업의 ‘노동이사 임명과 업무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다.

 이들 공기업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과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 등에 따라 지난 3월~5월 사이 노조의 추천을 받아 노동이사를 임명했다. 대부분 노조에서 활동한 경력을 갖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 멤버로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기관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제도다. 국내 공공기관에는 지난해 1월 국회에서 노동이사제 도입 관련 법 개정안 통과되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입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이사 도입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중앙일보

지난해 1월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이사 도입 관련 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중앙일보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 중에서 근로자 대표(노조 대표)의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얻은 사람을 임명하며, 비상임이사(사외이사)로 이사회와 이사회 소관 위원회 등에 참석한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인국공을 제외한 나머지 6개 공기업의 노동이사는 이사회 관련 활동 외에 기관 내 정책결정이나 인사 관련 업무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인국공에선 지난 2분기(4~6월)에 열린 노사협의회에서 노조 요구를 사측이 수용하면서 해외 파견 및 교육대상자 선발에 노동이사가 참여하게 됐다.

 당시 사측 관계자들 사이에선 전례 없는 요구인 데다 사장이 공석이기 때문에 후임 사장 취임 뒤 결정하자는 의견이 나왔지만, 결국 노조 요구가 받아들여졌다고 한다. 이 때는 이학재 현 사장이 취임하기 전으로 사장직무대행 체제였다.

 실제로 2019년~2022년까지 인국공에서 진행된 해외 파견 및 교육대상자 선발에선 5~8명의 면접위원 가운데 노조 대표는 1명뿐이었다. 그러나 지난 12일과 13일 이틀간 진행된 면접에선 6명의 면접위원단에 노조 대표와 노동이사가 포함됐다. 그만큼 노조 영향력이 커진 셈이다.

지난 6월 이학재 인국공 신임사장(오른쪽)이 취임식에서 장기호 노조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이학재 인국공 신임사장(오른쪽)이 취임식에서 장기호 노조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게다가 노조는 한발 더 나아가 최근에는 자회사에 대한 통제 강화가 필요하다며, 자회사 경영평가(경평)에 노동이사의 참여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측은 경평이 경영권 관련 사항인 데다 외부인사들로만 시행하고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인국공 측은 “노동이사는 비상임이사로서 윤리경영 전담이사 활동, 전문분야 조언 등 공사 경영 지원 역할을 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투명성,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직원 파견 선발 절차에 참여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다른 공기업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사항도 아닌 파견·교육대상자 선발에 사외이사가 관여하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인정되어 온 사외이사의 통상적인 업무 범위에도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노조의 규모와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알려진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에서도 노동이사가 이사회 관련 사항이 아닌 다른 업무엔 관여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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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국공 내부 사정에 밝은 공항업계 관계자는 “노조가 이미 인국공 경영과 인사에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노동이사가 경쟁이 치열한 파견·교육대상자 선발에 이어 자회사 경평까지 관여하려고 하는 건 너무 지나치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전했다.

 국토부도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현황파악에 나설 방침이다. 국토부 고위관계자는 “인국공 경영과 인사에 노조의 개입이 적지 않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노동이사 문제와 함께 사실관계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학용 의원은 "노동이사에게 이사회와 무관한 실무현안까지 관여토록 허용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건전한 노사관계는 권장해야 하지만 과도한 권한부여는 현 정부의 노동정책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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