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리비아, 대홍수 도시 봉쇄 "시신 휩쓸려 내려와…전염병 위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5일(현지시간) 리비아 데르나에서 대홍수 희생자의 무덤 앞에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는 사람. A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리비아 데르나에서 대홍수 희생자의 무덤 앞에 마스크를 쓰고 앉아 있는 사람. AP=연합뉴스

대홍수로 2만명 넘는 사망자가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리비아가 피해 도시를 봉쇄하고 있다. 곳곳에 시신이 휩쓸려온 참담한 상황과 함께 고인 물이 오염되면서 전염병이 돌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1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리비아 정부가 동부 항구도시 데르나의 민간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데르나는 이번 대홍수로 가장 큰 피해를 본 도시 가운데 하나다.

현지 응급 서비스 국장인 살렘 알 페르자니는 피해 지역에 수색 구조팀만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현재 도시는 식수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어, 시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소속 아프리카 지역 법의학 책임자 빌랄 사블루는 “시신이 거리에 널려 있고 해안으로 밀려오고 있으며 무너진 건물과 잔해에 묻혀 있다”며 “동료 중 한 명은 데르나 근처 해변에서 2시간 만에 200구가 넘는 시신을 발견했다”고 했다. 이미 바닷속으로 떠내려간 시신을 찾기 위해 잠수부도 동원된 상황이다.

다만 세계보건기구(WHO)와 ICRC는 전염병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신을 성급히 묻어선 안 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들 기구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줄이기 위해, 시신이 건강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시신을 신속하게 매장하려 할 수 있다”면서 “지방 당국과 지역사회는 시신을 빨리 묻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지만, 사망자를 잘못 관리하면 유가족에게 장기적인 정신적 고통을 주는 것은 물론 사회적·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ICRC 법의학 부서장 피에르 기요마흐는 “자연재해 상황에선 시신보다 생존자가 질병을 퍼뜨릴 가능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신이 식수원 근처에 방치되는 경우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리비아 보건당국은 40건 이상의 물로 인한 식중독 사례를 보고했다.

데르나 봉쇄 계획은 대홍수로 지금까지 최소 1만1300명이 숨지고 1만100명이 실종됐다는 리비아 적신월사 발표 이후 추진되고 있다. 실종자 수색이 계속되면서 사망자 집계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압둘메남알가이티 데르나 시장은 지난 13일 알자지라 방송 인터뷰에서 사망자 수가 1만8000명에서 최대 2만명이 될 수 있다고도 추산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