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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뢰 폭파·함포 엄호 속 “상륙 돌격”…팔미도 등대 깜빡이자 “작전 성공”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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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7호 04면

73주년 인천상륙작전 역대 최대 전승 행사

15일 인천시 연수구 에서 열린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행사에서 6·25전쟁 참전국 대사·무관 등 외교사절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상문 기자

15일 인천시 연수구 에서 열린 인천상륙작전 전승 기념행사에서 6·25전쟁 참전국 대사·무관 등 외교사절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박상문 기자

“펑! 펑!” 15일 오전 10시50분쯤 고요하던 인천시 중구 팔미도 인근 해상에 폭발음이 울려 퍼졌다. 대한민국 해군의 마라도함(1만4000t급), 미 해군 아메리카함(LHA), 캐나다 해군 벤쿠버함(FFH)함이 나란히 인천항 수로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상륙 목표인 팔미도를 향한 탐색전이 시작된 것이다. 남해함과 강경함이 소나(해상 물체 탐색 장비)로 기뢰를 찾아내 폭파하는 소해(掃海) 작전을 펼치는 동안 왕건함과 경남함은 함포를 쏘며 엄호했다.

“상륙 돌격을 시작하겠다.” 연이은 포성이 잦아들 무렵 본격적인 작전의 시작을 알리는 지시가 떨어졌다. 정찰용 무인항공기 3대가 상륙지점을 재확인하자 해군 특수전전단 대원을 실은 고속단정이 팔미도로 빠르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해병대의 침투용 고무보트 12척과 돌격용 장갑차 9대가 그 뒤를 뒤따랐다. 해군 해상작전헬기 링스와 해병대 상륙기동헬기 마린온이 상륙지점으로 나아가는 동안 장갑차에선 황토색 연막탄이 쉴 새 없이 해상으로 투척됐다. 혼전이 이어지길 15분 남짓. 마침내 팔미도 중앙의 등대에서 불빛이 깜빡였다. 팔미도 상륙에 성공했음을 알리는 신호였다.

“작전 성공. 작전 성공.” 사령관의 무전에 따라 이지스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과 인천함, 천지함, 윤영하함 등이 한데 모여 해상사열을 하면서 30분간의 상륙작전은 끝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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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펼쳐진 한국·미국·캐나다 해군의 합동작전은 한국전쟁의 판세를 뒤집은 73년전 인천상륙작전을 재연한 것이다. 1950년 9월 15일 새벽 인천 앞바다엔 유엔군 7만5000명을 태운 함선 261척이 팔미도 등대 점등을 기다렸다. 이날 오전 0시50분, 미군과 한국군, 켈로(KLO) 특공대가 팔미도에 진입해 등대를 점등하면서 상륙작전의 서막이 올랐다. 오전 5시부터 월미도에 포격을 퍼부은 유엔군은 30분 뒤 월미도 상륙에 성공했다. 다음날 오전 1시에 인천을 장악했고 9월 28일 수도 서울을 수복했다.

1960년부터 인천상륙작전 기념 행사가 시작됐지만 대부분 전승 기념식 위주로 간소하게 치러졌다. 실제 병력과 장비를 가동하는 재연행사는 2016년을 끝으로 중단됐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해 7월 취임하면서 인천상륙작전의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대규모 기념식을 준비했다. 독도함과 천왕봉함에서 기념식을 지켜본 시민들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북 군산에서 왔다는 고모(42)씨는 “과거 선배님들의 희생 덕분에 우리가 이렇게 편히 지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해병대 간부 1기로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던 이서근(101)씨는 이날 영상 회고사에서 “당시 미 해군 대령이 나와 ‘우리는 인천으로 가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가서 죽을 장소가 인천인가보다 했다”며 “이걸 제대로 못 해내면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뛰어갔다”고 회상했다.

한편 인천시는 인천상륙작전 기념식을 노르망디상륙작전에 버금가는 정상급 국제행사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2025년 인천상륙작전 75주년 기념행사에는 미국·영국 등 참전 8개국 정상을 초청할 예정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이날 오후 6시 인천시 연수구 오크우드프리미어 인천에서 열린 ‘참전국 주요 인사 초청행사’에서 환영사를 통해 “인천상륙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 전황을 뒤집었던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견줄 수 있는 세계사적 사건으로 인류의 자유와 평화라는 절대적 가치를 수호하기 위한 극적인 전환점이 됐다”고 말했다.

인천시와 해군은 이날 행사에 참전국 주한 외교 대사들을 초청했다. 13개국의 주한 외교대사 내외 21명이 초청에 응했고, 인천시 초청인사 10명과 대한민국 해군 초청 인사 21명을 포함해 총 5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대부분 미국·영국·호주·네덜란드 등 대부분 한국전쟁 때 병력을 파병한 국가의 인사들이었다. 유 시장에 이어 환영사를 한 이종호 해군참모총장은 “대한민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함께 싸워준 위대한 전쟁 영웅들과 참전국에 대한 감사함을 절대 잊지 않겠다”며 “오늘 자리가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참전용사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국가 간 상호신뢰와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후 인천상륙작전의 의의와 인천의 미래에 대한 발표, 인천시 서구소년소년합창단과 해군본부 캄보밴드의 공연 등도 이어졌다. 유 시장은 “자유와 평화를 위해 헌신한 영웅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게 우리의 의무”라며 “인천을 자유와 평화, 안보 도시로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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