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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3사 만난 이동관 "단말기 값·통신료 체계 전면 재검토" [팩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단말기 가격, 통신 요금 체계를 전면 재검토해 국민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했으면 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15일 이동통신 3사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했다. 가계 통신비를 고물가 주범으로 보고 통신 요금 인하에 집중한 정부가 해마다 급증하는 단말기 가격 부담도 완화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이동통신 3사 대표이사와 첫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이 위원장, 김영섭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이동통신 3사 대표이사와 첫 회동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이 위원장, 김영섭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연합뉴스

무슨 일이야

이 위원장은 이날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김영섭 KT 대표,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와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는 이 위원장 취임 이후 첫 회동으로, 향후 통신 정책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통신업계의 이목이 쏠렸다. 이 위원장은 통신 3사 대표들에게 고통 분담과 상생, 이용자 불편 해소를 강조하며 가계 통신비 인하, 알뜰폰 등과의 상생, 불법 스팸 근절을 위한 노력 등을 주문했다.

무슨 얘기 오갔나

◦ 가계통신비 인하: 이 위원장은 “국민들이 저렴한 요금으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며 요금 인하 필요성을 가장 먼저 강조했다. 지난해부터 통신사들은 5G 중간요금제, 청년·시니어 요금제 등을 출시하며 정부의 통신비 인하 정책에 부응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은 “서민들 입장에서는 높은 가계 통신비가 부담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일각에서는 ‘이권 카르텔’이라는 지적도 있다”면서 “고가 요금제·고가 단말기 위주 판매 정책으로 인해 우리나라 통신비가 국제적 수준에 비춰 저렴하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고 지적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통신 인프라 투자 여력 확보와 가계 통신비 부담 사이 균형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통신 요금 인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통위와 통신사가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이동통신 3사 대표이사와 첫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5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진행된 이동통신 3사 대표이사와 첫 회동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단말기 가격 부담: 통신업계는 “정부 정책으로 통신 요금은 인상 폭이 제한되고 있지만, 단말기 가격은 매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며 단말기와 통신서비스 요금 간 분리 고지, 단말 가격 인하 필요성을 주장한다. 이날 이 위원장은 고가 요금제뿐만 아니라 고가 단말기 위주의 판매 정책도 꼬집었다. “단말기 가격과 통신서비스 요금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국민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하자”고 주문한 것. 지난달 18일 국회 인사청문회 당시 이 위원장이 “스마트폰 가격이 굉장히 비싸다며. 단통법(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이를 개선해야 한다”고 밝힌 만큼 관련 법 개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 불법 스팸 문제: 불법 스팸과 보이스 피싱 차단을 위해 앞장서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스팸 문자·메신저를 통한 스미싱 피해 규모는 2019년 200억원, 2020년 587억원, 2021년 1265억원으로 매년 2배 이상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형 통신사가 연간 수천억 규모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스팸 문자 차단 노력을 소홀히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 위원장은 “불법 스팸 발송자가 개통할 수 있는 전화 회선 수를 제한하고 블랙리스트 사업자를 차단하는 등 사전적인 조치를 강화하는 한편 인공지능을 활용해 스팸 필터링 기술을 혁신하는 등 근본적인 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지난 2월 서울 용산의 한 휴대폰 매장에 통신 3사의 로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월 서울 용산의 한 휴대폰 매장에 통신 3사의 로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 공정위 조사: 현재 공정거래위원회는 통신 3사가 휴대폰 판매 장려금을 30만원 이하로 유지하려 한 담합 혐의에 대해 조사 중이다. 이에 대해 통신업계는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할 경우 불법 보조금으로 이용자를 차별할 수 있다는 방통위 판단을 고려해 30만원을 판매 장려금 가이드라인으로 운영해왔다”며 방통위와 공정위의 정책이 상호 모순이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공정위 조사가 방통위의 차별 금지 목적에 반한다는 사업자들의 문제 제기가 있었다. 정책 혼선이 없도록 방통위도 관계 부처와 면밀히 협의하겠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고, 14일에 공정위에 관련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선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등 유료 방송에 통신사가 지급하는 콘텐트 사용료(재송신료) 문제도 다뤄졌다. 현재 통신사 IPTV와 케이블TV 같은 유료 방송은 방송사가 만든 뉴스, 드라마, 예능 등 콘텐트를 가입자에게 제공하고, 이들 가입자 1명당 일정 수준의 콘텐츠 사용료(재송신료)를 방송사들에 지급하고 있다. 이때 지상파 방송사들이 받는 콘텐트 사용료가 종편보다 더 많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 위원장이 지상파와 종편의 콘텐트 사용료가 공정하게 지급되지 않는 부분에 대한 얘기를 꺼냈다”며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적절한 사용료 지급이 필요하며, 필요할 경우 방통위가 조정 및 중재 역할을 맡겠다고도 했다”고 전했다.

앞으로는  

이 위원장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메타버스 등 디지털 대전환 시대의 새로운 먹거리 창출을 위한 통신 3사의 노력을 높게 평가한다”며 “국민, 다른 사회구성원과 함께 고통을 분담하고 상생하며, 생활 속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는 데 함께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위원장은 앞으로 통신사뿐 아니라 플랫폼 업계와도 만나 방송, 통신, 인터넷 분야 이용자 보호와 공정 경쟁을 위한 정책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