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젠 포커선수 이세돌…데뷔 무대 상대는 ‘올인’의 차민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이세돌이 바둑알 대신 포커 카드를 손에 잡는다. 오는 16일 홀덤 공식 경기를 치르는 것. 상대는 드라마 ‘올인’의 실제 모델인 차민수다. [사진 엠투어]

이세돌이 바둑알 대신 포커 카드를 손에 잡는다. 오는 16일 홀덤 공식 경기를 치르는 것. 상대는 드라마 ‘올인’의 실제 모델인 차민수다. [사진 엠투어]

“홀덤으로 인공지능(AI)과 대결이요?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나 싶어요.”

AI 알파고와 바둑 대결에서 이긴 유일한 인간 이세돌(40)은 1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런데 바둑이 아닌 홀덤? 2019년 프로 바둑기사에서 은퇴하며 바둑돌을 내려놓았던 그가 오는 16일 홀덤 선수로 포커 카드를 손에 든다. 경기도 광명 아이벡스 스튜디오에서 열리는 ‘엠투어(M-Tour)’ 스타 초청대회에서다. 상대는 드라마 ‘올인’에서 배우 이병헌이 연기한 주인공의 실제 모델이자 프로 바둑기사 출신인 차민수(72)다.

프로 바둑기사 출신 차민수(왼쪽). 중앙포토

프로 바둑기사 출신 차민수(왼쪽). 중앙포토

이세돌은 “아직 홀덤은 경력이나 실력이 일천하다. 제대로 한지는 몇 개월 밖에 안됐고, 최근 홀덤펍에 2번 다녀온 정도다. 바둑은 9단이지만 홀린이(홀덤+어린이)”라며 웃었다.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된 걸까. “홀덤과 바둑은 굉장히 다르지만 엇비슷한 면도 많다. 홀덤 만큼 흥미롭고 재미있는 ‘마인드 스포츠’(지능을 사용해 겨루는 스포츠)가 없지 않나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52장의 카드로 플레이하는 홀덤은 베팅은 무한대로 가능하고, 좋은 핸드(패)를 가진 것처럼 속여 상대를 포기하게 하는 블러핑(이른바 뻥카)도 필요한 두뇌 게임이다.

홀덤과 바둑의 공통점을 묻자 이세돌은 “둘 다 단순 전략게임이 아닌 추상 전략게임이다. 상대와 심리전을 펼치고 플레이 스타일이 탄로 나면 스타일을 바꿔서 대응하는 것도 똑같다”고 말했다. 바둑기사 출신 김지운, 최철한도 프로 홀덤 선수로 활동 중이다. 바둑기사 시절 이세돌의 기풍(棋風)은 실리형이었다. 세력형에 비해 차곡차곡 집을 늘려가는 데 집중하는 스타일. 홀덤을 할 때도 비슷할까. 이세돌은 “홀덤은 아무래도 초반에 공격적으로 올인하기보다는 수비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수비적으로 진행하다가 공격적으로 베팅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2016년 이세돌은 AI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쳤다. 사진 구글

2016년 이세돌은 AI ‘알파고’와 세기의 바둑 대결을 펼쳤다. 사진 구글

이세돌은 2016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알파고와 대국에서 3연패를 당한 뒤 백 78수로 첫 승을 따냈다. 인간과 499번 대국에서 499승 무패를 기록하던 알파고에게 유일한 패배 기록을 남긴 게 이세돌이다. 당시를 회고하며 이세돌은 “1, 2국은 알파고라는 상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고, 3국 때는 심리적으로 무너졌다. 4국은 운 좋게 이겼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엔 알파고가 낮은 버전이어서 이길 수 있었지만, 이제는 사실상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난 바둑을 예술적, 학문적 접근방식으로 배웠다. 그런데 인공지능을 절대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뒤 그런 접근 방식이 가치가 있을까에 대해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알파고와 대결이 은퇴 결정까지 영향을 미친 셈이다”라고 했다.

그러나 AI와 홀덤 대결에 대해선 “아직은 AI가 어려울 것”이라고 이세돌은 말했다. AI가 학습하려면 데이터가 필요한데 홀덤의 경우 선수의 플레이 정보가 충분히 공개돼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다만 이세돌은 “출전 경험이 많아 데이터가 충분한 선수와 다대일이 아닌 일대일로 AI가 맞붙는다면 AI가 해볼 만할 거다. 반면 데이터가 없는 선수와 하면 불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자신과 AI의 대결에 대해 “충분히 해볼 만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친 것도 “저에 대한 많은 데이터 제공이 안 된 상태”라고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