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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고혈압 환자, 인류가 안전하게 살 수준 넘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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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대기질이 나쁜 도시 1위에 여러 차례 꼽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지난 11일 모습. [AP=연합뉴스]

대기질이 나쁜 도시 1위에 여러 차례 꼽힌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지난 11일 모습. [AP=연합뉴스]

전 세계 과학자들이 지구의 건강 상태를 측정한 결과 9개 지표 중 6개가 이미 위험 한계를 넘어섰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구의 건강 상태가 인류가 안전하게 살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났다는 뜻이다.

13일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인간이 초래한 오염과 파괴로 인해 9가지 지구 위험 한계선 가운데 6개가 무너졌다. 이번 연구에는 덴마크·독일 등 8개국 29명의 과학자가 참여했으며 2000건가량의 연구를 바탕으로 지구의 상태를 진단했다. 9개 지표는 ▶기후변화 ▶미세플라스틱 등 신물질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 ▶대기 중 에어로졸 농도 ▶해양 산성화 ▶생물과 지구의 화학적 순환 ▶담수 사용량 ▶토지 사용의 변화 ▶생물권 보전(생물 다양성)이다. 연구팀이 위험 한계 9개 지표를 모두 분석한 건 올해가 처음이다.

이 중 6개 지표에서 위험 한계선을 이미 초과한 것으로 연구팀은 판단했다. 가장 먼저 자연 파괴로 수많은 야생 동물이 멸종하면서 19세기 후반 이미 생물권 보전의 경계가 무너졌다. 1980년대에는 온실가스 배출의 증가로 기후 변화가 안전한 경계선을 넘었다. 지난해에는 살충제와 미세플라스틱 등 인간이 창조한 신물질로 합성 오염의 경계가 안전한 수준을 돌파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요한 록스트룀 독일 포츠담 기후영향연구소 공동 소장은 “가장 큰 골칫거리는 기후 위기와 생물 다양성 위기”라고 말했다.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미국 네바다주 미드 호수의 지난달 27일 모습. [AP=연합뉴스]

가뭄으로 바닥을 드러낸 미국 네바다주 미드 호수의 지난달 27일 모습. [AP=연합뉴스]

위험 한계선을 돌파하지 않은 나머지 지표들도 안심할 수는 없다. 해양 산성화의 경우 아직 위험 한계선을 돌파하지는 않았지만, 점점 악화해 경계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됐다. 대기 오염은 올해 처음으로 평가됐는데 중국과 남아시아 등 일부 지역에서 위험 한계선을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 유일하게 오존층 파괴 문제만이 오존 파괴 물질을 금지한 인류의 노력으로 인해 회복되고 있다.

연구팀은 이런 결과가 반드시 재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한 경고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계점을 넘으면 지구의 불안정한 환경이 급격히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의 책임자인 캐서린 리처드슨 코펜하겐대 교수는 “지구를 심각한 고혈압 환자로 볼 수 있다. 심장 마비가 왔다는 건 아니지만, 위험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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