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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남 갔던 강남 병원, 5년간 마약류 1만개 처방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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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 피의자 신모씨가 범행에 앞서 마약류를 투약한 병원이 최근 5년간 프로포폴, 케타민, 미다졸람 등 약 1만개(처방량)의 마약류를 꾸준히 처방·투약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 병원은 신씨가 범행(지난달 2일) 직전 사흘에 걸쳐 방문한 병원 3곳 중 한 곳이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신씨가 범행 전 마약류를 투약한 논현동 A의원은 지난해 환자 303명에게 프로포폴 1958개를 처방했다. 2019년(294명, 1095개)부터 2020년(232명, 1103개), 2021년(243명, 1348개) 등 매년 꾸준히 많은 양을 처방해왔다.

특히 미다졸람, 케타민 등의 마약류 처방량은 4년 새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2020년 환자 23명에게 미다졸람 38개를 처방했던 A의원은 지난해 환자 242명에게 842개를 처방했다. 환자 수와 처방량이 각각 10배, 22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케타민 처방량은 2020년 43개에서 지난해 322개로 7배 이상 늘었다. 이렇게 5년간(2019~2023년 6월) 마약류 총 8종, 1만281개를 처방해왔다.

신씨가 범행 당일 마약류를 투약한 B의원은 지난해 환자 378명에게 2369개 프로포폴을 처방했다. 환자 수와 처방량 모두 전년(185명, 735개) 대비 2배, 3배로 급증했다. 미다졸람과 디아제팜, 케타민 처방량도 급증세였다. 모두 신씨 몸에서 성분이 검출된 마약류다. 5년간 마약류 총 9종, 1만8970개를 처방했다.

한 병원에서 마약류 처방량이 급증한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그만큼 중독 환자들이 늘어난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범진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마약퇴치연구소장(아주대 약학과 교수)은 “처방량이 20배 이상 늘었다는 건 물리적으로 의료 목적일 수가 없다”며 “환자가 더 많은 양을 요구해도 투약을 중단시키는 것이 의사의 본분”이라고 꼬집었다.

A의원은 지난 6월 한 마약류 중독 치료보호기관이 “무분별한 마약류 투약을 삼가달라”며 경고 공문을 보낸 곳이기도 하다. 중독 환자 중 한 명이 “의료 외 목적으로 마약류를 놔주던 A의원이 제발 나를 받지 않게 해달라”라고 하소연해서다. 중앙일보는 A의원에 입장을 물었지만, 병원 관계자는 “원장님이 (병원에) 안 계신다”라고만 대꾸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신씨가 범행 직전 마약류를 투약한 병원 3곳 외에도 신씨가 마약류를 처방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된 병원 10곳을 추가 압수수색했다고 밝히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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