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엽총파티' 살인예고범, 폰엔 성관계 불법촬영물 33개

살인예고 글 작성자 잡고 보니…

흉기 난동과 살인 예고 게시물 등으로 국민 불안감이 커진 지난달 7일 오후 서울 강남역 지하쇼핑센터에서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순찰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 ‘강남역 엽총파티 간다’ 제목의 살인예고 글을 올린 혐의로 검거된 30대 남성이 성관계 장면을 몰래 촬영해 휴대폰 등에 보관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남성은 살인예고 관련 협박죄와 함께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돼 재판에 넘겨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6단독(김재윤 판사)은 이날 오전 협박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30대) 관련 첫 재판을 열었다. 검찰은 피고인 A씨가 33회에 걸쳐 불특정 다수 여성과 성관계를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A씨는 범행 사실을 인정했다.

서울 용산역에서 구 불법촬영시민감시단, 코레일·고객평가단, 용산경찰서 관계자들로 구성된 합동점검반이 여자화장실 내 불법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수사기관은 경기 군포에 사는 A씨가 2017년 5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약 6년 동안 수도권 모텔·오피스텔에서 성매매 여성을 상대로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해당 불법 촬영물이 유포되진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성폭력처벌법(14조·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에 따르면 카메라나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진을 촬영한 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물린다.

스마트폰·외장하드에 불법 촬영물 33개

A씨 성범죄는 경찰이 A씨가 올린 살인예고 글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경찰은 지난달 9일 협박·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씨를 검거했다. 이 과정에서 그의 스마트폰과 저장매체(외장하드)에 저장된 불법 촬영물을 확인했다.

A씨는 앞서 지난달 4일 일베 사이트에 “내일 강남역 이니스프리 오후 2시 난 칼부림ㄴㄴ 엽총파티 간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혐의로 붙잡혔다. 당시 A씨는 엽총으로 18명을 살해할 것이란 취지의 내용과 함께 “경찰도 쏠 거야”라는 글을 썼다. A씨는 평범한 회사원으로, 주거지에서 엽총은 발견되지 않았다.

지난달 4일 30대 남성 A씨가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내일 강남역에서 18명을 쏘겠다″는 내용으로 올린 살인예고글. [사진 독자]

이와 관련 검찰은 “(A씨가) 강남역을 이용하는 다수 시민 생명에 해악을 고지했다”고 했다. A씨는 검찰이 제시한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다만,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아 협박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찾아가 죽이겠다”…살인예고 글↑ 

이런 가운데 지난달부터 온라인에 살인·범죄를 예고하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4일부터 이번 달 10일까지 특정인을 해치겠다는 글을 봤단 신고가 경남경찰청에만 50여건 접수됐다. 경남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현재 살인예고 글을 올린 한 작성자를 추적 중이다. 지난달 30일부터 이번 달 12일까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지인을 찾아가 죽이겠다’는 취지의 글을 수십 차례 게재됐기 때문이다. 이 글에는 살해 위협을 예고한 피해자 거주지로 추정되는 대문 사진도 함께 첨부됐다고 한다.

제주경찰청이 최근 제주·김해·대구·인천·김포공항 등 총 5개 공항을 대상으로 흉악범죄 예고 글 6개를 작성한 피의자 B씨(30대)를 검거, 협박·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하기도 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최근 한 달 동안 온라인 살인예고 글 관련 65명 검거했다.

창원=안대훈 기자 an.daeh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