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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컴백’ 불발된 KCC 이상민 코치 “그저 죄송할 따름”

중앙일보

입력

2003~2004시즌 KBL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한 전주 KCC의 이상민(오른쪽)이 우승 트로피와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 KBL

2003~2004시즌 KBL 챔피언결정전을 제패한 전주 KCC의 이상민(오른쪽)이 우승 트로피와 입을 맞추고 있다. 사진 KBL

프로농구 부산 KCC는 요즘 새 집터로의 이사 준비가 한창이다. 정든 전주체육관을 떠나 부산 사직체육관으로 살림살이를 옮기기 위해서다. 구단 실무진은 10월말 개막을 맞추기 위해 구장 이곳저곳을 손보고 있고, 한편에선 부산시 관계자들과 세부적인 문제를 조율하고 있다.

KCC의 연고지 이전은 오프시즌 농구계의 최대 화제였다. 22년간 정든 안방을 눈 깜짝할 사이 떠나면서 여러 논란이 생겼다. KCC는 새 체육관 건립 지연 문제 등을 거론하며 연고지를 옮기려고 했고, 전주시는 이를 KCC의 야반도주라며 맞섰지만 KBL이 이를 최종 승인하면서 KCC의 연고지 이전이 확정됐다.

이번 KCC의 부산행이 누구보다 안타까운 이들은 전주 농구팬들이다. 20년 넘게 KCC와 호흡하면서 열정적인 응원을 보냈지만, 이제는 전주에서 프로농구를 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착잡함은 농구팬들만 느끼고 있지는 않다. 전주에서의 추억이 많은 ‘영원한 오빠’ 이상민(51) 코치도 이들과 같은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

최근 용인의 KCC체육관에서 만난 이 코치는 “모두가 같은 마음이다. 여러 선수들이 자신의 SNS를 통해 전주를 떠나는 심경을 남겼던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전주의 농구팬들께 그저 죄송할 따름이다”고 운을 뗐다.

2003~2004시즌 KBL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전주 KCC의 이상민(오른쪽)과 서영권이 전주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 KBL

2003~2004시즌 KBL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전주 KCC의 이상민(오른쪽)과 서영권이 전주 시내에서 카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사진 KBL

이 코치는 KCC의 전주 시대를 활짝 연 주역이었다. KCC가 전주로 떠난 2001년부터 주전 포인트가드로 활약하면서 수많은 연고지 농구팬들을 전주체육관으로 불러들였다. 비록 2007년 5월 서울 삼성으로 떠나면서 전주와 이별했지만, 올 시즌을 앞두고 다시 코치로 부임하면서 전주 농구팬들과 재회를 앞두고 있었다. 이 코치는 “오랫동안 전주체육관을 홈으로 쓰면서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이렇게 연고지를 옮기게 돼서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 코치는 전주체육관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기량이 가장 뛰어났던 20대 후반에서 30대 초중반까지 이곳에서 활약하며 KCC를 농구 명가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별은 급작스레 찾아왔다. KCC가 삼성 센터 서장훈을 FA로 영입하면서 이상민을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한 것이다. 삼성은 이상민을 보상선수로 지명했고, 이로 인해 KCC 홈페이지는 물론 KBL 홈페이지가 수많은 비난의 글로 도배되는 등 커다란 후폭풍이 뒤따랐다. 이렇게 전주를 떠난 이 코치는 삼성에서 현역 생활을 마무리했고, 뒤이어 코치와 감독까지 지내며 KCC로 돌아오지 못하는 듯했다. 그러나 올 시즌을 앞두고 코치로 부임하면서 친정으로 돌아갈 채비를 마쳤지만, 연고지 이전으로 전주 복귀가 무산됐다.

최근 만난 부산 KCC 이상민 코치. 정든 전주 복귀가 무산된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용인=고봉준 기자

최근 만난 부산 KCC 이상민 코치. 정든 전주 복귀가 무산된 아쉬움을 이야기했다. 용인=고봉준 기자

이 코치는 “2004년 챔피언결정전 우승 때가 가장 기억난다. 벌써 20년 가까이 됐는데 그때 전주 시내를 돌면서 했던 카퍼레이드는 아직도 생생하다. 그런 아날로그적인 추억이 있었다”고 회상한 뒤 “전주체육관이 작기는 했어도 팬들의 열정만큼은 대단했다. 원정팀 선수들이 오기 꺼려할 정도였다. 그런 추억이 가득한 곳을 떠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KCC는 10일부터 일본 나고야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현지 프로팀들과 4차례 연습경기를 치르면서 조직력을 끌어올린다는 게획이다. 지난해 1월 삼성 사령탑에서 물러난 뒤 다시 현장으로 돌아온 이 코치는 “사직체육관은 전주체육관보다 관중석이 두 배 정도 많다. 그 큰 구장을 가득 채우려면 결국 농구를 잘해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KCC가 부산에도 농구 바람을 일으킬 수 있도록 코치로서 잘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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