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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톤 vs 거미집 vs 천박사…추석 빅매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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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손기정·서윤복의 마라톤 역사를 돌아본 ‘1947 보스톤’(사진)부터 칸 초청작 ‘거미집’, 강동원의 코미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까지, 추석 극장가는 양보 없는 전쟁을 펼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손기정·서윤복의 마라톤 역사를 돌아본 ‘1947 보스톤’(사진)부터 칸 초청작 ‘거미집’, 강동원의 코미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까지, 추석 극장가는 양보 없는 전쟁을 펼친다. [사진 롯데엔터테인먼트]

추석 대목을 꿈꾸는 영화계에서 또 한 차례 총성 없는 전쟁이 벌어진다. 추석 연휴 전날인 27일, 한국 영화 대작 세 편이 동시 개봉한다. ‘거미집’ ‘1947 보스톤’ ‘천박사 퇴마 연구소:설경의 비밀’이다. 여름 극장가에 ‘밀수’ ‘비공식작전’ ‘더 문’ 등 한국 영화 대작 3편이 출혈 경쟁을 벌인 게 한 달여 전이다. 8월 극장을 찾은 관객이 1456만 명으로 팬데믹 이전의 반토막도 안 된 가운데 세 편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511만 관객이 든 ‘밀수’ 뿐이다.

‘1947 보스톤’은 ‘쉬리’ ‘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8년 만에 내놓은 신작, “대학 때부터 육상 영화 ‘불의 전차’를 보고 매력에 빠졌다”는 그가 만든 ‘달리기 영화’다.

    영화 ‘1947 보스톤’.

영화 ‘1947 보스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일제강점기 일본 대표 기타이 손이란 이름으로 출전한 24세 손기정(1912~2002)은 2시간 29분 19초로 금메달리스트가 된다. 그리고 1947년 보스턴 마라톤, 처음으로 태극기를 달고 달린 스물 네 살 서윤복(1923~2017)도 1위에 올랐다. 2시간 25분 39초, 손기정의 세계 기록을 11년 만에 경신했다.

여기까지는 알려진 사실이다. 사극에서는 역사가 곧 스포일러라지만, 베를린과 보스턴 사이 11년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얘기들이 많다. 손기정(하정우)은 해방 후 보스턴 마라톤에 출전할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 서윤복(임시완) 훈련을 맡는다. 베를린 동메달리스트로 함께 시상대에 섰던 남승룡(배성우)이 조력자로 나섰다.

하지만 시작부터 난관이다. 때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1948년) 이전인 1947년, 미군정의 통치를 받던 한국은 난민국으로 분류돼 미국에 입국하려면 거액의 보증금과 현지 보증인이 필요했다. 국민 성금으로 가까스로 비용을 마련한 손기정·서윤복·남승룡은 미 군용기를 타고 괌·하와이·샌프란시스코를 거쳐 보스턴에 도착한다.

과장 없는 연기와 고비고비 위기 극복 스토리가 ‘국뽕’ 우려를 잠재웠다. 차곡차곡 쌓은 설움 끝에 그려낸 마라톤 대회 15분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12세 관람가. 108분.

          손기정·서윤복의 마라톤 역사를 돌아본 ‘1947 보스톤’부터 칸 초청작 ‘거미집’(사진), 강동원의 코미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까지, 추석 극장가는 양보 없는 전쟁을 펼친다.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손기정·서윤복의 마라톤 역사를 돌아본 ‘1947 보스톤’부터 칸 초청작 ‘거미집’(사진), 강동원의 코미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까지, 추석 극장가는 양보 없는 전쟁을 펼친다. [사진 바른손이앤에이]

지난 5월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서 처음 공개되면서 12분 기립박수를 받은 ‘거미집’도 추석 연휴 국내 관객과 만난다. 1998년 ‘조용한 가족’을 시작으로 ‘반칙왕’‘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밀정’에 이어 김지운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함께한 다섯 번째 영화다.

1970년대,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 감독(송강호)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에 대해 며칠 동안 같은 꿈을 꾸는 참이다.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는 집착 속에 딱 이틀간의 추가 촬영을 꿈꾼다. 그러나 대본은 심의에 걸리고, 제작자인 백 회장(장영남)은 촬영을 반대한다. “김 감독 현장은 막장에 콩가루”라며 납득 못 하는 배우와 스태프들을 가까스로 모은 현장에서 원로배우(박정숙)는 베테랑 배우(임수정)와 신경전을 벌이고, 떠오르는 스타 배우(정수정)는 바쁜 일정을 들어 도망갈 궁리에 바쁘다.

신중현 작곡, 김추자가 부른 ‘나뭇잎이 떨어져서’, 사랑과 평화의 ‘한동안 뜸했었지’ 등 옛 노래들이 70년대 정서를 한껏 부추긴다. 15세 관람가. 132분

      손기정·서윤복의 마라톤 역사를 돌아본 ‘1947 보스톤’부터 칸 초청작 ‘거미집’, 강동원의 코미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사진)까지, 추석 극장가는 양보 없는 전쟁을 펼친다. [사진 CJ ENM]

손기정·서윤복의 마라톤 역사를 돌아본 ‘1947 보스톤’부터 칸 초청작 ‘거미집’, 강동원의 코미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사진)까지, 추석 극장가는 양보 없는 전쟁을 펼친다. [사진 CJ ENM]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조감독 김성식의 첫 연출작이다. 액션·판타지·코믹을 버무린 밝고 경쾌한 오컬트물. ‘기생충’의 벙커 부부 이정은·박명훈의 깨알 같은 오마주도 만날 수 있다.

대대로 마을 지키는 당주집 장손으로 태어났지만 무속을 믿지 않는 천박사(강동원)는 귀신 같은 통찰력으로 사람들을 홀리는 가짜 퇴마사다. 기술 담당 파트너 인배(이동휘)와 함께 유튜브 퇴마 채널 ‘하늘천 TV’를 운영한다. 강동원이 ‘전우치’(2009), ‘검사외전’(2016) 등에서 입증한 코미디 장기로 ‘더 문’의 흥행 참패를 기록한 영화 명가 CJ ENM을 살릴지가 관전 포인트다. 12세 관람가. 98분.

이들보다 한 주 앞선 21일 ‘가문의 영광: 리턴즈’가 출사표를 던진다. 2002년 1편이 나온 코미디 프랜차이즈 ‘가문의 영광’의 6편이다. 조직폭력배 집안의 막내 사위 맞이 스토리가 반복되는 가운데 직업은 좀 달라졌다. 1편의 서울대 법대 엘리트 사윗감이 스타 작가로 바뀌었다. 2편부터 가문의 안방마님으로 자리 잡은 김수미는 “작품성 없다. 그냥 코미디다. 그냥 생각 없는 분들 오시라”는 색다른 홍보 멘트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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