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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내 주식 왜 신탁하나" 따졌던 유병호 "항소 안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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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사진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사진은 지난 14일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스1]

아내가 소유한 주식을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라는 인사혁신처 결정에 불복했던 ‘감사원 2인자’ 유병호 사무총장이 그 처분이 옳다는 법원의 결정은 받아들이기로 했다. 유 총장은 지난해 승진 후 아내가 보유한 지씨(GC)지놈 주식 2만2571주를 매각 또는 백지신탁하라는 인사혁신처의 결정에 불복해 9개월 간 법정 다툼을 벌여왔지만 12일 패소하자 항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이날 오후 유 총장이 인사혁신처 주식백지신탁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배우자가 보유한 주식의 발행 기업은 감사원의 선택적 회계 감사 대상 기업에 해당하며, 감사원 사무총장의 권한과 업무 범위에 비춰 이해충돌 가능성이나 위험성이 없다고 볼 수 없다”며 ‘감사원 사무총장’이란 자리와 배우자의 ‘녹십자 관련 회사’가 관련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또 “자신의 사적인 이해관계와 국민에 대한 공적인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당연히 후자를 우선해 이해충돌을 회피하고 직무에 전념할 의무가 있고, 이를 공무원 개개인의 양심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제도적으로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며 인사혁신처의 처분이 옳다고 했다.

유 총장은 소송과정에서 공직자윤리법 조항 자체가 문제라며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해달란 신청도 냈지만, 재판부는 이날 선고와 함께 신청도 기각했다. 재판부는 “직무 관련성을 인정하여 주식의 처분 등을 명하는 공직자윤리법 조항은 주식을 보유한 사람이 공무원이 되는 것 자체를 배제하는 조항이 아니라 공정한 직무집행에 방해가 될 우려가 있으니 매각 내지 백지신탁하고 공직에 나서란 것”이라며 “이 조항으로 인한 사익의 침해가 그로 인해 확보되는 공익보다 크지 않다”고 말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1997년부터 감사원에서 일해온 유 총장은 지난해 2직급 승진해(2급→차관급) 사무총장이 됐다. 사무총장은 ‘감사원 2인자’ 로 불리는 고위직이다. 그는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을 감사한 뒤 비(非)감사 부서인 감사연구원장으로 밀려났는데 윤석열 대통령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전문위원을 거쳐 지난해 6월 사무총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했다.

이날 1심 선고에 대해 2주 이내에 항소하면 고등법원에서 더 다퉈볼 수 있지만, 유 총장은 이날 선고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유 총장 측은 이날 중앙일보에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겠다. 더 이상 소송을 진행하진 않을 것”이라며 “정부와 사회 공동체가 합심해 제도가 합리적으로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매각과 백지신탁 중 어떤 방법으로 처분할지에 대해선 “배우자의 커리어와 재산권에 관련된 것이니 배우자가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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