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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 대전교사 가해 학부모 항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 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학부모들이 억울하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해당 학부모는 숨진 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하고 민원을 넣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본인들의 신상 유출과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선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대전 교사 사망 사건의 가해자라고 언급된 4명 중 한명으로, 미용실을 운영한다는 사실이 알려진 A씨는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입장문을 게시했다. A씨는 잘못된 내용은 바로잡고, 잘못한 내용에 대해서는 겸허히 비난을 받고자 한다”며 운을 뗐다.

A씨는 “2019년 1학년 입학 후 아이의 행동이 조금씩 이상해지는 걸 느꼈다”며 “학원에서 아이에 틱장애 증상이 보인다고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확인해보니 아이가 교장실로 간 일이 있었다”며 이 일을 발단으로 지목했다.

지난 9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9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에 숨진 교사를 추모하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미용실 학부모 “아이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 

그는 “같은 반 친구와 놀다가 손이 친구 뺨에 맞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선생님께서는 제 아이와 뺨을 맞은 친구를 반 아이들 앞에 서게 해 사과를 하라고 했지만 아이는 이미 겁을 먹어 입을 열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이후 반 전체 학생 앞에 아이를 홀로 세워두고 어떤 벌을 받으면 좋을지 한 사람씩 의견을 물었다”며 “아이는 훈육의 담당자인 선생님이 정한 벌이 아닌 아이들이 정한 벌을 받아야 했다”고 썼다. A씨는 학교 교장·교감·해당 교사와의 면담에서“우선 선생님께 저희 아이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훈육 과정에서 마치 인민재판식의 처벌 방식은 8살 아이가 받아들이기 힘들 것 같으니 지양해주실 것을 요청했다”고 적었다.

또 “저희도 집에서 아이에게 ‘내일 선생님을 만나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라’고 지도해 일찍 등교를 시킬테니 선생님께서도 아이들 없을 때 한 번만 안아주면서 ‘미안했어’ 한 마디만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드렸다”고 했다. 그러나 이후 교사가 병가를 내 학교에 나오지 않았다고 A씨는 주장했다.

교사 아동학대·학교폭력 신고에 민원까지

교사가 사과하지 않은 것에 화가 난 A씨는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했다. A씨는 이후 아이의 틱장애가 더 심해졌다고 했다.

같은 해 A씨는 교사를 학교폭력 가해자로까지 신고해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리기도 했다. 학폭위는 학생끼리의 폭력 문제에 대해 열리기 때문에 학생이 아닌 성인 등에게는 처분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A씨는 학폭위에 “ⓛ차후 아이 학년이 올라갈 때 해당 선생님 담임 배제 ②아이 심리 상태를 고려해 선생님과 다른 층 배정 두 가지를 요청했다”고 했다. 학교는 이후 2년간 A씨의 이런 요구를 들어주다 지난해 요구가 수용되지 않자 A씨는 교육청에 또 민원을 제기했다.

A씨는“저희는 선생님께 반말하거나, 퇴근길을 기다려서 험담하거나, 길거리에 못 돌아다니게 한 적,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 만난 적도, 신상 정보를 유출했다고 찾아가서 난동 피운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일부 커뮤니티에서 4인방의 주동자로 지목됐다”며 “김밥집과는 같은 학급의 학부모 관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또 “나머지 2인은 누구인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합기도 관장 아내 “신고·민원 결코 안 했다”

같은 날 4명의 학부모 중 다른 1명으로, 자신을 합기도 관장 아내라고 소개한 B씨도 소셜미디어(SNS)에 글을 올렸다. B씨는A씨와 달리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거나 민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악성 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운구 차량이 9일 오전 생전 교사가 재직하던 한 초등학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악성 민원으로 세상을 뜬 대전 초등 교사의 운구 차량이 9일 오전 생전 교사가 재직하던 한 초등학교에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B씨는“문제 행동을 보인 4명의 학생 중 1명이 제 자녀가 맞다”며 “학기 초 학교 적응에 어려움을 보여 선생님과 2차례 상담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상담 때는 거듭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학교를 나오면서 선생님에 대한 죄송함과 아이에 대한 걱정으로 눈물을 펑펑 흘렸다”고 했다.

B씨는“선생님께서 심리치료를 추천해주셔서 꾸준히 받고 지도에 힘썼다”며 “선생님의 지도에 불만을 갖고 아동학대 혐의로 선생님을 고소하거나 학교에 민원을 넣은 적은 결코 단 한 번도 없다”고 밝혔다. 또 “아이가 2학년 올라가고부턴 선생님 얼굴 한 번도 뵌 적이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그분에게 누가 되는 행동을 했다면 이런 글을 절대 올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4명의 학부모와 몰려다니며 악성 루머를 퍼뜨렸다는 의혹에 대해 B씨는“학기 초 불량학생이라고 지적당한 아이의 부모와 만나 고민 상담을 한 적은 있으나, 따로 만나 선생님에 대한 악의적 루머를 유포하거나 험담한 일은 절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이 (온라인) 카페에 가입돼 있고, 저를 잘 아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며 절대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상황이고, 한다면 더 큰 화를 입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B씨는“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예정”이라며 “악의적인 개인 신상털기, 악성 루머 등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가족에 대한 신상털기, 루머 유포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생각”이라고 적었다.

앞서 지난 5일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자택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뒤인 7일 숨을 거뒀다. 이 교사는 2019년부터 학부모 4명의 악성 민원에 시달리고 근무지를 옮겼으나 이후에도 트라우마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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