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엄마 옆 발견된 ‘그림자 아이’…복지망에 또 구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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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40대 여성 A씨가 생후 20개월로 추정되는 아들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주시 한 원룸 우편함에 체납 고지서 등이 꽂혀 있다. 김준희 기자

40대 여성 A씨가 생후 20개월로 추정되는 아들 옆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전주시 한 원룸 우편함에 체납 고지서 등이 꽂혀 있다. 김준희 기자

지난 8일 전북 전주의 한 원룸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해당 지역 주민센터에 지난 7월까지 통보된 위기 가구 발굴 대상자는 이 여성을 포함해 550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해당 주민센터에서 위기 가구 확인 업무를 담당한 공무원은 1명이었다. 또 숨진 여성 곁에서 구조된 남자아이 B군은 출생신고가 안 된 이른바 ‘그림자 아이(미등록 아동)’였다. B군은 정부가 지난 6월과 7월 미등록 아동을 찾기 위해 진행한 전수 조사에서도 포착되지 않았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 사망 원인은 동맥 경화다. 시신에선 담석도 발견됐다. 하지만 A씨가 병원 진료를 받은 기록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A씨가 생활고 탓에 제때 치료를 받지 못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8년 전 이혼했다고 한다.

11일 전북경찰청·전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9시55분쯤 전주시 완산구 한 다세대 주택에서 숨진 A씨(41·여)는 뚜렷한 직업 없이 B군을 홀로 키웠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다. 그러나 2021년 5월 건강보험료·가스비 등을 체납해 위기 가구 발굴 대상자에 포함됐다. 이후 수익이 생겨 2021년 12월 명단에서 빠졌다가 건강보험료 등을 체납하면서 지난 7월 다시 위기 가구 발굴 대상자가 됐다. A씨는 요금을 내지 않아 지난 5월 이후 가스가 끊겼다. 건강보험료는 56개월이나 내지 못해 체납액이 118만6530원에 달했다. 관리비 5만원도 반 년간 밀렸다. 월세도 두 달가량 밀리고, 전기 요금도 6~8월 석 달 치(21만4410원)를 체납했다.

전주시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7월까지 네 차례에 걸쳐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을 통해 전주시에 통보한 위기 가구 발굴 대상자 1만 명 중 A씨도 포함돼 있었다”고 밝혔다. 행복e음은 정부가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기 위해 구축한 정보 시스템이다. 복지부는 건강보험료 체납과 단전·단수 등 39가지 위기 징후 정보를 입수해 연간 500만 명 명단을 지자체에 전달한다. 이 중 20만 명가량을 추린 위기 가구 발굴 대상자를 지자체에 통보하고 있다.

A씨 원룸이 있는 서신동 주민센터에 지난 7월까지 통보된 위기 가구 발굴 대상자(550명) 가운데 A씨가 포함된 4차 발굴 대상자는 87명이다. 담당 공무원은 1명에 불과했다. 담당 공무원은 지난 7월 28일 A씨에게 위기 가구 관련 안내문을 발송하고 전화 통화와 방문 접촉을 시도했지만 모두 불발됐다. 특히 지난달 24일 담당 공무원이 주소지로 찾아갔으나 A씨의 집을 찾을 수 없었다. 전입신고 서류에 호(戶)수가 적혀있지 않아서다. 이처럼 연락처·주소지 정보가 없거나 그 내용이 부정확해 위기발굴 대상을 놓치는 경우는 현장에서 적지 않게 발생한다. 수원 세 모녀 사건이 그랬다.

한편 경찰은 A씨가 친모로 추정되지만, 가족관계부에 B군 이름이 올라 있지 않아 출생신고가 누락된 것으로 보고 국과수에 유전자(DNA) 검사를 의뢰했다. 경찰 등은 A씨가 올해 초 지인에게 “B군이 돌(1살)이다”라고 보낸 메시지 등을 바탕으로 4살이 아닌 생후 20개월 전후로 추정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B군은 영양실조”라며 “키 79㎝에 체중은 8.2㎏ 정도”라고 했다. 보건당국과 전주시는 A씨 출산 기록 자체가 없어 ‘병원 밖 출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주시는 “A씨 출산 기록 자체가 없어 B군 나이 등 신원이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경찰 조사 결과가 나오고 B군이 건강을 회복하면 출생신고를 하고 친권자 지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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