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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남북협력기금 개정안, 민주 반대로 본회의서 부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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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면

세종시의회는 지난 7일 제84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115개의 안건을 처리했다. [사진 세종시의회]

세종시의회는 지난 7일 제84회 임시회 본회의를 열고 115개의 안건을 처리했다. [사진 세종시의회]

정부가 내년도 남북교류협력기금(협력기금)을 대폭 삭감하기로 한 가운데 자치단체도 협력기금 처리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일부 지자체는 협력기금을 폐지했고, 서울시는 기금운용심의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관리 강화에 나섰다. 반면 세종시는 협력기금 폐지 조례안 개정이 더불어민주당의 반대로 무산됐다.

세종시의회는 지난 7일 제84회 임시회 2차 본회의를 열고 ‘세종특별자치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조례 전부 개정 조례안’을 부결시켰다. 참석 의원 20명 가운데 13명이 반대표를 던졌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세종시 협력기금 관련 조례안은 2015년 7월 민주당 주도로 만들었다. 하지만 세종시 남북교류협력사업은 실적이 없고 기금 11억7000만원은 보관 중이다.

이번 개정 조례안은 장기간 사용하지 않는 남북교류협력 기금을 일반회계로 전환해 시급한 민생에 사용하자는 취지로 행정복지위원회 최원석(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최 의원을 비롯해 12명이 서명했다. 민주당 소속 의원 5명도 발의에 동참했다.

조례안은 지난달 29~30일 해당 상임위인 행정복지위원회 논의를 거쳐 31일 가결됐다. 논의 당시 일부 의원이 개정에 반대, 결국 투표를 거쳤다. 투표 결과 찬성 4표, 반대 2표, 기권 1표로 가결 처리됐다. 행정복지위원회는 개정안 대표 발의자인 최원석 의원을 포함해 국힘 소속은 2명으로 민주당 의원 2명이 찬성에 표를 던진 셈이다.

하지만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 조례안은 민주당 의원 전원의 반대로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개인 소신에 따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상임위를 통과한 조례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사례는 극히 이례적이라고 한다.

최원석 의원은 “상임위원회에서 이념과 정당을 떠나 시민을 위해 기금을 사용하자는 취지로 논의가 이뤄졌고 민주당 의원 일부도 동의했다”며 “다수당이 의석수를 내세워 본회의에서 조례안을 부결시킨다면 상임위원회는 존재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대북교류가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자치단체들은 남북교류협력기금 존치 여부를 놓고 논의를 진행 중이다. 광역자치단체 중 대구와 울산은 이미 지난해 기금을 폐지했고 기초자치단체에선 경기도 화성에서 폐지 의견이 제시됐다.

서울시는 기금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있다. 감사 결과 2018년부터 5년간 민간보조사업 명목으로 지원한 남북교류협력기금 138억원 중 74%가 공모절차 없이 일부 특정 단체에 집중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기금 지원을 심의하는 남북교류협력위원회에 지원 대상인 민간단체와 이해관계가 얽힌 위원이 참여해 ‘셀프 승인’이 이뤄지거나 형식 심의도 이어졌다. 더욱이 ‘나선(북한 함경북도)-녹둔도(러시아 연해주 접경지역)’에서 이순신 장군 유적 남·북·러 공동 발굴조사를 한다며 사업을 제안한 뒤 엉뚱한 곳을 발굴해 10억원 가까운 예산을 낭비했다.

서울시는 이후 남북교류협력기금을 포함한 16개 기금을 보다 철저하게 관리하려 각 기금을 운용·심의하던 위원회를 하나로 합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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