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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뿌리가 진갈색 된 까닭은" "잎이 누래진 이유는" 식물전문병원서 반려식물 건강 되찾아요

중앙일보

입력

가정에서 함께 생활하는 동물을 반려동물, 식물을 반려식물이라합니다. 그런데 반려동물이 아프면 동물병원을 찾아가지만, 식물이 시들시들하면 어디로 가야 할까요. 반려식물도 전용 병원이 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자신의 반려식물과 함께 서울시 서초구에 있는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반려식물병원(이하 서울 반려식물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고, 초보자가 반려식물을 기를 때 주의할 점을 알아봤어요.

이유민(왼쪽)·오수아 학생기자가 서울 반려식물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반려식물을 키울 때 신경 써야 하는 요소 등 '식집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지식을 배웠다.

이유민(왼쪽)·오수아 학생기자가 서울 반려식물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고, 반려식물을 키울 때 신경 써야 하는 요소 등 '식집사'가 되기 위해 필요한 기초 지식을 배웠다.

서울 반려식물병원은 서울 시민이 기르는 반려식물에 대한 진단·처방, 화분갈이·약제방제 등 병든 식물의 입원과 당일치료, 번식·병해충방제 등 가정 내 식물관리에 대한 교육 등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지난 4월 운영을 시작했어요. 오수아 학생기자는 올리브 나무, 이유민 학생기자는 몬스테라를 들고 이곳을 찾았는데요. 주재천 서울특별시 농업기술센터 환경농업팀장이 진료실 안에서 이들을 맞이했죠.

먼저 수아 학생기자가 거실에서 키우던 올리브 나무의 상태를 주 팀장과 함께 살펴봤어요. 사시사철 푸른 잎을 유지하는 올리브 나무는 지중해성 기후에서 자라는 해를 좋아하는 식물이에요. 작은 화분 안에 담긴 올리브 나무는 초록 잎이 바싹 마른 상태였죠. "이건 물을 못 먹어서 마른 거예요. 이 친구는 한여름 기준으로 베란다에서 키운다면 물을 거의 매일, 거실에서 키운다면 3~4일에 한 번씩 물을 줬어야 해요. 오랫동안 여행을 다녀오거나 물 주는 걸 잊으면 이렇게 되는 거죠."

주재천 팀장이 오수아 학생기자가 가져온 올리브 나무를 진료했다. 물이 부족해 말라 있던 상태에서 너무 많은 물을 한꺼번에 먹어 고사한 상태다.

주재천 팀장이 오수아 학생기자가 가져온 올리브 나무를 진료했다. 물이 부족해 말라 있던 상태에서 너무 많은 물을 한꺼번에 먹어 고사한 상태다.

식물이 물을 못 먹어서 바싹 마르는 원인은 주로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물을 제때 주지 않아서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경우이고, 두 번째는 물을 충분히 줬지만 뿌리가 상해서 물을 흡수하지 못하는 경우죠.

그렇다면 이 올리브 나무의 뿌리는 지금 어떤 상태인 걸까요. 주 팀장이 화분에서 올리브 나무의 뿌리가 자라고 있는 흙을 분리하고 털어냈어요. "건강한 식물은 뿌리의 색이 연한 갈색이어야 해요. 그런데 이 올리브 나무의 뿌리는 거의 진한 갈색이죠. 살아있는 뿌리가 거의 없는 겁니다. 이 친구는 한동안 물을 못 먹어서 마른 상태였는데, 화분에 물을 한꺼번에 많이 주면서 습기가 지나치게 많아져 뿌리가 썩은 거예요. 그런데 화분 위의 잎만 보면 초록색이니 그냥 목마른 상태라고 생각했을 수 있죠. 사실상 죽은 겁니다. 다음에는 다른 식물을 분양받아 잘 키워 보세요."

두 번째 환자는 유민 학생기자가 아파트 베란다에서 키우던 몬스테라입니다. 갈라진 모양의 잎이 특징인 식물로, 고온 다습한 환경에서 잘 자라죠. 유민 학생기자가 "몬스테라의 공기뿌리가 너무 길게 자라고 잎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요"라고 증상을 설명했죠. 유민 학생기자가 말한 증상을 하나하나 살펴볼까요. 먼저 몬스테라의 공기뿌리입니다. 식물의 땅위줄기 및 땅속에 있는 뿌리에서 나와 공기 가운데 노출된 뿌리를 공기뿌리라고 해요. 몬스테라는 열대 우림 등 습도가 높은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이기 때문에 공기 중에 있는 수분을 빨아먹기 위해 공기뿌리가 자라날 수 있죠.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답니다.

주재천(맨 왼쪽) 팀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반려식물병원이 식물을 치료하고 돌보는 방법을 설명했다.

주재천(맨 왼쪽) 팀장이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반려식물병원이 식물을 치료하고 돌보는 방법을 설명했다.

잎이 한쪽으로만 처지는 이유도 살펴봅시다. 식물이 잘 자라려면 빛 에너지를 이용해 이산화탄소와 수분으로 유기물을 합성하는 광합성 과정이 필요해요. 그래서 식물은 햇볕을 잘 쬘 수 있는 방향으로 잎을 최대한 내밀려고 하죠. 몬스테라는 나무줄기의 중심부에 있는 단단한 부분인 심재(心材)가 없는 식물이라 혼자서는 꼿꼿하게 설 수 없어요. 그래서 집에서 키울 때는 식물을 지지하는 역할을 하는 막대기인 지주대를 옆에 꽂아서 묶어주면 줄기가 덜 처지게 보완할 수 있죠. 또한 식물이 자라는 화분의 방향을 4~5개월에 한 번씩 반대로 바꿔주는 것도 도움이 돼요.

사실 유민 학생기자의 몬스테라는 아주 잘 자라고 있는 상태예요. 그런데 주 팀장의 눈에 끝이 노랗게 변한 잎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이건 곰팡이 때문에 잎색이 변한 거예요. 식물은 (잎이나 줄기의 겉껍질에 있는) 기공으로 숨을 쉬는데, 공기 중에 떠다니는 곰팡이나 바이러스 등이 감염되면 잎의 색이 연한 노란빛으로 변해요. 이런 부분은 소독한 가위로 잘라주는 게 좋아요. 다른 부위로 번지는 걸 막아야 하거든요."

식물의 잎 색깔이 변하는 것은 영양 부족이나 곰팡이·세균 감염일 가능성이 높다. 물리적 충격을 받아도 그 자국이 연한 갈색으로 남기도 한다.

식물의 잎 색깔이 변하는 것은 영양 부족이나 곰팡이·세균 감염일 가능성이 높다. 물리적 충격을 받아도 그 자국이 연한 갈색으로 남기도 한다.

식물의 건강을 위협하는 또 다른 요인이 있어요. 바로 해충(害蟲)입니다. 마침 서울 반려식물병원을 찾은 바질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이 바질의 잎은 그물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죠. 주 팀장이 "이건 잎에 붙은 벌레가 잎면을 갉아먹은 거예요. 그런데 벌레가 워낙 작아서 맨눈으로 잘 안 보이니까 현미경으로 한번 관찰해봅시다"라고 말하며, 흰 종이를 바질잎 아래에 대고 잎을 툭툭 쳤어요. 그러자 아주 작은 점처럼 생긴 것들이 종이 위로 떨어졌죠.

서울 반려식물병원에는 두 개의 현미경이 있어요. 하나는 작은 곤충을 200배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저배율 현미경이고, 다른 하나는 곰팡이·세균 등 식물이 걸린 병을 검정하기 위해 1000배까지 확대해 시료를 볼 수 있는 고배율 현미경입니다.

주재천 팀장이 바질잎을 갉아먹던 총채벌레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위해 흰 종이 위에 따로 옮겨 담았다.

주재천 팀장이 바질잎을 갉아먹던 총채벌레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위해 흰 종이 위에 따로 옮겨 담았다.

서울 반려식물병원에는 작은 곤충을 200배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저배율 현미경과, 곰팡이·세균 등을 검정하기 위해 1000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고배율 현미경이 있다.

서울 반려식물병원에는 작은 곤충을 200배까지 확대해서 볼 수 있는 저배율 현미경과, 곰팡이·세균 등을 검정하기 위해 1000배까지 확대할 수 있는 고배율 현미경이 있다.

저배율 현미경으로 바질잎에서 털어낸 검은 점들을 100배로 확대하자 더듬이를 움직이면서 빠른 속도로 기어 다니는 여러 마리의 총채벌레가 보였어요. 잎을 갉아먹기 때문에 식물에게는 아주 치명적인 해충이죠. "총채벌레는 알을 낳아 번식하는데, 워낙 움직임도 빠르고 날아다니기 때문에 박멸도 쉽지 않아요." 총채벌레·개각충·온실가루이 등 해충이 붙은 식물은 심각한 부상을 입은 사람과 똑같아요. 몸 상태가 점점 안 좋아져서 각종 곰팡이나 세균에도 쉽게 감염되죠. 그래서 벌레가 파먹은 부분을 잘라내거나 약을 뿌려 없애야 해요.

적절한 시기에 물을 주는 것과 일조량 확보, 곰팡이와 해충까지. 반려식물을 잘 키우려면 정말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네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주 팀장에게 반려식물을 잘 키우려면 알아야 할 기초 상식에 관해 인터뷰했죠.

총채벌레가 파먹어서 잎이 그물 모양처럼 변한 바질잎.

총채벌레가 파먹어서 잎이 그물 모양처럼 변한 바질잎.

수아: 식물을 키울 때 특별히 신경 써야 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식물이 광합성을 하려면 햇볕과 물,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필요해요. 그래서 햇볕이 잘 들고 환기가 잘 되는 장소에서 식물을 키우고, 필요할 때 물을 잘 주는 게 중요하죠. 식물이 목마를 때를 찾아서 제때 물을 공급해야 하는데 사흘에 한 번, 일주일에 한 번 시기를 정해서 주면 물을 너무 적게 줘서 말라죽거나, 너무 많이 줘서 뿌리가 썩는 경우가 생겨요. 또 한여름에는 물을 많이 줘야 하지만, 한겨울에는 물을 적게 줘도 되거든요. 즉, 물주기는 '며칠에 한 번'이 아니라 '식물이 목이 마른지 아닌지 먼저 확인'이 원칙이 돼야 해요. 나무젓가락으로 화분의 흙을 찔러봐서 젖었는지 아닌지를 봅니다. 나무젓가락이 '푹' 들어갈 정도면 흙이 건조하다는 뜻이에요. 그러면 물을 화분 밑바닥에 물이 흥건하게 흘러나올 정도로 주면 돼요.

또 각 식물이 선호하는 온도를 맞춰주는 것도 중요해요. 예를 들어 유민 학생기자가 가져온 몬스테라는 고온다습한 열대 우림과 같은 환경을 좋아하고, 추운 곳을 싫어해요. 우리나라는 여름은 덥지만 겨울은 매우 춥죠. 그래서 이 친구는 겨울에는 베란다가 아닌 거실에 있어야 해요. 아니면 얼어 죽을 확률이 높죠.

뿌리의 색깔 역시 식물의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지표다. 건강한 뿌리는 연한 갈색이다.

뿌리의 색깔 역시 식물의 건강 상태를 가늠하는 지표다. 건강한 뿌리는 연한 갈색이다.

유민: 식물이 자라는 흙에 곰팡이가 피는 경우도 있어요. 그 원인은 무엇인가요. 또 어떻게 방지하나요.  

물을 너무 많이 줘서 흙에 습기가 너무 많아서 곰팡이가 피는 거예요. 또 분갈이할 때 퇴비에 곰팡이 포자가 있으면 생기기도 하죠. 이럴 때는 흙을 건조하게 만드는 게 중요해요. 젓가락이나 숟가락으로 흙의 표면을 2~3cm 깊이로 긁어서 밭을 매듯이 해주면 흙이 빨리 말라요.

수아: 식물은 사람처럼 말로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어요. 식물이 아프다는 걸 어떻게 알아챌 수 있나요.

매일 관찰하는 게 중요해요. 식물잎의 색을 관찰하면 상태를 짐작할 수 있거든요. 잎의 색이 진한 초록색이면 건강하다는 뜻이에요. 그런데 색이 점점 옅어지면 '양분이 부족한 게 아닐까'라고 의심해봐야 해요. 또한 앞서 살펴본 것처럼 곰팡이·세균 등에 감염돼 색깔이 변하기도 하죠.

서울 반려식물병원처럼 전국 곳곳의 지자체에서 해당 지역 시민을 위해 반려식물병원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었다.

서울 반려식물병원처럼 전국 곳곳의 지자체에서 해당 지역 시민을 위해 반려식물병원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었다.

유민: 식물 영양제의 주성분은 무엇인가요. 또 식물 영양제는 모든 식물의 성장에 도움이 되나요.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영양분인 질소·인·칼륨이 주성분이에요. 사람도 식성이 서로 다르듯, 식물도 종류별로 선호하는 영양분이 달라요. 그렇다고 해서 선호하지 않는 영양분을 준다고 싫어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더 잘 키우려면 내가 키우는 식물이 좋아하는 영양분이 무엇인지를 알아보고 그게 포함된 영양제를 주는 게 더 좋죠.

서울 반려식물병원처럼 각 지자체에서 시민을 위해 식물병원이나 화분병원을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요. 대구광역시는 반려식물 치료센터, 대전시청은 화분병원, 경상남도는 반려식물병원을 운영 중이죠. 또 경기도는 온라인상으로 식물 진단을 의뢰할 수 있는 사이버식물병원을 운영해요. 이외에도 민간이 운영하는 식물병원·화분병원 등이 전국 곳곳에 많답니다. 여러분의 소중한 반려식물과 함께 방문해 식물의 아픈 곳을 치료하고, 반려식물을 키울 때 알아야 할 상식도 배워보세요.

서울 반려식물병원에서 반려식물에 대해 많은 사실을 배웠어요. 가끔 '내가 기르는 식물이 왜 이런 증상을 보일까' 생각했는데, 이번 취재를 통해 지금 내 식물에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는 방법을 배웠어요. 식물을 키울 때 가장 중요한 건 식물이 목마를 때 물을 주는 것입니다. 식물은 곰팡이·세균 등에 감염될 수 있으니 감염된 부분을 소독한 가위로 잘라내야 건강해질 수 있다는 것도 배웠어요. 또 식물에 해를 끼치는 여러 해충 중 총채벌레를 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했죠. 이러한 해충도 다 잡아서 치료해야 식물의 잎을 좀먹지 않는대요. 이번 취재를 통해 많은 사실을 알게 됐고, 앞으로 식물과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오수아(경기도 하랑초 5) 학생기자

취재 전까지는 반려식물병원이라는 곳이 있는지도 몰랐어요. 서울 반려식물병원에서 식물을 위한 병원의 필요성을 알게 됐죠. 또 주재천 팀장님에게 여러 식물의 특징을 배우고, 식물 기르기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했습니다. 특히 현미경으로 해충과 곰팡이를 자세히 관찰한 경험이 기억에 남아요. 식물과 한층 더 가까워진 느낌이었죠. 식물은 말을 할 수 없어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표현할 수 없어요. 그래서 잎의 색깔 등 여러 증상으로 그걸 표현해요. 그 반응을 잘 알아채서 여러 식물에게 필요한 것을 줄 수 있는 '식집사(식물+집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했어요.

이유민(서울 대모초 4)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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