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축구대표팀이 10개월 만에 열린 '전차군단' 독일과의 리턴 매치에서 또다시 승리했다. 5경기째 승리를 거두지 못한 한국 축구대표팀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모리야스 하지메(55·일본) 감독이 이끄는 일본은 10일(한국시간) 독일 볼프스부르크의 폴크스바겐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A매치 평가전에서 4-1로 대승을 거뒀다. 지난해 11월 카타르월드컵 조별리그 경기에서도 독일을 2-1로 물리치는 파란을 일으킨 일본은 독일전 2연승을 달렸다. 일본은 올해 치른 A매치 5경기에서 3승1무1패로 순항 중이다.
한국 축구 팬들은 '라이벌' 일본의 상승세를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본다. 지난 3월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이 부임한 이후 한국은 5경기 연속 무승(3무2패)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국은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치른 지난 3월 콜롬비아전에서 2-2로 비겼고, 우루과이전에선 1-2로 졌다. 지난 6월엔 페루에 0-1로 패했고, 엘살바도르와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지난 8일 웨일스와의 9월 A매치 첫 번째 평가전에서도 졸전 끝에 0-0으로 비겼다. 웨일스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35위로 한국(28위)보다 순위가 낮은 팀이다. 대한축구협회가 1992년 A대표팀 전임 감독제를 도입한 이래 5경기째 승리를 거두지 못한 감독은 클린스만이 처음이다. 한국은 손흥민(토트넘), 조규성(미트윌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공·수에서 정예 멤버를 투입하고도 1.5진이 나선 웨일스를 상대로 이렇다 할 공격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슈팅 수에서 웨일스에 4-10으로 크게 밀렸다. 유효 슈팅은 겨우 1개에 불과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추구하는 '공격 축구'와는 거리가 멀었다.
빈약한 공격력보다 더 아쉬운 건 '무색·무취' 전술이었다. 상대의 강한 압박에 밀린 한국은 중원에서 불필요한 백패스와 횡패스를 남발했다. 답답한 공격 전개에 최전방의 손흥민이 하프라인 아래까지 내려와 패스를 받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다. 그래도 클린스만 감독은 90분 내내 같은 전술을 고집했다.
전문가들은 색깔 없는 클린스만의 '무색무취 축구'를 강하게 비판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전방 압박을 중시한다든지, 측면을 활용한다든지 등 어떤 축구를 하겠다는 건지 분명치 않은 축구가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박찬하 해설위원도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무실점 경기를 한 것은 긍정적인 요소다. 그 외에는 어떤 것도 잘 됐다고 얘기하기 어렵다. 이번에도 어떤 축구를 하겠다는 것인지 의도를 찾을 수 없었다"며 클린스만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을 제기했다.
지도력을 입증하지 못하면서 '재택근무' 논란이 더욱 커졌다. 부임할 당시 '한국에 상주하겠다'고 밝혔던 것과는 달리 그는 주로 미국과 유럽에서 지내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원격 근무' 방식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웨일스전 후 기자회견에서 '축구 색깔'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세대교체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박찬하 위원은 "대표팀 주전 선수들의 평균 나이가 좀 많기는 하지만, 아시안컵을 몇 달 앞두고 판을 뒤흔들 정도의 세대교체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 그저 '면피'하려는 발언"이라고 꼬집었다.
클린스만호는 13일 영국 뉴캐슬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9월 A매치 마지막 평가전을 벌인다. 사우디의 FIFA 랭킹은 한국보다 한참 낮은 54위다. 클린스만은 이번엔 첫 승의 기쁨을 맛볼 수 있을까. 축구 팬들은 사우디와의 평가전을 '단두대 매치'라고 부른다. 이번에도 승리하지 못하면 끝이라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