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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순간 무너진 모로코 '천년 고도'…"지진 또 올라" 광장서 떤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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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진으로 역사 유적들이 간직된 모로코의 옛 수도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있는 중세의 고도(古都) 마라케시가 주요 도시 중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고 9일(현지시간) 로이터, AP통신이 전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모로코 마라케시 메디나의 중세 성벽 중 하나가 파손됐다. AP=연합뉴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모로코 마라케시 메디나의 중세 성벽 중 하나가 파손됐다. AP=연합뉴스

외신에 따르면 전날 늦은 밤 마라케시 남서쪽 71㎞ 떨어진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으로 마라케시의 중세 성벽에는 큰 균열이 일어났고 건물들이 무너졌다. 거리 곳곳에는 지진 직후 잔해와 돌무더기가 널려 있는 상태다.

특히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인 마라케시의 옛 시가지(구도심)인 메디나 지역의 피해가 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마라케시의 랜드마크 중 하나인 메디나의 쿠투비아 모스크도 일부 손상됐다.

지어진 지 약 850년 된 쿠투비아 모스크의 69m 높이의 첨탑(미나렛)은 ‘마라케시의 지붕’이라 불린다. 지진 당시 영상엔 첨탑이 흔들리면서 모스크 인근의 사람들이 놀라 대피하는 모습도 담겼다.

현지 언론에선 지진에 취약한 붉은 진흙 벽돌집이 많아 ‘붉은 도시’로 불리는 마라케시 지역의 특징이 지진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전통시장과 식당, 카페 등이 많아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메디나의 제마 엘프나 광장은 현지 주민들의 피난처로 바뀌었다. 가디언은 현지 주민의 말을 인용해 “이것이 끝인지 계속될지 모르기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상황이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렵다”고 전했다.

지진을 겪은 모로코 주민들의 피난처가 되고 있는 관광지 제프 엘 마나 광장. EPA=연합뉴스

지진을 겪은 모로코 주민들의 피난처가 되고 있는 관광지 제프 엘 마나 광장. EPA=연합뉴스

제마 엘프나 광장은 마라케시 최고의 명소 중 하나로 한국에서 지난 4∼6월 방영된 tvN 예능 프로그램 ‘장사천재 백사장’에서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한식을 판매한 곳이다.

마라케시는 모로코의 중부에 위치한 도시로 1070~1072년 사이 베르베르인의 알모라비드 왕조가 건설했다. 북부·서부 아프리카 일대에서 쓰이는 베르베르어로 ‘신의 땅’을 뜻한다. ‘모로코’라는 국명의 어원이기도 하다. 오랜 기간 모로코의 정치·경제·문화 중심지여서 천년 고도(古都)라 불린다.

마라케시에는 모스크뿐만 아니라 반디아 궁전 등 많은 건축 문화유산들이 있다. 미국 CNN에 따르면 코로나 발생 전인 2019년에만 300만 명에 육박하는 여행객이 이곳을 방문할 정도로 모로코의 대표적인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마라케시 인근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마라케시 인근의 한 마을에서 주민들이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마라케시는 유명 할리우드 영화와 드라마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년)’, ‘미이라(2017년)’, 드라마 ‘왕좌의 게임(2011~2019년)’ 등의 촬영 배경으로 등장했다. 모로코의 사막과 만년설 덮인 산이 공존하는 자연환경과 다른 아랍과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안정됐다는 점이 촬영지로 손꼽히는 이유다. 유명 국제 영화제 중 하나인 마라케시 국제 영화제도 개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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