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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꽁이 없는 '맹꽁이 축제'…딱 1년 만에 98% 사라진 사연

중앙일보

입력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날인 맹꽁이들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뉴스1

만물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驚蟄)날인 맹꽁이들이 짝짓기를 하고 있다. 뉴스1

대구시가 맹꽁이 울음소리도 듣기 어려울 정도로 개체 수가 감소했는데도 축제를 연다. 또 충북 보은군은 대추 수확량이 급감, 축제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대구, 맹꽁이 없는데 축제 열어 
8일 대구시에 따르면 시는 9일 달서구 달성습지 일대에서 ‘제9회 생명사랑 환경축제 맹꽁이야~ 놀자’ 축제를 연다.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달성습지 생태 릴레이 투어, 생물다양성 탐사, 생태체험 부스 등이다. 축제 예산은 약 2500만원이다.

그런데 정작 축제 이름처럼 맹꽁이와 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2013년 달성습지 일대에서 맹꽁이가 대규모로 발견되면서 이듬해부터 축제를 시작했지만, 현재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맹꽁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종 2급으로, ‘쟁기발개구리’라고도 한다. 산란기인 여름철마다 “맹” 혹은 “맹꽁”하는 울음소리가 들려 맹꽁이로 불린다. 달성습지 대명유수지는 과거 전국 최대 맹꽁이 서식지였다.

2011년 7월 맹꽁이 3만여 마리가 대명유수지에서 번식해 낙동강 제방을 타고 달성습지로 넘어오는 게 발견됐고, 2013년 달성습지 일대에서 8만7700여 마리가 발견됐다.

달성습지. 중앙포토.

달성습지. 중앙포토.

환경단체는 맹꽁이를 보호하자고 목소리를 높였고, 대구시는 “맹꽁이를 테마로 사라져 가는 습지 생태계 가치를 일깨우자”며 2014년 맹꽁이 축제를 열었다. 하지만 그 해부터 맹꽁이 수가 급감했다. 대구지방환경청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대명유수지 맹꽁이 이동 개체 수는 2013년 8만7700여 마리에서 이듬에 2014년 1.7%수준인 1481마리로 감소했다.

맹꽁이 급감 원인으로는 달성습지 인근 대구외곽순환도로 건설, 맹꽁이 생태학습장 조성으로 인한 산란지 축소 등이 꼽힌다.

이와 관련, 박종길 대구 달서구 의원은 “‘맹꽁이 없는 맹꽁이 축제’를 언제까지 할 것인지 궁금하다. 주인공 없는 축제보다 사라진 맹꽁이가 돌아올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구시는 앞으로 축제를 맹꽁이 되살리는 데 촛점을 맞추기로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일단 인공못을 만들어 산란지를 만들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축제는 맹꽁이를 직접 관찰하는 측면도 있지만 달성습지 생태계를 공부하고 지켜나가자는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2019년 9월 충북 보은군 보은읍 성족리의 한 농장의 대추가 푸른빛을 띠고 있다. 최종권 기자

2019년 9월 충북 보은군 보은읍 성족리의 한 농장의 대추가 푸른빛을 띠고 있다. 최종권 기자

작황 최악, 대추 축제 비상 
이와함께 충북 보은군은 대추 없는 ‘대추 축제’를 우려하고 있다. 올여름 길었던 장마와 폭염으로 작황이 좋지 않아서다. 보은군에 따르면 올해 대추 예상 생산량은 994t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역대 최저 생산량이었던 지난해 1147t보다도 13%나 적다. 역대 가장 많이 생산됐던 2019년 2663t과 비교하면 무려 62% 감소한 수준이다. 앞으로 본격 수확까지는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생산량이 많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농민은 대추축제 참여 신청까지 미루는 등 가을 축제 준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다음 달 13~22일 열리는 축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4년 만에 대면으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후쿠시마 오염처리수로 인한 수산물 기피 현상으로 축제를 앞두고 걱정하는 곳도 있다. 강원 양양에서는 다음 달 4일부터 8일까지 5일간 양양군 남대천 둔치, 다목적광장, 전통시장 등에서 ‘양양 송이·연어축제’를 열 예정이다. 양양군 관계자는 “연어 맨손 잡기 등 행사에 쓰는 연어는 양식이기 때문에 후쿠시마 오염처리수와 상관없다”며 "현재 오염처리수가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기 때문에 걱정할 일은 없을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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