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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만전쟁 난다면? 시뮬레이션이 꼬집은 美해군의 착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미국의 저명한 안보 싱크탱크인 랜드(RAND) 연구소는 주기적으로 미국이 중국 인근 해상에서 중국과 전투를 벌일 경우 유불리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왔다. 전장(戰場)은 대만난사군도(南沙群島·Spratly Islands) 두 군데다. 그 결과는 아래 표와 같았다.

미국이 중국 인근 해상에서 중국과 전투를 벌일 경우 유불리에 대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 전장(戰場)은 대만과 난사군도 두 군데. 차이나랩

미국이 중국 인근 해상에서 중국과 전투를 벌일 경우 유불리에 대해 시뮬레이션 한 결과. 전장(戰場)은 대만과 난사군도 두 군데. 차이나랩

이에 따르면 첫째 중국 본토와 가까운 대만에서의 교전이 상대적으로 먼 난사군도에서 충돌하는 것보다 중국에 유리했다. 가장 최근인 2017년 시뮬레이션에서도 난사군도에서는 중국에 유리한 부문이 하나도 없었다. 둘째 1996년엔 거의 모든 방면에서 미국의 일방적 우위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등해지거나 중국이 우위를 점하는 부문이 늘어났다. 2017년 대만에서 교전을 가정한 경우 세 곳에서 미국 유리, 두 곳에서 중국 유리, 네 곳에서 대등으로 거의 호각세를 보였다. 난사군도에서 교전을 벌이는 상황에서도 2017년엔 아홉 부문 중 네 군데에서 대등할 것이란 예측이 나왔다.

미국의 저명한 안보 싱크탱크인 랜드(RAND) 연구소는 주기적으로 미국이 중국 인근 해상에서 중국과 전투를 벌일 경우 유불리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왔다. 전장(戰場)은 대만과 난사군도(南沙群島·Spratly Islands) 두 군데다. 셔터스톡

미국의 저명한 안보 싱크탱크인 랜드(RAND) 연구소는 주기적으로 미국이 중국 인근 해상에서 중국과 전투를 벌일 경우 유불리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해왔다. 전장(戰場)은 대만과 난사군도(南沙群島·Spratly Islands) 두 군데다. 셔터스톡

최근 랜드 연구소가 미 국방부와 함께 미·중 해상 전투 시뮬레이션을 다시 실시했다. 결론은 비관적이었다. 함정이 중국 해안에 접근할 경우 상당수가 피격당할 수밖에 없어 2차 대전 이래 최대 규모의 손실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원양에서 싸울 경우엔 해군 전투기와 미사일 공격이 불가능해 공군과 잠수함 등이 먼저 나서야 한다. 해군 수상 전력이 큰 역할을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최적의 대안이 무인 함정과 드론 편대를 신속 파견해 중국 표적에 다가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미 해군이 이 능력을 갖추는 속도가 너무 지지부진하다는 평가다. 랜드연구소는 미국이 대형 전함 위주의 기존 전략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해군이 맞닥뜨릴 위험이 너무 크다고 분석했다.

반면 워싱턴 정가에서는 대형 함정 구축 예산의 보호 및 확대를 고수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해군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대형 함정들을 건조하고 있으나 이는 시대에 뒤처진 방식이며 미 국방부가 이들 전함을 감당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날로 강력해지는 중국 군사력의 위협에 맞서야 하는 미 해군은 2차 대전 이후 어느 때보다 전력 강화가 시급해졌다. 해군 지도부는 수시로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한 혁신의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러나 국방부 자체 평가로도 대형함 위주의 전략은 취약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무인 함정 개발을 책임져 온 로린 셸비 예비역 해군 소장은 “미 해군이 거만해졌다. 항공모함과 엄청난 잠수함을 가졌지만 그뿐이다. 크게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 해군이 대형함 건조에 대규모 투자를 포기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 창출 등 군 획득 예산의 정치적, 경제적 이해관계 때문이다. 미군 함정 건조 예산은 올해만 320억 달러(약 42조3000억 원)다. 이 예산은 주로 유도미사일 구축함과 상륙정 등 대형 함정 건설에 투입된다. 미 의회 국방위원회 위원들 대부분은 지역구에 군 조선소가 위치해 있고 이 명분으로 수천만 달러의 예산을 끌어오고 있다.

미군도 무인 함정과 드론 전력을 구축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페르시아만에서는 속도가 빠른 것과 작전 시간이 긴 두 종류의 무인 함정을 시험 가동 중이다. T-38 데빌 레이는 시속이 145km에 달해 어떤 함정보다 빠르다. 오션 에어로 트리톤이라는 함정은 태양전지가 설치돼 연료 보급 없이 몇 개월 동안 작전할 수 있다. 바레인의 미 해군기지에선 이들 함정으로 이란의 고속정이 유조선을 나포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있다고 한다.

미 해군이 인도양부터 태평양까지 이르는 광활한 해역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 대비 효과를 높이는 과제가 제기돼 왔다. 이 때문에 이런 무인함정들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대형 군함에 열을 올리는 의회의 장벽에 가로막히고 있다. 미 해군은 보잉, L3해리스 같은 메이저 군수업체들과 계약해 대형 무인함정 건조를 추진하다가 과잉 예산 문제가 제기돼 번번이 중단됐다. 현재 시험 중인 무인함정들은 대형 함정 건조 경험이 없는 중소기업이 참여해 예산을 절감하는 방식으로 우회해 진행하고 있다. 알라메다라는 기업이 생산하는 정찰용 무인함정 세일드론의 경우 해군이 함정을 직접 사들이지 않고 데이터만 구매하는 방식으로 함정 구입비와 유지비용을 절감하고 있다.

셀비 제독은 “예산 과정, 의회 절차, 기업체 로비 모두 기존의 것을 재생산하고 개선하는데 집중돼 있다”며 “지금은 역사적 전환기다. 과거의 구습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최강의 압도적 해군력을 가진 미국이지만 이곳 역시 정치권과 관료주의가 혁신에 발목을 잡고 있다. 대양해군의 기치를 내걸고 해군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드론 강국 중국과의 경쟁이 점입가경이 될 것 같다.

차이나랩 이충형 특임기자(중국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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