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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껍질로 가죽옷, 폐어망 재활용…스타트업들 LG에 SOS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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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7일 서울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슈퍼스타트 데이 2023’ 참가자들이 스타트업 ‘퀀텀유니버스’가 만든 Web XR 컨텐트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LG]

7일 서울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슈퍼스타트 데이 2023’ 참가자들이 스타트업 ‘퀀텀유니버스’가 만든 Web XR 컨텐트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 LG]

“우주 로봇만으로는 사업성이 크지 않아 보이는데, 물류 같은 다른 산업으로도 전개가 가능합니까.”

7일 오후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슈퍼스타트 데이 2023’ 행사장. 홍범식 LG 경영전략부문 사장이 조남석 무인탐사연구소 대표에게 이런 송곳 질문을 던졌다. 조 대표는 이에 “가능하다. 극한 환경인 우주에서 견딜 수 있는 로봇을 연구하다 보니 지구 환경에서는 거뜬하다”고 답했다.

무인탐사연구소는 2032년 쏘아 올릴 예정인 무인 달 탐사선에 탑재할 탐사 로봇(‘로버’)을 개발 중이다. 대기업과 기술 협력·투자 기회를 얻기 위해 ‘슈퍼스타트 데이’에 참가했다.

조 대표는 “우주 로봇이라 사업 분야가 모호해 오랫동안 투자를 받지 못했다”며 “이번 기회에 그간 쌓아온 기술을 소개했는데, 대기업·투자사 등과 기술협력·인큐베이팅 등의 논의가 오갔다”고 말했다.

슈퍼스타트 데이는 LG그룹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지원하기 위해 2018년 시작했다. 현재까지 26개국 260여 개 스타트업이 참가했으며, 참여 인원은 2만 명에 이른다. LG는 이들에게 전용 업무공간부터 아이디어 개발, 사업화 검증 등 실질적인 지원을 늘리고 있다.

올해엔 LG가 미래 사업으로 육성 중인 인공지능(AI)·바이오(Bio)·클린테크(Clean-tech)를 비롯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스타트업 40곳이 참가했다. 동물 행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려견·반려묘 질병 예측 솔루션을 개발하는 ‘우주라컴퍼니’, 귤껍질·선인장으로 인공가죽을 만드는 ‘그린컨티뉴’, 유전체 데이터를 통해 신약 개발 플랫폼을 개발한 ‘바스젠바이오’ 등이다.

폐어망에서 고순도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추출하는 기술을 소개한 정택수 넷스파 대표는 “현재 LG화학과 협업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이나 전기·전자 재료로도 활용 가능한 만큼 다른 관계사들과도 협업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번 행사에는 미국 실리콘밸리 한국인 창업 1호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몰로코의 안익진 대표, LG의 기업형 벤처캐피털인 LG테크놀로지벤처스의 김동수 대표 등이 연사로 나서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 노하우와 투자 트렌드 등을 공유한다.

김동수 대표는 “한국 기업들의 아이디어는 실리콘밸리에 뒤지지 않는다. 다만 한국에 있다 보니까 시장이 작고, 해외 비즈니스·마케팅에서 어려움을 겪는다”며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이 나오면 선별해 투자·협력하는 식으로 유망 스타트업을 돕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는 이날 슈퍼스타트 데이를 시작으로 9월 말까지 ‘LG 스파크’ 행사가 이어진다. 연구개발 성과 공유회인 ‘개발자 콘퍼런스’(14~15일)는 ‘융합의 힘’을 주제로 AI·빅데이터, 모빌리티·자동차 등 6개 발표 섹션이 진행된다. 프로그래밍 언어 자바의 창시자인 제임스 고슬링이 기조연설을 한다. 이후엔 LG 구성원과 가족·지역주민·산학 인재가 교류하는 ‘컬처위크’(20~22일)가 열린다.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사장은 “LG사이언스파크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혁신적인 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스타트업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이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면서 미래 준비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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