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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원의 벽' 넘을까…"더 비싼 폰" 불황 속 애플의 배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애플의 아이폰14 시리즈 신제품이 국내에 정식 출시된 지난해 10월 7일 서울 중구 애플스토어 명동점에서 시민들이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애플의 아이폰14 시리즈 신제품이 국내에 정식 출시된 지난해 10월 7일 서울 중구 애플스토어 명동점에서 시민들이 아이폰을 구매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뉴스1

오는 12일(현지시간) 공개 예정인 애플의 신형 아이폰15 시리즈의 고급형 모델 가격이 최대 100달러(약 13만원)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 또 나왔다. 여기에 더해 이르면 이번 시리즈부터 기존에 없었던 최상위급 모델 ‘울트라’가 공개될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애플이 시장 불황을 초고가·프리미엄 전략으로 돌파하려는 움직임이 분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애플은 전 세계 스마트폰 수요 급감과 미중 갈등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 기관 소속 공무원들이 아이폰을 비롯한 해외 브랜드 기기를 업무에 사용하거나 사무실에 가져오지 말라는 명령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전체 매출의 19%가 중국에서 나온다.

이처럼 아이폰15 판매량이 당초 예상보다 저조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나오면서 애플은 다시 한 번 가격인상을 통한 실적 회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애플 리셀러 매장에 걸린 아이폰14프로 광고판. 뉴스1

서울 시내에 위치한 한 애플 리셀러 매장에 걸린 아이폰14프로 광고판. 뉴스1

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폰15 시리즈의 고급형 모델인 프로와 프로맥스의 가격이 100달러 인상될 것이 유력하다고 전하며 “애플은 시장 불황 속에서 고객들이 프리미엄 아이폰에 얼마까지 지불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고 있다”고 전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기본 모델과 화면 사이즈가 큰 플러스, 카메라 등 고급 사양이 적용된 프로, 최고급 사양을 모두 갖춘 프로맥스 4개 모델로 급을 나눠 출시해왔다.

애플은 올 하반기에도 초고가·프리미엄 전략을 택했다. 아이폰15 시리즈에도 고급형 모델인 프로와 프로맥스에는 TSMC의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에서 만들어진 ‘A17 바이오닉’ 칩이 탑재된다. 3㎚ 공정으로 만들어진 반도체가 소비자용 제품에 적용되는 사실상 첫 사례다. 애플은 여기에 더해 내부적으로 프로맥스급을 넘어서는 모델인 울트라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국내 출시가 ‘300만원의 벽’을 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애플의 이 같은 자신감은 대부분의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를 흡수해왔던 자신감에서 비롯한다. 그동안 애플은 스마트폰 시장 불황 속에서도 고급형 모델 판매를 더 늘리며 매출과 영업이익을 지켜왔다. 실제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아이폰 출하량이 15%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기간 전체 매출은 44%, 순이익은 무려 81% 늘었다. 통상 경기 침체에도 중저가 모델에 비해 고가 스마트폰의 판매량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덜하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스마트폰 전체 출하량은 2억7200만대로 집계됐다. 상반기 출하량은 5억2200만대로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점유율 19.8%를 기록하며 1위 자리를 지켰다.

단일기종 기준으로는 애플의 아이폰이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1~4위를 싹쓸이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아이폰14 프로맥스는 총 2650만대 출하돼 전 세계 스마트폰 중 가장 많이 팔렸다. 애플의 상위 4개 모델은 모두 시장에서 800달러(약 106만원) 이상의 프리미엄 스마트폰으로 분류된다. 반면 삼성은 20만원대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 A14가 5위를 차지했다.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다만 스마트폰 시장 불황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가운데 소비자들이 언제까지 200만원이 넘는 고가 제품을 계속해서 더 구매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애플 안팎에서도 “아이폰15 시리즈 판매량이 예상보다는 적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마이클 가텐버그 전 애플 마케팅 수석 이사는 “소비자가 새로운 기능이 무엇인지 구별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구형이나 기본 모델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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