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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홍성남의 속풀이처방

금쪽이들의 세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6면

홍성남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예전 어른들은 아이들을 금이야 옥이야 키웠다. 요즘은 한술 더 떠 자기 자식을 왕의 DNA를 가진 아이라고 한단다. 자식을 아끼고 싶은 마음이야 이해가 간다. 그러나 모든 일이 그러하듯 지나치면 반드시 문제가 발생한다.

아이들을 금이야 옥이야 여기는 ‘금쪽이 콤플렉스’가 결국 초등학교 교사를 극단적 선택까지 몰고 간 엄청난 사건. 외신에서 다룰 정도로 국가 위신을 추락시키고 국제적 눈총을 받는 사건이 생기고 말았다. 이 사건으로 인해 많은 국민이 아이들을 키우는 방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앞날과 직결되는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사회 문제가 된 교사들의 추락
일부 학부모들의 병적인 집착
자녀들을 ‘괴물’로 키울 수 있어
건강한 부모는 아이 독립시켜

2학기 개학을 맞아 즐거워하는 초등학생들. 아이에 대한 부모의 과다한 집착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나 생활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뉴시스]

2학기 개학을 맞아 즐거워하는 초등학생들. 아이에 대한 부모의 과다한 집착이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나 생활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뉴시스]

그렇다면 왜 금쪽이가 늘어나고 있는가. 왜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집착하는 것인가. 부모의 집착은 분리불안에서 온다. 아이를 품에서 내놓으려고 할 때 생기는 자연스러운 감정적 반응이 분리불안이다. 건강한 부모는 그럼에도 아이를 독립시키려 한다.

문제는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부모들은 아이를 평생 아이로 데리고 살고자 한다는 것이다. 아이에 대한 집착은 금쪽이 콤플렉스를 만들고, 아이를 양육하는 것이 아니라 강아지처럼 사육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분리불안이 심한 부모들이 자기합리화를 할 수 있는 좋은 건수가 언론보도를 통해 쏟아져 나왔다. 아동학대 사건이다. 이런 뉴스를 보면서 내 아이는 내가 지킨다며 자식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합리화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애지중지 키운 금쪽이는 어떤 사람으로 성장할까. 심리학자들의 의견에 의하면 자기애적 성격장애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기애적 성격장애자란 ‘세상에 나밖에 없어’ ‘니들이 나를 감히’ 하는 식으로 자기애가 지나치게 강한 사람을 일컫는다. 한마디로 진상이란 것이다.

이들은 사람들을 자기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그래서 교사건 누구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니가 감히’ 하면서 함부로 대하고 심지어 학대까지 한다. 그래서 교사학대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자기애적 성격장애를 가진 금쪽이들은 대체로 멍청하다고 한다. 멍청함에 대해 철학자 데카르트는 이렇게 정의를 내렸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잘못이다. 멍청함도 마찬가지다. 멍청한 인간일수록 자신의 멍청함을 인정하기는커녕 오만한 태도로 되려 주변 사람들을 멍청하다고 단정 짓는다.”

『멍청한 놈들』이란 책을 쓴 에런 제임스 교수는 멍청한 사람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멍청한 사람이란 주변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럽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이다. 이들은 자신이 부유하거나 잘생겼거나 똑똑하다고 생각해서 거칠 것 없이 행동한다. 또한 남을 배려하지 못하기에 멍청한 짓을 스스럼없이 한다. 오랫동안 그래 왔기에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기가 쉽지 않다. 이들은 권력의 꼭대기에 오를수록 자신이 우월하다고 생각하며, 매사 우월감을 유지하기 위해 불안감에 시달린다. 일상이 경쟁이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수명이 짧은 편이다.”

금쪽이들의 가장 큰 문제는 부모와의 관계이다. 이들은 부모에 대한 효성심이 부족하다고 한다. 과보호를 받다 보니 부모도 자신을 위해 헌신하는 종처럼 여긴다. 그래서 상속분에 불만이 생기면 가차 없이 부모에게 소송을 건다. 심지어 부모를 폭행하고 살인하는 괴물도 있다. 현대판 고려장을 하는 자식들의 대부분은 금쪽이들이다.

이들은 갑질을 일삼아 사회적 분열을 일으키고 소위 빨갱이가 생기게 하는 근본 원인자들이다. 그래서 금쪽이들이 권력을 잡으면 유난히 빨갱이 놀음이 심해진다. 미래 국가 위상을 떨어뜨리며 나라를 퇴행하게 한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 하는가. 나무가 어릴 때는 다른 나무들과 가까이 심지만, 나무가 커지려면 서로 멀리 떨어뜨려야 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어릴 때는 부모 품이 필요하지만 성장하려면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평생 부모에게 의지하면서 어른 아닌 어른으로 살아야 한다.

몇 해 전 유럽에서 비 오는 날 어린아이들이 산보하는 것을 보았다. 네다섯 살짜리 아이들이 우산도 없이 우비만 입고 선생님을 따라 길을 걷는 모습을 보며 우리 엄마들이 기겁했다. “감기 걸리면 어떡해.” 그러자 가이드가 “걱정하지 마세요, 쟤들은 감기를 몰라요” 한다.

강아지처럼 둘둘 싸고 다니는 우리 아이들과 비가 오건 눈이 오건 뛰어노는 유럽 아이들을 보며 우리 아이들이 커서 저렇게 강하게 자란 아이들과 경쟁이 될까 하는 걱정스러운 생각이 솟구쳤다.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부모들은 자신을 특별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말라는 덴마크 얀테의 법칙을 배울 필요가 있다.

홍성남 신부·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