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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국고 투입 논란…"최종 책임은 국가" "국고도 세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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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기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지난 4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종합상담실에서 한 시민이 상담을 받기위해 들어서고 있다. 뉴스1

보장성 강화를 주장하다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를 사퇴한 위원들이 국민연금에 국고를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의 별도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다. 보험료율이나 수급 개시 연령 등의 변수만 조정해 재정 안정을 꾀할 게 아니라, 정부 지원을 확대해 국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하지만 정부와 학계 모두 가입자의 보험료로 기금이 운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국고지원 카드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이 개최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평가 긴급 토론회’에 참석한 남찬섭 교수는 “재정계산위원회는 국민연금을 공적연금으로 보기보다 민간보험처럼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지 않았나 싶다”고 비판했다. 보험료율(현재 9%)을 12·15·18% 올리고 기금운용 수익률을 0.5~1%포인트 상향하는 방안 등을 조합해 재정안정 시나리오를 내놓은 데 대해서도 “이는 기본적으로 보험료 수입과 누적된 기금 운영 수익만으로 재정을 충당하려는 접근”이라며 “그외 재정 동원 방안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남 교수에 따르면 당초 재정계산위 보고서 초안에는 노후소득보장 방안으로 소득대체율을 50%까지 올리면서 보험료율 인상뿐 아니라 국고로도 재정을 지원해야 한다는 제안 등이 담겼으나, 소득대체율 인상안이 빠지면서 관련 내용도 제외됐다. 구체적으로는 2060~2070년에는 GDP의 2.5%에 해당하는 재정을 국민연금 기금에 투입해 연간 연금 지출액의 25% 정도를 국고로 해결하자는 구상이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평가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뉴시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 평가 긴급 토론회'가 열렸다. 뉴시스

남 교수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현재 독일 공적연금 재정의 25% 정도가 국가보조금에 해당된다, 우리나라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올리는 것과 달리 조세를 동원하면(국고를 투입하면) 그 자체로 노령 인구 부양에 대한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남 교수와 함께 소득보장강화론을 펴는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지난달 23일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 기자간담회에서 “공적연금 지출이 일정 정도 이상을 넘어가면 노동소득에 부과되는 보험료만으로 충당하기 어렵다”며 “국민연금은 재분배적 요소가 있기 때문에 재정에 대한 최종 책임은 국가에 있다”고 말했다.

현재도 정부가 국민연금제도에 지원하는 비용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소규모 사업주와 소속 근로자의 사회보험료를 지원하는 사업(두루누리)과 실업 크레딧 지원 등에 한해 약 1조원을 투입하고 있다. 건강보험에 10조9000억원(올해 예산)의 국고지원이 들어가는 데 비해선 적은 수준이라는 게 국고지원을 주장하는 이들의 목소리다. 공무원·군인연금의 지출 부담을 매년 국고로 보전하고 있는 것도 국민연금에 대한 국가 기여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로 활용된다.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지난 1일 국민연금 제도개선 방향 공청회에서 “매년 조 단위 국고가 들어가는 공무원·군인연금과 근본적인 개혁이 같이 논의돼야지, 가입자 대상 보험료율을 높이는 것으로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학계에서는 국고 투입 확대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높다. 김용하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장)는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고를 보조하는 것도 중요한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도 “국고도 국민의 세금으로 조달된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보험료로 부담하는 것과 국민 부담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인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국민연금을 국고로 메우면 소득 이전의 수혜는 가입 기간이 길고 연금 수령액이 많은 중산층 이상에게 더 돌아갈 것”이라며 “저소득자 보험료 지원 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국고를 일부 넣는 것은 필요하지만, 공무원연금 적자 채우듯 국민연금에 국고를 활용해서는 안 된다. 기초연금 쪽에 투입을 늘리는 게 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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